|
2000년대의 수필전문지
최원현
- 수필세계·에세이21·수필시대·에세이스트·한국산문(에세이플러스) 외 -
뉴 밀레니엄의 새천년이 되면서 세상은 그 동안 경험하지 못한 큰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대와 두려움이 교차되는 이상한 기류가 만연했다. 지식ㆍ정보화가 엄청난 속도로 진전되면서 그런 진전은 결국 사회를 유연성 있게 변화시키고 수많은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측되어졌다. 특히 문화 및 문학에 부는 바람도 만만치 앓을 것으로 전망되었고 종이책의 위기가 공공연하게 대두되었다. 그런데 그런 기류 속에서도 수필계엔 새로운 희망이 솟았다. 수필문학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기대였다. 그런 기대와 영향인지 여타 장르와 달리 2000년대 들면서 수필 전문잡지는 가장 많이 창간되었다.
1) 수필세계
2004년 6월 15일 대구에서 계간『수필세계』가 창간되었다. 발행인 이숙희, 편집인 겸 주간 홍억선, 자문위원으로 김규련․정진권․도창회, 편집위원으로 박양근․허창옥․안성수·최원현·박종숙·김용옥·정태헌·신현식이 참여하여 2004년 여름호(통권제1호)로 266쪽의 창간호를 냈다.
지금까지의 서울 중심에서『수필과비평』(1992.9.1 창간)이 호남(전주)에서 창간되어 좋은 반응을 얻게 된 후 영남권에서도 수필 전문지가 탄생한 것이다.
『수필세계』의 창간은 전국을 서울·호남·영남의 수필권으로 발전케 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특히 잠재되어 있던 영남권의 수필시대를 열게 했을 뿐 아니라 각 지역별로 편집위원을 위촉하여 전국화시킴으로써 대구를 중심으로 한 영남권에서 뿐 아니라 전국적 수필인구의 확산에 일조를 하겠다는 결의를 보였다.
창간사에서 홍억선 주간은 ‘시대문화를 관통하는 비범한 눈으로 역량 높은 작품을 창작하는 신예들에게 누구보다도 따사로운 시선을 보낼 것이다. 오늘의 수필을 이어받아 내일의 수필을 열어 갈 책임과 권리가 바로 그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수필이 어떠한 장르보다 사람의 문학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변화한 세계화 시대에 우리의 수필이 얕고 좁은 시선을 고집할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세계의 문학, 세계의 수필과의 활발한 만남은 우리의 문화적 역량 제고에도 이바지할 것이다.‘고 했다.
창간호에는 3개의 기획물을 싣고 있다. 기획1 새로 쓰는 수필론에선 박양근 이정림 김시헌 변해명 신재기의 수필론을 실었고, 기획2 신예작가 12인 신작선에는 올해와 지난해 등단한 김성구 등 신진 작가의 신작을, 기획3 세계의 수필에선 한국의 연암, 일본의 요로타케시, 서구의 찰스램 수필에 대해 조명하고 있다.
그 외에도 이 계절의 신작 21선, 우리시대의 수필작가로 정태헌의 작품과 작품평 및 문학적 자전을 싣고 있으며, 수필세계 서가엔 김규련 허창옥 은옥진 배부성 주연아의 수필집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수필세계』는 신인작품 모집에서 5편 이상의 수필을 제출토록 하여 그 중 5편을 등단작으로 한다고 했다. 공정하고 엄격하게 신인을 찾아내겠다는 의지이다.『수필세계』는 창간년도인 2004년 하반기에 1명을 시작으로 1년에 2-4명의 신인만 등단시키고 있다. 그 결과 10년 동안 24명만을 등단시켰을 뿐이다.
『수필세계』는 꾸준히 발전하여 2014년 10주년을 맞았고, 2015년 겨울호로 47호를 냈다. 2014년 10주년을 맞아서는 1호부터 ‘우리시대의 수필작가’로 연재했던 정태헌 권남희 김애자 최원현 김용옥 최민자 조재은 등 39명의 작품을 한 권으로 묶어냈고, 김시헌 정진권 윤재천 김규련 한흑구 손광성 김수봉 허세욱 박문하 유병근 변해명 유혜자 고동주 정혜옥 정목일 구활 정호경 장윤익 등 원로 18명과의 대담집인《수필세계 사랑방》(2014.7월)을 단행본으로 출간했다. 무엇보다 한 해 5명 이내의 역량 있는 신진작가만을 발굴해 내어 한국수필문단에 비중 있는 작가로 키워내고 있는 것은 등단의 홍수시대에 참으로 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수필세계』는 수필문학의 지경을 넓히는 일에도 큰 열정을 보이고 있다. 2015년에는 ‘한국수필문학관’을 개관하여 한국수필문학 자료의 수집·보관·활용을 위해 몫을 감당하고 있고 잡지의 내실화를 위하여 다양한 기획과 연재를 활성화 하고 있다.
2) 에세이21
『수필세계』창간호가 나온 3개월 후인 2004년 9월 10일『에세이21』2004년 가을호(통권제1호)가 창간호로 나왔다. 발행인·편집인 겸 주간 이정림으로 144쪽의 얇은 책이다. 이정림은 수필가요 수필평론가로 70년대 작가이다. <당신은 타인어라>(1986) <산길이 보이는 창>(1991) <숨어있는 나무>(2002) 등의 수필집과 <한국수필평론>(1998)의 저자다. 그런 그가 왜 수필 전문잡지를 창간했을까. 그는 창간사‘온고지신의 정신으로’에서 그 답을 말하고 있다.
에세이21 창간사 – 온고지신의 정신으로 / 이정림
2003년 12월 현재, 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수는 1.697명입니다. 이는 시분과 다음으로 많은 숫자이며 소설분과 회원 수의 2.7배가 되는 엄청난 숫자입니다.
이 숫자만 보면 수필이라는 장르는 더 이상 주변 문학이라고 폄하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수필이 문단에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 이유는 여럿이 있겠지만, 우리는 먼저 자성(自省)의 원인부터 짚어보아야 합니다. 우리 수필가들도 치열한 작가정신으로 작품에 임하고 있는가. 여가의 선용이나 삶의 여유에서 오는 감상적 유희에 그저 만족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런 수필가들이 여덟이라 한다면 그렇지 않은 수필가들도 분명 어딘가에는 있을 것입니다. 저는 그 나머지 둘에 해당되는 분들만 찾아내어 저의 잡지에 모시려 합니다. 수필문학의 위상은 숫자 놀음에 좌우되는 게 아니라 좋은 수필로써만 확립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저의 잡지에서는 오늘날 수필문학이 이만큼 자리 잡게 기틀을 마련해주신 문단의 원로님들과 중진들을 귀히 모시려 합니다. 그분들에게서 정통수필을 이어 받아 그것을 토대로 하여 새로운 수필의 방향도 모색해 나가려고 합니다.
옛것을 모르면 새것도 창조할 수 없듯이, 문단의 선배가 없으면 후배도 없습니다. 저의 잡지는 선배는 이끌어주시고 후배는 그 손길을 모아 잡고 21세기 수필문학을 함께 창도(唱導)해 나가는 아름다운 풍토를 조성해 나갈 것입니다.
저의 잡지는 기존 잡지의 도식적인 이미지에서 과감히 벗어나는 개혁을 시도하려 합니다. 판형에서부터 표지에 이르기까지 새롭고 혁신적인 감각으로 출발함은 물론, 양적인 과시보다 질적으로 우수한 소수를 택함으로써 지면을 비대하게 키우지 않겠습니다.
또한 모든 필자에게 고료를 드림으로써 이젠 우리 수필가들도 고료가 없는 글은 쓰지 않는 자존심을 세워드리는 한편, 문학지에서 고료를 지불하지 않는 오랜 관행을 불식시키는 데 일조를 하고자 합니다.
저의 잡지는 여러분의 깊은 애정과 참여 속에서만 발전해 나갈 수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의 격려와 성원에 힘입어, 수필문학의 자존심을 지켜나가는 일에 앞장설 것입니다. 그리하여 수필문학이 21세기를 주도하는 문학으로 훌륭히 자리매김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문단 경력 30년 접어드는 제가 그 어렵다는 잡지계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창간사에 밝혀두는 바입니다.
뿐 아니라 편집후기에서는‘수필문학의 위상은 좋은 수필에서만 재고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잡지를 창간하였습니다. 앞으로 기존의 잡지와는 차별되는 여러 모습들을 보게 될 것입니다.’라고 했다.
그 중 하나가 최서해 박팔양 김동한 같은 묻혀있던 1920년대의 수필들을 찾아내 소개하는 일들이고 또 하나는 2회 추천으로 등단을 시킨다는 것이다. 그만큼 등단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고 등단자가 적어진다는 얘기다. 제대로 검증을 거친 보다 좋은 수필가만 내놓겠다는 의지이다.
『에세이21』은 2014년 가을호로 창간 10주년을 맞았다. 매년 창간기념 세미나를 갖고 있는데 창간10주년 기념(2014.가을.통권41호)으로는 <수필과 자서전의 경계>(견일영)와 <수필과 자서전, 경계와 경계 넘어서기>(정순진)가 주제였고, 2015년 9월 17일 창간 11주년 기념 수필세미나는‘수필문장의 묘사와 분식의 차이’(호병탁·정태헌)라는 주제로 가졌다.
2015년 겨울호로 어느새 46호를 내고 있다. 그동안 1920년대의 작품소개란은‘다시 읽는 수필’난으로 바뀌었고, 추억의 사진 한 장과 소인 없는 편지가 40회째, 나의 작가노트가 43회째 그리고 명수필 산책이 9회째 이어지고 있으며 계평, 다시 읽는 소론, 독자수필 등으로 독자에게 정통수필의 맛을 더하고 있다.『에세이21』은 창간호부터 지금까지 144쪽을 고수하고 있는 잡지다.
3) 수필시대
2005년 3.4월호(2005.3.1 발행)로 격월간『수필시대』가 창간되었다. 발행인 성기조 주간 김종완으로 420쪽의 두꺼운 지면이다. 2000년대 들어 세 번째 창간되는 수필 전문잡지요 기존 한국수필·수필문학·에세이문학·수필과비평 등과 선수필·수필세계·에세이21 등에 더해지는 13번째의 수필 잡지다.
성기조 발행인은‘한국수필의 자구책을 위한 처방’이라며‘문학에 대한 열정과 수필의 예술성에 관한 바른 이해, 핵심적 논리를 개발하는데 이어지도록 수필계가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을『수필시대』에 담아내고 싶다’고 창간사에서 말하고 있다.
오늘의 우리 문학을 진단하면서 문단만 있고 문학이 없다고 할하는 이가 있다. 과연 그럴까? 문단만 있고 문학이 없다는 말은 글 쓰는 이는 많은데 글 같은 글이 없다는 말과 같다. 우리 문학의 수치요 우리 문단의 당면한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수필가 2천 명 시대, 수필지가 십여 개가 발간되는데도 한국 수필의 수준과 모양새는 말이 아니라고 진단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수필다운 수필을 쓰는 사람들이 좋은 글을 담아내는 잡지가 필요하고 좋은 수필가를 발굴해내는 일이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수필의 이론과 수필계에 얽힌 건강하고 신선한 談論을 소개하고 한국수필의 進路를 밝히는 글을 모아 지금까지 여러 수필잡지가 수행해 온 관행에서 벗어나는, 차별성을 가진 수필잡지가 하나 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혼탁한 공기에 익숙한 사람은 신선한 공기의 맛을 잘 모르지만 신선한 공기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혼탁한 공기를 금세 알아차린다. 이것이 거칠고 어지럽고 한없이 나약한 오늘의 수필문단에 신선한 공기 역할을 自任하고 탄생하는『수필시대』의 고고한 목소리임을 만천하에 밝힌다.
상업주의와 짝을 지어 어지럽게 치장한 수필이 설쳐대는 모습을 보아온 우리들은 진정한 수필을 만날 수 없다, 소수의 엘리트들의 생산품으로 알아왔던 문학의 전통적 개념을 수정할 수밖에 없는 오늘의 현실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수필집을 출판할 수 있는 시대에 묻혀 사는 우리들은 날마다 쏟아져 나오는 아마추어 수준의 수필집, 동호인들이 만드는 동인지들을 소나기처럼 만나게 된다. 책 발간이 대중회 된 마당에서 홍수처럼 쏟아지는 글을 누구도 막을 권리가 없다.
책방엘 가보자. 수준 높은 수필집과 대중교양물로서의 볼품없고 가벼운 글들이 함께 진열된 것을 보면 우리들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런 혼란의 와중에서 유능한 신인들이 매장되는 것을 새롭게 발견하는 눈이 필요하다.
본격 수필작품과 대중적인 글을 구별하고 동호인 수준의 수필을 직업적인 작가의식을 지니고 쓰도록 다그치는 작업이 당분간은 필요하다. 밥에 들어 있는 뉘를 골라내듯 한국 수필의 장래를 위하여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수필시대』가 되고 싶다. 창작활동은 최고를 위하여 최선을 다해야만 名分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모든 이에게 보여줘야 한다.
수필 창작활동이 취미와 교양수준에서 머물기보다 문학에 대한 열정과 수필의 예술성에 관한 바른 이해와 핵심적 논리를 개발하는데 이어지도록 수필계가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을『수필시대』에 담아내고 싶다. 지금까지 있어 온 한국 문단의 현실은 비평가들이나 시인, 작가들이 수필을 문학예술의 한 장르로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이런 부당한 대접을 청산하기 위하여 수필이 작가의 생활주변이나 경험적 사실을 서술하는 짤막한 산문이라는 개념을 청산해야 한다. 수필가들의 이러한 自救策이 없는 한 한국수필은 영원히 문학의 반열에 들어 설 수 없다.
우리들은 시인과 소설가들과 함께 같은 시대에 글을 쓰면서 결코 가볍게 대접받거나 이들과 다른 집단이 되고 싶지 않다. 철학적 사고가 들어 있지 않은 짧은 글이거나 심오한 개성이 내포되지 않은 글을 써내는 사람이 아니라 예술성 높은 글쓰기에 종사하는 진정한 수필가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한국 문학을 건설해가는 힘찬 역군으로 남아야 한다. 감동적 효과가 읽는 이의 가슴 깊이까지 전달될 수 있는 글을 날마다 쓰고 싶고 또 읽고 싶다.
한국 수필의 틀을 바꿔 문학적 고전으로 남을만한 글을 써내고 그런 글을 발굴하는데『수필시대』는 결코 인색하지 않을 것이다. 경험적 사실의 세계를 기록해내면서도 결코 상상의 세계를 밀어내지 않는 조화로운 글쓰기에서 한국수필의 예술성, 사실성을 확보하는데 동반자가 되기를 기꺼이 승낙하는 사람들과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싶다.
이런 뜻이 창간호에 내용으로 담겼다. 장돈식·안귀순의 초대수필, 포토에세이, 긴 생각 짧은 수필, 나에게 쓰는 편지, 난 이 글을 이렇게 썼다. 교단수필, 중진작가 11선, 정예작가 11인선, 신예작가 11인선에 북경 수필시학‘국제학술세미나’인 <21세기 수필의 과제> 세미나 내용을 특집1로, 수필의 전범을 찾아서 피천득론을 특집2로, 문제작가 신작특선으로 최민자의 짧은 수필 모음을 특집3으로 실었으며, 4편의 평론과 5종의 연재까지 수필의 광범위한 영역에 포함될 수 있는 다양한 여러 내용을 무게감 있게 실었다. 가히 잡지의 제목처럼‘수필시대’를 풍미할 만큼의 다양하고 넉넉한 내용들이다.
김종완 주간은 편집후기에서 이를 두고‘출산의 산고를 철저히 치루었다. 3개월여의 준비기간은 길고도 짧았다.’면서‘연재의 필진을 수필동네 밖에서 찾았다. 에세이의 다양성의 모범을 보이고 싶었기 때문이다.’라고도 했다. 열린 공간으로서의『수필시대』를 원함이다.
격월간『수필시대』는 2015년 3/4월호로 창간 10주년을 맞았고, 2015년 12월말 현재 통권 65호를 내고 있다. 그간 주간은 김귀희, 편집국장 양혜경 체제로 바뀌어 운영되고 있다. 내용에서도 문학동인회 탐방, 수필로 쓰는 나의 등단기, 수필로 쓰는 자서전, 사투리 탐방, 5매 수필 등의 기획특집에 기획연재물 등이 추가되었다.
4) 에세이스트
2005년 5.6월호 격월간『에세이스트』창간호가 나왔다. 발행인·편집인 겸 주간 김종완, 편집 기획 정경으로 400쪽이다. 발행인 겸 편집인인 김종완은 두 달 전 창간된『수필시대』의 주간이었다. 그런데『수필시대』창간 후 두 달 만에 발행인으로『에세이스트』를 창간한 것이다. 새로 쓰는 창간사의 앞에 <에세이스트의 창간까지>란 내용이 그 경위를 알리고 있다.
‘잡지가 나온 지 한 달 만인 4월 초순 발전적인 해체를 결정하고, 수필시대 제호는 성기조가 사용하고 김종완은 새로운 잡지『에세이스트』를 창간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수필시대』창간호를『에세이스트』0호로 지칭하고 에세이스트 창간호는 1호로 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새로 쓰는 창간사 <21세기, 진정한 산문시대의 도래를 위하여>에서 무려 19쪽에서 27쪽까지 9쪽에 이르는 장문의 창간사를 펴고 있다.
김종완은‘이 시대가 바로 수필시대임을 당당히 선언하고 견실히 내공을 쌓아 그것을 실천하는 잡지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수필시대를 창간시켰는데 내부적 갈등으로 에세이스트를 창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시대의 꿈, 이 시대의 정신에 온 몸을 던질 산문정신을 외치면서 에세이스트가 이 길을 가려한다고 했다. 그렇게 산문의 시대를 기다리노라고 했다.
『에세이스트』는 현행의 계간『에세이문학』『창작수필』격월간『수필시대』와 같이 지면이 많은 잡지이다. 그만큼 내용에서도 장편·중편수필을 수용할 만큼 많은 지면을 한 작가에게 할애하기도 한다. 수필이 서정위주로만 가는 것을 서정과 서사를 어우르는 형식으로 가게하고 있다.『에세이스트』는 매년 올해의 작품상을 시상하고 있다. 또한 창간에 참여했던 정경 선생의 사망으로 그를 기리는 정경문학상을 제정하여 시상하고 있다.
격월간『에세이스트』창간호는『수필시대』창간호와 내용이나 편집에서 크게 다르진 않다. 그도 그럴 것이 둘 다 김종완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다만 차별성을 두는 내용으로 다시 읽는 문제작, 촌평, 이야기 상자 등이 추가되었다.
편집후기에서도 밝힌 것처럼 <이야기 상자>는 온라인에서의 글쓰기를 과감히 오프라인으로 끌어온 젊은이들 축제의 글마당 시도다. 이런 시도로 수필계의 외연을 넓히고 내용을 다양하게 하고자 함이란다.
그동안『에세이스트』는 부단한 실험적 노력을 해왔다. 2015년 5.6월호로 창간 10주년을 맞았고, 2016년 1.2월호로 65호를 내고 있다.
5) 에세이플러스-한국산문
10개가 넘는 수필 전문잡지가 저마다의 특성을 살리며 꾸준한 발전을 해오고 있는 가운데 신개념의 주식회사 형태 수필전문잡지가 탄생했다. 1997년 7월‘에세이포럼’이란 수필문학 동인회 발족으로 시작하여 2006년 4월 150여명의 주주가 참여해 창간한『에세이플러스』는 순수 월간 수필문학 전문지다.
『에세이플러스』는 창간사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특별한 창간과정을 거쳤다. 처음부터 월간으로 창간했고, 150여명의 수필을 사랑하는 보통사람들이 주머니를 털어 주주로 참여했으며 그 주주 전원이 편집·기획·제작 실무의 책임과 취재·광고·영업의 운영을 직접 맡았다. 곧 필자와 제작자와 보급자와 독자가 하나인 잡지인 셈이다.
『월간 에세이』가 상업적 문학지로 출발했던 것처럼『에세이플러스』는‘시대의 각종 문학예술의 풍향계’를 자처하며 시 소설 영화 연극 드라마 무용 음악 미술까지 수필 속으로 끌어들여 향기로운 영혼을 건져 올려 글로 담아내는 충직한 농부가 되고 싶다 했다.
『에세이플러스』는 해외 거주 회원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2010년 제호를『한국산문』으로 바꾸어 2015년 10주년을 맞았다. 김주영(소설가), 유안진(시인), 유성호(문학평론가) 선생을 고문으로, 이재무(시인), 김창식(수필가), 박상률(소설가), 송하춘(소설가) 등 강사와 20여명의 수필가가 편집위원으로 무보수로 일한다. 매달 수필가 외에 시인, 소설가, 철학가, 의사 등 경계 없는 필진을 확보하여 독자에게 폭넓은 읽을거리를 제공하고 있는데 2013년과 2014년엔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우수문예지로 선정되었고, 2015년엔 아카이빙 사업지원금을 받았다. 월 4,000부 이상을 발행하고 있으며 정기구독자도 2천여 명에 이른다.
특히『한국산문』뿐 아니라 한국수필·수필과비평·수필문학·에세이스트 등에까지 범위를 넓혀 월평을 시도함으로 독자에게 보다 많은 문학 정보를 제공하려 애쓰고 있고 그 달의 인상 깊은 작품들의 경향을 파악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거기에 작고 작가들의 작품을 다시 읽어볼 수 있게 하는 특집은 목성균, 피천득(2012.7월호. 75호), 윤오영(2013년 4월호. 84호), 한흑구(2014. 99호) 등 수필작품을 깊이 있게 읽어볼 수 있게 함으로 수필의 맛과 멋을 고루 추구하고 있다.
『한국산문』은 통섭과 융합의 시대정신을 선취하여 고품격의 참신한 문예지를 지향하며, 한국수필문단의 발전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자 2008년부터 조경희문학상을, 2014년부터는 윤오영문학상을 제정하여 훌륭한 수필가의 수필세계를 기리고 실력 있는 작가 발굴에 힘쓰고 있다.
『한국산문』은 2016년 1월호로 통권 117호를 내고 있다. 봄 가을로 심포지엄도 개최하고 명화산책, 의학칼럼의 연재, 데뷔작을 살펴보는 난도 있다. 현재는 발행인 정진희, 편집인 백시종이지만‘주식회사 한국산문’은 대표자가 바뀌는 잡지다. 창간호는 144쪽이었는데 현재는 184쪽으로 발행된다. 그만큼 내용도 넉넉해졌음이다.‘한 뼘 옥토를 가꾸는 기쁨을 세상 모든 사람들과 나눌 것’이라며 출발했던 그 마음을 잘 지켜가고 있는 잡지이다.
6) 선(選)수필·한국수필가·e-수필·좋은수필·수필계
(1) 선(選)수필
수필 잡지들이 많아진 2000년대에 나타난 현상 중 하나가 독자의 편의를 위한 잡지의 탄생이다.『선(選)수필』이 바로 그런 잡지 중 하나다.『선수필』은 2003년 여름호(2003.5.31.)로 창간호(발행인 정목일. 편집인 김진식. 편집주간 이희자)를 내었는데 제호처럼 잡지나 단행본으로 발표된 작품 중 좋은 수필을 골라 독자에게 제공하겠다는 잡지이다. 독자는 최근에 여러 잡지나 단행본으로 출간된 작품들 중 선정위원들이 골라낸 좋은 작품을 한 지면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이다. 해서『선수필』은 이를 위해 선별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발행인 정목일은 창간사에서 그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선수필의 창간 목적과 정신은 뚜렷하다. 제호가 보여주듯 계절간 발표된 수필 중에서 우수한 수필만을 선정하고 재수록함으로써 작품의 철저한 평가와 검증을 거치게 하여 작가에게는 좋은 수필을 쓰게 하는 동기를 제공하고, 독자에게는 양질의 작품을 보여주어 수필문학의 발전을 도모하려는 데 있다. 현재 수필문단은 발표 지면이 많고 방대해짐에 따라 옥석玉石을 구분하기 어려운 노릇이고, 평가와 정리 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채 독자들에게 맡겨짐으로써 수필의 수준 하향을 가져오기에 이르렀다.
선수필의 창간 정신은 수필의 질적 향상에 있고, 이를 위해서‘좋은 수필의 발굴과 보급’에 역할과 책무를 다하고자 한다. 재수록 작품만이 아니라, 정예 수필가의 신작들과 다양한 기획에 의한 읽을거리를 제공하여 독자들에게 수필의 향훈과 참다운 맛을 선보일 것이다.‘라고 했으며 그렇게 하는 이유도 밝히고 있다.
‘수필이 양적으로 풍요해질수록 독자들은 질적인 빈곤을 느낀다. 천 편의 수필보다 단 한 편의 좋은 수필을 갈망한다. 선수필의 역할은 첫째, 3개월마다 발표된 수필 작품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과 평가 작업을 하는 일이다. 이로써 수필의 다양성과 작품의 경향, 옥석을 구분하게 될 뿐 아니라, 우리 수필의 장.단점을 알게 된다. 둘째, 독자들에겐 작품을 보는 안목을 높여 바람직한 수필시대를 이끄는 데 이바지하려는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의의가 있다. 수필은 자신의 삶과 인생을 담는 그릇에 비유되곤 한다. 시, 소설, 희곡 등 픽션류의 글과는 달리 수필은 사실을 토대로 인생의 발견과 의미를 형상화하는 논픽션이다. 따라서 인생 경지가 높아야 수필 경지가 높아지며, 좋은 인생이어야 좋은 수필을 쓸 수가 있다. 좋은 수필 찾기는 곧 좋은 삶과 인간을 발견하는 일이며, 궁극적으론 좋은 사회를 만들어가려는 공동체 의식과 닿아 있다. 보다 인간다운 사회 건설과 삶이 선수필의 추구 목표가 아닐 수 없다.’
『선수필』은‘오로지‘좋은 수필’의 발굴과 보급에 최선을 다함으로써 수필문학의 질적 발전에 이바지하려는 순수한 열정과 목적‘에 따르겠다고 했다. 그래서 창간호에는 상반기 수필 40선으로 유병근 이정림 공덕룡 권영민 반숙자 김규련 박양근 이태동 한승원 최병호 유경환 강호형 최원현 허창옥 김용옥 이정호 등의 수필을 실어 한국수필의 현주소를 알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의도된 대로 되는 것만이 아닌 것이 현실이다. 특히 문학잡지는 더 그렇다. 본래의 뜻만으로 잡지를 발행하기가 어렵다. 재정적 어려움 때문이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선수필은 2015년 겨울호로 통권49호를 발행했다. 그동안 신인등단도 추가되고 정하정이 편집을 맡게 되었으며 신작수필 수록의 비중도 커졌다. 변화하는 시대 속에 문학 또한 발전적 변화를 수용해야만 하는 것이다.
(2)『좋은수필』
『선수필』과 같은 취지의 또 하나 잡지가『좋은수필』이다. 2007년 9월 1일부로 창간된『좋은수필』은 발행 겸 편집인 서정환. 주간 강호형. 편집장 이경희 체재로 출발했다. 서정환 발행인은 창간사에서
‘수필가, 수필가 지망생이 날로 늘어 문단을 지배할 태세이고, 이에 비례하여 수필전문지도 20종에 가까이 발간되고 있지만 그 대부분이 전문가 그룹조차 독자층으로 끌어들이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문가들 입장에서는 우선 양적으로 다 감당할 수 없고, 질적인 면에서도 만족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늘 시간에 쫓기는데다가 옥석을 가릴 안목마저 부족한 비전문가들의 관심을 모으기를 어려운 노릇이다.’
‘본지는 신작 위주의 편집을 지양하고, 많은 지면을 국내외의 고전과 현대 수필작품들 중에서 이미 검증된 수필만을 가려 싣는데 할애할 것이다. 아울러 시대를 대표할 만한 수필가 100인을 선정하여 선집 100권을 간행하는 사업도 병행하기로 했다.
영양가가 풍부한 음식도 맛이 없으면 덜 먹게 된다. 맛이 있어도 영양가가 없는 음식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본지는 맛있고 영양가도 높은 음식을 제공하려는 조리사의 심정으로 좋은 수필을 보급하기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나『좋은수필』도 궤도 수정이 불가피했다. 월간으로 발행하면서 편집체제가 수정되었다. 2013년 8월호(통권제25호)부터 주간 강호형. 정선모 편집국장. 편집장 박태선 체제로 바꾸면서 다양한 독자확보책을 강구했다. 그 중 하나가 지하철 판매다. 순수 문예지로는 처음인데 신작을 비롯하여 이미 발표된 수필 중에서 우수한 작품을 가려서 다시 싣는 방식으로 '일반 독자들에게 격조 높은 수필을 널리 보급하여 순수문학 독자층의 저변을 확대함으로써 수필문학 발전에 기여한다'는 것을 모토로 창간한 만큼 독자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다가가겠다는 각오다. 1년간의 지하철 및 국철 판매 시험을 거쳐 본격 판매를 시작했는데 이는 우리 문학사에 처음 있는 일로서 선정적이고 상업주의적인 간행물들이 범람하는 독서시장에 신선한 바람이 아닐 수 없다.
2016년 1월호로 통권54호를 발행하고 있는『좋은수필』은‘다시 읽는 좋은수필’‘세계수필산책’‘신작수필’과 ‘신인상 당선작’등 다양한 내용을 싣고 있으며, 창간사에서 밝혔던 기획물인 한국현대수필가 100인 선집은 1차 100권을 이미 발간완료 했고 2차 100인이 또 선정되어 책이 발행 중이다. 한국수필가 200인의 대표작들을 손쉽게 볼 수 있게 된 것이며 대표적인 한국현대수필가를 쉽고 편하게 조명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월간 『좋은수필』은 얇으나 다양하고 충실한 내용으로 보다 많은 독자에게 편안하게 다가가고자 하는 잡지이다.
(3)『e-수필』
2006년 12월 1일『e-수필』종이책이 발간되었다. 발행인 정목일, 주간 김태문, 편집장 정태원, 편집간사 이관희로 된『e-수필』은 현대문학 출신 작가들의‘현대수필문학회’회원들이 온라인상의 잡지로 발간하던 것을 오프라인의 잡지로 병행 발간한 것이다.
e-수필‘www.e-supil.com ’은 우리나라 유일의 인터넷 수필잡지이다. 2005년 겨울호 창간호 후 4호를 발간한 바 있는데 그것을 반년간의 종이책『e-수필』로 발간한 것이다. 정목일 발행인은 창간사에서 종이책 『e-수필』의 발간 취지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인쇄매체의 잡지는 월.계간 등 일정한 시간에 묶여 있지만, 인터넷 잡지는 시간과 공간의 장벽을 뛰어넘는다.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며 독자와 작가가 만나서 소통하는 새로운 광장이다.
이번에 종이첵‘e-수필’을 발간한다. 인터넷 수필 전문지‘e-수필’은 영상매체이기 때문에 인쇄매체에 익숙해 있던 작가. 독자들과의 만남의 기회가 부족했다. 영상매체와 인쇄매체의 만남을 이런 방법으로나마 시도하고자 한다.
인터넷이란 영상매체는 동시성·속도성·공간성·쌍방성 등의 장점을 지니고 있는 대신, 인쇄매체는 기록성, 휴대성 등의 장점이 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지닌 장점을 살리는 방법의 하나로 인터넷 잡지‘e-수필’을 내면서 종이책‘e-수필’을 내게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엔 계간 이상 수필 전문지만도 20여 개에 이르고, 매년 수백 명의 수필가를 배출하는 등 수필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e-수필의 출현은 시대적 부응이자 시.공간을 초월하여 새로운 문학 광장을 마련하자는 데 있다. 현대문학지 출신의 수필동인 ’현대문학수필작가회‘ (약칭 현수회)는 1994년부터 한 호의 결호도 없이 2005년까지 매년 동인들의 작품을 모아 동인지를 발간해 왔다.
현수회는 인터넷 수필 잡지‘e-수필’을 발간함에 따라, 동인지 형식의 연간집에서 벗어나‘e-수필’의 필자에게 지면을 제공하여 공동 광장으로 삼기로 했다. 무려 12년 동안 동인 활동으로 정들었던 현수회 동인지를 해체하는 아픔도 있지만,‘e-수필’을 통한 수필 발전의 디딤돌이 되자는 뜻이 담겨 있다.
‘e-수필’은 인터넷 수필 작가들이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는 하나의 신호등이다. 앞으로 매년 2회씩 종이책 ‘e-수필’을 간행하여, 영상매체와 인쇄매체를 대상으로 하는 수필 독자들이 함께 만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했다.
시대적 부응이라 했다. 앞서가는 잡지의 형태일 수 있다. 아니 변화하는 시대의 모습일 수 있다.
(4) 계간『한국수필가』
여기에 또 하나 가세한 잡지가 있다. 기존의 한국문인협회 기관지인『월간문학』이 늘어나는 회원들의 작품을 다 소화할 수 없어 만들어낸 장르별 기관지 중 하나인 계간『한국수필가』이다. 2004년 겨울호로 창간(2004.12.1)되었는데 발행인은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신세훈, 편집인은 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회장 도창회, 주간은 이영호, 편집국장은 이광복으로 3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창간호를 내었다. 그 창간 동기를 이렇게 신세훈 발행인은 창간사에서 밝히고 있다.
‘수필의 인구가 많아진다. 수필 전문 잡지도 점점 늘어난다.
문협 수필분과 회원도 자연 늘어남에 따라 발표 지면도 더 평수를 넓혀야 할 때이다. 그러나 걱정이 앞선다. 독자들의 매서운 눈총 때문이다.
이들의 눈총은 시시한 글을 겨냥한다. 수준이 좀 떨어지는 작품을 문협 기관지에 실었다가는 편집진은 물론 집행부 전체가 몽땅 화살을 맞는다. 이것이 문제다. 협회의 기관지인데, 말아야 하는가. 회원은 7천5백 여명에서 곧 1만 명 문협 시대로 다가올 텐데 말이다.
누구는 회지에 실어주고, 누구는 회지에도 안 실어줘야 하는가. 그랬다가는 문협 사무처 직원들이 문협 일을 못한다.‘나’한사람‘왜 안 실어주느냐?’는 항의 전화가 전국 여기저기서 빗발치듯 쏟아져오게 되면 그 한사람 전화 항의가 50인이 될 수도 있고, 1백 명이 될 수도 있다. 하루에 이런‘내 한사람’전화가 50통 이상씩 쏟아지게 되면 사무처 직원들은 일을 못한다. 아침부터 기분이 잡쳐져 일을 할 수가 없게 된다. 기관지 편집의 애로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그런 목적으로 출발은 했지만 여러 가지 여건상 분과위원회별 장르별로 잡지를 발행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해서 바로 월간 외에 계간의 종합장르『계절문학』으로 통합되어 발간되었고 문효치 이사장의 출범 후 2015년 가을호(통권32호)부터는『한국문학인』이란 제호로 바뀌어 현재 통권 33호가 발간되었다.
(5) 계간『수필계』
2000년대에 창간된 또 한 권의 잡지가 있다. 계간『수필계』이다. 계간『수필계』는 2009. 3. 23. 발행인 이승훈. 편집인 임영숙. 주간 임병식으로 출범했다.
『수필계』는 수필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수필가 이승훈이 소박하게 시작한 수필잡지이다. 그는 창간사에서‘좋은 사람 좋은 글 좋은 생각을 만나고 싶어’라며 이렇게 말하고 있다.
‘창간’이라 하여 굳이 거창한 대의를 내세울 생각은 없다. 차려진 밥상에 숟갈 하나 더 놓듯 수필가들을 위해 작품 발표할 문예지 하나 더 마련하였다는데 의의를 둔다. 자신의 문학적 역량(力量)은 문단 안에서 동도제현(同道諸賢)과 선의의 경쟁을 통해 키우고, 문인으로서의 명예는 독자를 통해 얻는다. 따라서 여건이 된다면 역량을 닦을 도량(度量)으로서의 수필전문지는 수필 발전을 위해 꾸준히 창간되었으면 한다.
우선 옥고를 보내와‘수필界’창간호를 빛내주신 선학들께 경의를 표한다. 이메일로 청탁을 드렸는데도 선뜻 격려 글을 보내주신 원로 문학평론가 김우종 선생님, 늘 안쓰러운 눈길로 자상하게 지켜봐 주시는 원로 시인 이상범 선생님, 직접 뵙고 인사는 못 드렸지만 오래전부터 작품을 흠모해오던 수필가 반숙자 선생님과 고동주 선생님, 그리고 수필가 임재문 선생님과 최원현 선생님 등 존경하는 여러 선학과 후학께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인다.
또한‘수필界’창간에 내 일처럼 마음을 모아준 우리 수필드림팀의 테마수필 가족, 그 가운데 대학 은사인 한판암 교수님과 한결같은 믿음을 주는 수필드림팀 김영태 회장님, 그 외에도 창간호 발간에 물심양면으로 힘을 실어준 한 분 한 분을 소중하게 기억하고자 한다.
어쩌면 이런 마음이 더 수필을 발전시킬 것 같다. 거창함보다 평범함을 지향하며 작은 것을 사랑하는 마음들이 수필가들이 아닐까. 해서 이승훈은『수필계』를 시작했다. 그러나 현실은 역시 쉽지 않았다.
‘주변의 도움이 없이 혼자 매달 문예지를 만들던 때도 이보다는 덜 힘들었지 싶다. 하긴 당시도 시간에 쫓겨 여관에서 한뎃잠을 자고는 하였다. 모르긴 해도, 당시와는 처지가 달라 감당해야 할 시름이 더께더께 쌓인 까닭일 것이다.’하지만 창간도 어렵지만 그걸 이어가기는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수필계』는 지금 휴면중이다. 그러나『수필계』를 창간했던 그 마음과 정신으로 분명 곧 잠에서 깨어날 걸 믿는다.
7) 나가며
오늘의 수필문단이 있기까지를 수필 전문잡지의 탄생을 살펴보며 발달과정을 추적해 보았다. 본격 한국현대수필기라 할 수 있는 1970년대부터 오늘에 이르는 동안 한국수필가협회와 한국수필문학진흥회라는 큰 두 줄기 수필 협회를 중심으로 수필문학은 어려운 조건들을 이겨내며 비교적 풍성한 발전의 장을 가져왔다. 한국수필가협회는‘수필문예-한국수필’로 오늘까지 이어져 있고, ‘월간수필문학-수필공원-에세이문학’으로 이어져 온 한국수필문학진흥회와 그 과정 중의 수필문우회와 계간수필, 그 외 수필잡지를 중심으로 발달한 수필단체들은 저마다 잡지와 출신 작가를 중심으로 발전해 온 것을 볼 수 있다. 2015년 대한민국 문예연감에는 224종의 문학잡지에 작품이 발표되고 있다고 했다. 수필 전문잡지만도 30여종에 이른다. 너무 많다고도 하나 많은 것이 나쁜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2016년도 월간문학 발행 한국문인주소록에서 수필분과 회원 수가 3,318명이나 되는 것처럼 수필가의 수가 많아진 게 분명한데 타 장르에 비해 우리 수필도 그만큼 좋은 작품이 많아지는 것 같지는 않은 게 안타까울 뿐이고 수필가로 등단하는 연령층이 3-40대의 젊은 층은 거의 없고 6-70대가 주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 염려될 뿐이다. 시인이나 소설가는 20대에도 등단하여 50년 이상 작품 활동을 하니 자연 그 속에서 좋은 작품도 많이 나올 수 있지만 늦은 나이에 등단하여 짧은 작품 활동기간이 되다 보니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
이번에 거론한 것들 중 현재 한국수필·수필문학·월간에세이·수필과비평·한국산문·좋은수필이 월간으로 발행되고 있고, 수필시대·에세이스트가 격월간으로, 에세이문학·창작수필·현대수필·계간수필·수필춘추·선수필·수필세계·에세이21 등이 계간으로 발간되고 있다. 하지만 2010년대에도 여러 권의 잡지가 창간된다. 이같은 현상은 수필의 수요가 계속 늘어난다는 것이고 수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번에는 2000년대까지 창간된 수필잡지만 살펴보았기에 2010년대 이후 창간 잡지들은 부득이 거론할 수가 없었다. 어쩠든 30여종의 수필전문잡지는 여느 문학장르보다 활발히 문학세계를 확장시키고 단단히 다져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그 속에서 분명 수필은 더욱 발전해 갈 것이다. 수필이 모든 문학을 선도하는 문학이 되길 바라는 마음도 크다. 또한 역사적 고찰이라 하면서도 창간호 중심으로만 살펴보게 된 점도 이해를 바란다. 여러 가지 접근 방법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수필 관련 자료가 유독 부족한 현실을 체감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수필가나 수필 애호가들이 이 정도의 수필역사는 기본적으로 알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과 이만큼의 자료로라도 정리하여 누군가 깊이있는 문학사를 정리할 때 아주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싶다는 생각으로 이 작업을 했다. 무엇보다 귀한 지면을 허락해 주시고 기회를 주신 수필미학사에도 깊이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