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보다 해몽(14)
이 예 원
내가 진실로 그리 되기를 바라 것은 무엇일까? ‘방문이 열러진 틈사이로 우연히 방안을 바라보게 된다. 그곳에 깊이 잠들어 있는 어린아이가 방바닥에 엎드려 자고 있다. 얼굴의 옆모습이 잘 보이면서 평화스러운 표정이다. 천장에서부터 내려오는 한 줄기 빛이 얼굴 쪽을 비추고 있다.’ 어느 날 밤 꿈에서 본 그 빛이 늘 머릿속에 선명하다. 분명 무슨 암시를 내포해서 나에게 전하고자 하는 뜻이 있다. 나는 일련의 사건들을 생각해 본다. 일상의 생활이 평범한 가정주부로서 해답을 얻으려고 추리를 할수록 머릿속만 복잡해진다. 멀리 살고 있는 아들직장에 전화도 걸어 보았다. 손자 손녀들의 하루 일상을 들어 보면서 혹시 그들에게 문제가 생긴 것인지 골똘히 상상도 한다. 해외에서 살고 있는 딸에게 전화를 걸어 이것저것 살피는 대화로 유도 해 보았으나 꿈과 연관되지 않았다. 이것은 분명히 내 신변에서 일어났던 일이거나 아니면 일어날 일이다. 지금 꽃이 피는 초봄인데 골똘히 생각에만 빠져있지 말자. 신선한 봄바람 나들이를 떠나자. 벚꽃이 한참인 에버랜드로 갔다. 진종일 그곳 잔디에 누었다가 앉았다 하면서 하루를 한가로이 보냈다. 호수 가의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어 놓은 한국의 재벌 L씨에게 우리는 감사해야 한다. 만일 내가 돈이 많은 부자라면 나는 어떻게 돈을 쓸까? 불멸의 명작이 나오도록 경제적 원조를 주었던 폰 메크 부인을 생각한다. 차이코프스키는 결혼 실패의 상처로 인해 도피적 여행을 했다. 그가 몹시 어려웠을 때 그녀는 말없이 원조를 해 주었기 때문에 작곡에 전념 할 수 있었다. 그의 작곡 <백조의 호수><호두까기 인형>은 세계 어느 곳, 하루도 빠짐없이 연주 되고 있다. 그의 많은 작품들이 보여준 영원한 예술성을 인류에게 선물하도록 만들어 준 여인이다. 나는 이 자리 L씨의 업적을 보면서 그녀는 전혀 수입도 생각하지 않고 오직 인재를 도와주었다. 세상에 살다 가는데 손에 쥐고 있는 것 중에서 나도 뭐 작은 실천이라도 해보자. 하늘의 뜻을 따라 나도 할 일이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으로 가슴 뛰게 하는 사건을 만났다. 내가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을 누구나 쉽게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1960년 초, 서울에 음악 감상실이 몇 곳이 있었다. 나는 그곳을 드나들면서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게 되었다. 많은 사람이 그곳을 다닌 추억이 서려있다. 그때 음악을 즐길 경제적 여유가 없는 애호가들에게 갈증을 풀 수 있었던 곳이다. 지금은 발전된 영상 콘서트를 즐길 수 있다. 세계 여러 곳에서 연주되는 음악회를 DVD를 통해서 볼 수 있다. 최고의 음향을 갖춘 감상실을 꾸며 많은 사람들과 즐기며 살고 싶다. 매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머릿속에서 계획된 사건은 가슴을 뜨겁게 한다. 불덩이 같은 무엇인가 힘을 가진 가슴 벅찬 사랑은 온 몸의 핏줄을 타고 다닌다. 지난겨울부터 찬바람이 몹시 불고 있을 때 내 가슴에 품은 뜨거운 향기는 더 진해졌다. 봄이 오는 길목에 서서 서둘러 그 향기를 전할 스승과 만나 상의 하려고 여러 차례 메일을 보냈다. 그분 없이 나 혼자 이룰 수 없는 일이다. 뜻을 세우려고 만나 뵙기를 바랐지만 이 봄이 다가도록 끝내 소식이 없어 허허 벌판에 혼자 서있는 심정이다. 나는 아들의 사법고시 뒷바라지를 하는 동안도 이렇게 뚜렷한 꿈을 꾼 적이 없다. 꿈을 해몽 하고 보자. 내 깊은 뜻을 알 수 없어 답을 보내지 않는 스승이 잠자고 있는 아이었다. 융은 꿈을 연속적으로 해석한 최초의 심리학자다. 그는 “모든 꿈은 의식의 포장 속에서 행해지는 독백과도 같다”라고 말했다. 궁금한 마음에 꿈 풀이 해 놓은 글을 읽었다. ‘꿈에서 아기는 행운을 전하는 신호이다. 인생에 하나의 전환기를 나타내는 꿈이다. 아마 당신은 이제까지 여러 가지로 참고 노력해온 사람일 것이다. 그 분발과 노력이 보답 받을 시기가 왔다는 신호이다. 이제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바람이 불어 마음이 자유로워지는 생활이 시작된다. 여하튼 인생이 즐거운 것으로 바뀐다.’ 라는 꿈보다 해몽이 얼마나 근사한가. 내가 그동안 들어 알고 있었던 아기 꿈은 근심이었다. 사람의 등에 업고 있을 때는 근심이지만 꿈에 보는 아기는 좋다는 해석이다. 내 생애에 좋은 일을 남기려고 품은 꿈이 잠든 아기 위에 빛으로 보여 준 것이다. 남을 위하는 일이라고 쉬운 것이 아니다. 사람은 서로 협력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다리를 놓으려면 밑에서 떠받치는 기둥의 힘과 위에 놓이는 무게가 균형이 맞아야 한다. 빛을 발할 만큼 좋은 일도 주는 사람보다는 받는 사람의 그릇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무엇이던 혼자서 어떤 뜻을 이룰 수 없다는 교훈을 얻었다. 화신풍(花信風), 꽃이 피려함을 알리는 춘삼월은 다시 찾아오기 마련이다. 날이 갈수록 찐해지는 품은 뜻도 꽃피울 날이 오겠지요. 꿈보다 해몽이 중요하다. 잠든 어린아이는 보화처럼 소중한 미래를 보여준 것이다. (15매)
그레이스힐 여인 이예원
살아가는 것이 이사의 연속이었다. 오래 살게 되면 한 곳에서 10년 넘기기도 하고 또는 10년 사이에 세 번을 이사 한 적도 있다. 열 두 번은 넘을 성 싶다. 나는 요즈음 모든 살림을 정리 하고 말년을 보낼 그레이스 힐 호텔식 실버타운으로 이사 할 준비를 하고 있다. 내 생애에 마지막 이사가 되겠지 하고 생각하니 다음 이사는 자연스럽게 하늘나라가 될 것이다. 온갖 살림을 줄이고 또 나누어 주고 여러 해 동안 준비를 했다. 이사 짐은 옷과 이불, 간단한 생활필수품과 컴퓨터 그리고 책이다. 그곳에 거의 딸려있는 간편한 생활방식에 따라야하며 밥을 손수 하지 않고 준비된 식당에서 식사를 하게 되기 때문에 이삿짐이 간편해 진다. 우리나라에 새로운 스타일이 생겨나는 실버레지던스라고 불러지는 주택이다. 함께 누릴 수 있는 공동 아파트로서 의료 서비스, 호텔 서비스, 휴양 레저 서비스, 그리고 생활시스템과 문화 및 각종 커뮤니티 시설이 되어 있다. 부부 중에 한명이 65세가 넘으면 신청 할 수 있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복잡한 재래시장에서 사람 사는 맛을 느끼듯, 그레이스 힐 건물이 전철역과 연결되어 시내를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 아직은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 의아하게 생각한다. 자식들도 이해하지 못하고 양로원처럼 생각하면서 나이가 더 많아진 후에 거동이 어려 울 때 들어가기를 바란다. 내가 결혼 후, 아이들이 태어난 주택에 살면서 남매가 중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아이들이 대학을 가려면 전국적으로 성적 순위가 파악이 되어야 하는데 강남에서 학교를 다니면 더 잘 알 수 있었다. 급하게 집을 세놓고 학군 따라 아파트를 얻어 이사하려는데 남편의 반대가 심했다. 많은 사람들이 성냥 각처럼 생긴 아파트에서 오래 견디지 못하고 주택으로 다시 이사 할 것으로 알았다. 그때 압구정동 그리고 서울 여러 곳에 아파트 분양이 되고 있을 때 우리는 주택에서 살아가고 있는 행복감에 빠져 있을 때였다. 아파트 붐이 일어나고 있어도 한 번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실버타운으로 이사하려고 했더니 노인들만 사는 곳에서 어떻게 살려고 가느냐고 묻는다. 그럼 동네 수영장에 가면 나이 먹은 사람이 있으면 물이 흐리다고 젊은 사람들은 피해 버린다. 젊은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면서 다양한 시설이 갖추어진 곳에서 취미가 같은 사람끼리 즐기는 활기찬 노후가 더 좋다. 요즈음 좋아하는 음악이 있다. 장사익의 노래 ‘하늘 가는 길’ 그는 이 노래를 한국 고유의 창법으로 호소력이 대단하면서 대중가요처럼 가사는 단순하다. ‘내가 왔던 길 내가 돌아간다.’ ‘하늘로 가는 길 정말 신나네요.’ 시작과 끝의 가사가 이런 내용이다. 인생 후반기도 생각해 볼일이다. 더욱 열심히 살면서 하늘가는 길도 닦아야 하지 않을까. 나는 일찍부터 5년 내지 10년을 내다보면서 살아 왔다. 지방에서 태어나 자란 곳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서울에서 공부 할 생각을 남보다 일찍 했다. 남편과 결혼을 결정하는데도 그의 말단 자리보다는 10년 후 진급 할 자리를 바라보았다. 자녀들 교육도 5년 후를 내다보면서 뒷바라지를 했다. 그들은 나아보다 앞서 나갔다. 그레이스 힐 이사도 앞을 내다보고 결정했다. 지금 창밖의 철쭉동산은 꽃이 만발하여 봄의 무대에서 패션쇼를 하고 있다. 벌써 벚꽃 잎은 바람에 날린다. 노래처럼 너희들은 꽃이 진다해도 무슨 걱정이냐. 명년 봄이 돌아오면 다시 피지만 우리 인생은 한번가면 그만인데! 이사하면 하루하루를 금실로 수를 놓는 그레이스 힐 여인이 될 것이다. (11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