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김동완...."
금새라도 울음을 터뜨릴듯,
동완의 교실에 찾아온 지연은...
동완에게 불쑥 편지를 내민다.
"이게..뭔데?"
지연의 얼굴과 편지를
번갈아 보던 동완이
불안한 듯, 조심스럽게 물었다.
"...윤아...오늘 가면서...
...전해 달라고...."
지연은 결국 말끝을 흐리며
편지를 내밀고는
뜷어져라 동완을 바라본다.
그 말에
동완은 편지를 낚아채어
서둘러 내용물을 펼쳤다.
낯익은 글씨체가 눈에 들어온다.
곳곳에 잉크가 번진 자국은...
아마...눈물 자국...이겠지.
To.동완오빠
오랜만에...쓰는 편지죠?
1년만인가...
아마 이 편지도...
오빠한테 직접 전해주진 못할 것같네요...
오빠 얼굴 보면 미련 생길테니까....
혹시라도...
떠나지...못하게 될까봐....
어제...
왜 왔냐고 물었죠?
아빠..엄마가 이혼을 했었어요...
아무리 원수같은 아빠 엄마였지만...
그래도 막상 헤어진다는게...
너무 받아들이기 벅차서....
그냥..오빠 보러 올라 왔던거죠...
예전처럼
오빠 보면 편해질수 있을거란 생각에.
그리고 한가지 사실만은
분명히 깨닫고 가요....
오빠와 펜팔을 했던 '마리아'는
...이미 오래 전에 죽은거라는...
오빠...마음 속에서
이제 더 이상 들추어 내서는 안된다는.
그래서 이제 혼자 일어서야 한다는 거....
더 이상 오빠에게 손 내밀면 안된다는 거....
윤아는 이제야..알고 돌아서요.
"윤아 언제 갔니?"
편지를 읽던 동완이
자신을 조마조마하게 바라보고 있던 지연에게
황급히 물었다.
"아까...
내가 너한테 인사하구 가라고 붙잡았는데-
기차 시간 다 됐다고-"
지연의 말이 채 끝맺기도 전에
동완은 교실을 뛰쳐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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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가 서울역에 닿자
손에 집히는 데로 택시비를 치른 동완이
서둘러 역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부산...부산..."
기차 시간표를 재빠르게 흝어나가던 동완이
역원에게 묻는다.
"저 미안하지만-
부산행 기차...."
"10분전에 떠났는데요?"
역원이 조금 안쓰러운 눈초리로
동완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음 기차는...
삼십분 뒤에 있을건데요.."
기차를 놓친 사람으로 오해한걸까,
역원은 친절하게 설명까지 덧붙였지만
동완의 귀에는
이미....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다.
'...민..윤아...!!!'
순간 동완의 입에서
윤아의 이름이 탄식처럼 새어나온다...
처음으로....
확연히 정리되는 듯하다....
언제나...
자신을 좇고 있던 검은 눈망울.
자신을 향해 활짝 지어주던 미소...
아무 불평 없이 감내했던 기다림...
그게 어떤 의미였었는지...
열일곱살 꼬마가...
자신의 사랑을 표현했었던 방법을.
알아..주길 원했던거지...?
니가
...마리아...라는 걸....
미안...하다....
미안...해....민윤아...
하얀 백지처럼...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 동완의 머릿속을
아까 읽었던 편지 문구들만이 떠올라...
빼곡히 채우기 시작했다.
윤아는 괜찮아요.
오빠 봤으니까..
거기다 오빠랑 한 지붕 아래
살아보기까지 했잖아요....
다만...
오빠에게 상처 준 거 아닌지 걱정되네요.
그냥
아무 말 없이 살아가면 되었을걸...
괜히 오빠 옛 기억 들추어 내어..
오빠 아프게 해서 미안해요....
혹시라도...
너무 힘들어...오빠 찾아오면....
그 땐 반갑게 맞아 줄 수 있으세요?
...그 땐...
마리아가 아닌....민윤아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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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대백과사전 <93> - 동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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