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태어나 유대 혈통을 숨겼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유전체 연구를 진행한 스페인 과학자들이 주장했다고 영국 BBC가 13일 전했다.
1492년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해 유럽의 침략 역사에 첫 발을 내딛은 콜럼버스가 이탈리아 제노바의 양모 길쌈꾼(wool weaver) 집안 출신이란 것이 학계에 정설처럼 전해졌는데 이번에 유전자 검사를 통해 다른 가설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이번 연구진은 발렌시아에서 그가 태어났으며 종교적 박해를 피하기 위해 유대 혈통을 숨기고 가톨릭으로 개종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스페인에는 30만명 정도가 유대교를 신봉하며 살고 있었는데 무슬림과 어울려 지내기 전에 가톨릭으로 개종하든지 아니면 이 나라를 떠나도록 양자택일하라는 명령이 1492년에 떨어졌다.
콜럼버스는 같은 해 스페인 왕실의 지원을 등에 업고 아메리카 대륙에 처음 발을 들였다. 주류 역사 책들은 그를 제노바 출신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정말 그런지 증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많은 나라와 지역들은 자기네 땅에서 태어났다고 주장해 왔다. 20년 넘게 이 문제를 연구해 온 과학자들은 콜럼버스의 출생지를 둘러싼 논란을 끝낼 충분한 증거를 모았다고 말한다.
2003년에 스페인 그라나다 대학 검시의학과 호세 안토니오 로렌테 교수와 역사학자 마르샬 카스트로는 세비야 성당에 묻힌 콜럼버스의 유해로 추정되는 것으로부터 유전자(DNA) 샘플을 추출했으며 그의 아들 에르난도와 형제인 디에고의 뼈들로부터도 DNA를 추출했다. 그 뒤 그들은 다른 나라, 지역 출신 역사적 인물들의 그것과 대조한 뒤 기술적으로 진전된 방법으로 그 결과를 교차 증명했다.
그 답이 스페인 국영방송 RTVE가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도착을 기념하는 스페인 국경일인 12일 밤 늦게 방영한 다큐멘터리를 통해 공개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고 BBC는 방송 전에 전했다. 특기할 점은 RTVE가 ' Colón ADN. Su verdadero origen(Columbus’s DNA: His true origins) ' 다큐를 “다큐멘터리 스릴러”라고 소개한 점이다. 포렌식 팀은 연구 결과를 미리 공개했는데 세비야에서 발굴된 유해는 정말 콜럼버스의 것이 맞다고 확인했다. 도미니카 공화국은 오랫 동안 산토 도밍고 시에 그의 시신과 영묘가 안치돼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 이번 연구 결과를 설명하면서 로렌테 교수는 “우리는 새로운 기술을 이용해 모든 의심을 뛰어넘어 세비야의 유해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것이란 예전에 증명되지 않았던 가설을 증명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연구팀은 그의 유해 일부가 이 프로젝트에 협조하지 않은 도미니카 공화국에 있을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콜럼버스의 출생지가 가장 큰 수수께끼다.
그는 1492년 극동으로의 새 항로를 개척하라는 스페인 가톨릭 왕조의 명령을 받아 탐사를 이끌었다. 그는 극동이 아니라 카리브해에 당도해 유럽과 아메리카가 접촉하는 시대를 열었고 결과적으로 이 일은 유럽인의 정복과 정착으로 이어져 수백만 원주민들에게 전염병과 전쟁이란 악몽으로 밀어넣었다.
콜럼버스는 1506년 스페인 북부 바야돌리드에서 병으로 죽었다. 그는 카리브해의 히스파놀라 섬에 묻히길 원했는데 지금 아이티와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갈라졌다. 그의 유해는 1542년 히스파놀라 섬으로 옮겨져 안장됐다가 몇 세기 뒤에 쿠바로 옮겨진 뒤 다시 최종적으로 세비야 성당 안에 안치됐다.
그런데 그가 폴란드, 영국, 헝가리와 그리스, 포르투갈, 스칸디나비아 등에서 태어났다는 주장이 대략 25 갈래로 나온다. 로렌테 교수 팀은 출생지 후보군을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8개로 간추려 이들 지역에 친척을 뒀던 개인들의 DNA와 콜럼버스의 것을 대조했다. 스페인 북서부 갈리시아와 발레아리 제도의 마요르카섬도 후보군에 들었는데 특히 마요르카는 페르디난드 왕의 형제로 그의 항해를 승인한 비아나 왕자의 사생아란 가설 때문이었다.
지중해에 면한 발렌시아 항구 출신 유대인이란 가설도 있는데 변덕스러운 스페인 가톨릭 왕실로부터 박해를 받았을 때 그가 유대인 구역에 몸을 숨기려 했다는 사실이 영향을 미쳤다.
RTVE는 방영 전에 결정적인 실마리를 제공했는데 그 결과가 콜럼버스에 대해 "우리가 연구한 모든 것을 확 뒤집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로렌테 교수는 성명을 통해 자신의 팀은 “여전히 아주 중요한 최근 데이터를 분석 중"이라며 다큐멘터리 콘텐트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며 과학적 중요성을 갖고 있어 다음달 최종 결과와 함께 다시 소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