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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잽이를 마친 얼레빗에 개구리 세마리가 연잎 위에서 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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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빗 만드는 일로 6대째 내려오는 국내 유일의 '얼레빗 장인'이 있다.
계룡산 갑사 근처에 사는 이상근(48) 명인은 연산의 대추나무 때문에 갑사로 이사온 지 25년이 넘었다. 이 명인은 사대부 집안에서 쓰는 공예품을 만들던 장인의 혈통을 이어받았다. '국가지정 민족고유기능 전승자(2003년)'인 이 명인은 조상 대대로 얼레빗을 만들던 집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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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레빗 명인 이상근 선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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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대와 4대 조부께서 공조참의와 공조참판을 지내셨고, 증조부와 조부께서 공조선공감을 지낸 분으로 대대로 공예품을 만드는 가문에서 태어났다.
이 명인은 경북 예천에서 4형제 중 막내로 태어났는데, 아버지께서 목재를 따라 강원도 태백으로 이사를 해 어린 시절부터 청년기까지 태백에서 생활했다. 4형제 중 가문의 혈통을 이어받은 것을 안 것은 초등학교 때이다.
“초등학교 시절에 강원도 태백에 살았는데, 선친의 작업장에서 손수 총과 칼 등을 만들어 동네 친구들에게 과자와 사탕 등으로 바꿔 먹기도 했습니다. 선친께서는 제가 목공장이 되는 것을 반대하셨습니다. 선조들께서는 공예품을 만드는 일로 벼슬까지 한 집안이었지만 선친 때는 공예품을 만드는 일로는 생활이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제가 손재주가 있는 것을 아시고는 별로 탐탁지 않게 여기셨습니다. 그래도 틈틈이 선친 일을 도우며 어깨 너머로 나무 다루는 일을 익혔습니다.”
이 명인은 교사가 되기를 원한 선친 뜻을 거스를 수 없어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경북 봉화의 신광여상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40여일 만에 교사직을 그만두고 분필 대신 톱과 대패를 잡았다. 이때부터 이 명인은 가문의 핏줄에 흐르는 '장이의 피'를 거스를 수 없는 운명으로 여기고 전국을 떠돌며 공방에서 일을 했다.
선친은 이를 매우 못마땅하게 여겼지만 이 명인이 1983년경 전국공예품경진대회에 얼레빗을 출품하여 상을 받자 “빗으로도 국가에서 상을 주냐?”며 타고난 재능과 가문의 핏줄에 흐르는 운명을 인정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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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잎 속에서 노는 개구리들. 조각을 다 새기고 동백기름을 바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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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결혼 풍습에는 청혼 때 남자 집에서 사주함에 빗을 넣어 보냅니다. 여자 집안에서 이 빗을 받으면 결혼을 승낙하는 허혼의 의미가 있습니다. 여자가 받은 그 빗으로 머리를 정갈하게 하고 신랑을 기다린다는 뜻이 담겨져 있습니다.
우리 빗은 크게 참빗과 얼레빗으로 나눌 수 있는데, 얼레빗의 종류는 다시 용도와 모양에 따라 6가지로 구분합니다. 긴 머리를 빗을 때 반달빗, 상투를 손질할 때는 상투빗, 여자가 머리 한가운데 가르마를 탈 때는 가르마빗, 귀밑머리를 정리할 때는 면빗, 빗살이 한쪽은 성글고 한쪽은 촘촘하여 여러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음양소, 망건을 썼을 때 살짝 삐쳐 나온 머리카락을 정리할 때는 살적밀이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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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얼레빗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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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명인은 머리를 손질할 때 쓰는 얼레빗을 그냥 단순한 장신구로만 보는 게 아니라 우리 조상들의 삶이 들어있고, 그 속에는 지혜가 담겨져 있으며 예술적인 안목이 배어있는 삶의 벗이자, 인생이라는 여행 속에서 만난 동반자로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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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레빗이 형태는 비슷하나 똑같은 작품은 없다. 모든 작업을 손작업으로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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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빗이 탄생하기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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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레빗을 만드는 과정과 도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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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레빗은 생김새가 반달 모양처럼 생겨 월소(月梳)라고도 한다. 크기가 다양하며 빗살이 성글다(얼레: 촘촘하지 않고 성글다). 촘촘한 참빗과는 모양이 확연히 다르다. 얼레빗은 긴 머리 손질에 알맞으며 크기가 작은 것은 마무리 손질 때나 휴대용으로 이용하였다.
재질은 대부분 박달나무, 대나무, 소나무, 대추나무 등이 많이 사용되었는데 이 명인은 80~100년 정도 된 대추나무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대추나무는 육질이 단단할뿐더러 색깔도 검붉어서 장신구로 사용하기에 좋다.
예전에는 제주도의 해송이나 유자나무로 얼레빗을 만들어 쓰면 병을 고쳐주고 귀신을 쫓는다 하여 인기가 있었다. 그러나 해송을 구하기도 어렵고 유자나무도 종자가 개량되어 굵은 나무를 얻기가 쉽지 않아 대추나무를 주고 사용한다. 삼국시대나 고려시대에는 거북껍데기, 상아, 뿔, 은, 굵은 털 등으로 작게 만들어 무늬를 새기거나 칠을 하여 머리에 장식으로 꽂기도 하였다.
얼레빗을 만드는 과정은 80~100년 이상 되어 직경 10㎝ 정도 되는 목재(주로 대추나무)를 구해서 찌는 작업을 거친다.
① 목재를 두께 2~3㎝ 정도 되게 하여 손바닥만하게 자른다. ② 원하는 모양으로 본을 뜬다. ③ 톱날이 두개 달린 톱으로 빗살을 낸다. ④ 줄로 살잽이(빗살 다듬기)을 한다. ⑤ 조각과 장식을 올린다. ⑥ 매끄럽게 마감을 한다. ⑦ 동백기름이나 피마자유를 묻힌다. ⑧ 얼레빗 완성
조각이 없는 것은 하루에 40~50개, 조각이 있는 것은 하루 10여개를 만들 수 있고 특별한 것은 한 개 만드는데 10~30일 정도 걸리는 것도 있다고 한다.
이상근 명인의 얼레빗 판매장은 공주 마곡사 경내에 있다. 가격은 작품에 따라 1만~수백만원 하는데, 보통 집에서 쓸 수 있는 것은 3~4만원이면 멋진 조각이 새겨진 얼레빗을 구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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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빗이 아니라 예술작품이네요.
정성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것이네요.
와우~ 조각이 넘 멋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