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예방 위한 아스피린 복용, “효과 충분히 입증되지 않아”
- 일부 고위험군 및 완치 환자에게만 효과 있어
- 혈전 예방 작용으로 인한 출혈 위험 증가에 주의
한국보건의료연구원(원장 이재태, 이하 NECA)은
대장암 예방을 위한 아스피린 복용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대장암 발생률이 높은 나라 중 하나다.
남녀 모두 발생률 2~3위에 해당할 정도다.
초기 단계인 1~2기에 발견될 경우, 약 90% 이상의 완치 가능성을 보이기 때문에,
정기 검진 등을 통한 조기 발견 및 치료가 중요하다.
최근 아스피린이 대장암 예방에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발표된 바 있다.
본래 아스피린은 해열제나 혈전 예방, 염증 치료 목적으로 사용되는 비스테로이드성(NSAID) 약물이다.
그러나 아스피린이 대장암을 예방하는데 효과가 있는지, 충분히 안전한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있다.
이에 NECA에서는 아스피린이 대장암 예방 효과가 있는지, 안전성을 갖추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분석을 진행했다.
아스피린과 대장암 예방의 관계
아스피린은 약국에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약품 중 하나다.
해열제, 혈전 예방, 염증 치료 기능이 있다.
해열제는 현재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인 타이레놀이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아스피린은 주로 혈전 예방, 관절염과 같은 염증성 질환 치료 목적으로 사용된다.
아스피린에 대장암 예방 효과가 있다는 것은 아스피린의 염증 억제 작용으로 인해 나온 말이다.
염증성 장 질환 등 대장에 생긴 염증이 대장암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를 토대로, 아스피린의 항염증 기능이 주목받은 것이다.
또한, 아스피린은 세포 성장을 억제하는 기능도 한다.
이를 토대로 종양이 생기고 자라는 것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으로 아스피린의 장기 복용이 대장암 발생률을 낮춘다는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일반인 대상으로는 ‘근거 부족’
NECA에서는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출간된 19편의 ‘문헌고찰’을 분석하는 방법으로 진행했다.
문헌고찰이란 전 세계에서 수행된 연구를 모아 종합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연구를 말한다.
즉, 여러 연구를 모아 분석하여 결론을 도출한 문헌고찰들을, NECA가 다시 모아서 분석한 것이다.
NECA의 문헌고찰 분석은 ‘일반인’과 ‘대장암 고위험군’, ‘대장암 진단 후 치료 중이거나 완치된 환자군’까지
세 그룹으로 나누어 진행했다.
분석 결과, 가장 먼저 ‘일반인’ 그룹에서는 아스피린이 대장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입증할 만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고위험군 대상으로는 일부 효과 있어
다음으로, 대장암 고위험군 중 과거 ‘대장선종’을 진단받았거나 용종 제거술을 받은 적이 있는 사람의 경우,
아스피린을 복용했을 때 대장선종의 재발 위험이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대장선종은 ‘선종성 용종’이라고도 불리며, 대장에서 발생하는 양성 종양의 대표적인 형태다.
본래 양성 종양은 성장 속도가 느리고 주변 조직을 침투하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대장선종은 예외인 경우가 많아 시간이 지나며 악성으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대장암 발병의 95%가 이러한 대장선종으로부터 발생한다는 통계가 있기 때문에,
정기 검진 등을 통해 대장선종이 발견될 경우 조기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전적 고위험군의 경우, 일부 연구에서 아스피린 복용 후 대장암 발생 위험이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보편적인 효과를 입증하기에는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 린치 증후군이 이에 해당한다. 린치 증후군은 유전자 변이로 인한 유전 질환으로,
대장을 비롯한 여러 장기에 암을 발생시키는 질환이다.
염증성 장 질환은 아스피린과 무관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등을 비롯한 염증성 장 질환의 경우 아스피린 복용이 대장암 발생 위험 감소와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궤양성 대장염의 경우, 병변 범위가 넓고 장기간 질환을 겪은 경우 대장암 발생률이 높았다.
대장암 진단 후 치료 중이거나 완치된 환자군의 경우, 아스피린 복용 시 대장선종의 재발 위험이 감소한다는
일부 연구 결과가 있었다.
총 19편의 문헌고찰에 포함된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본 바,
일부 연구에는 특정 위험군 대상으로 아스피린이 대장암 발병 위험을 감소시킨다는 보고가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연구에서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거나 무관하다고 알려져,
아스피린 복용이 대장암을 예방한다는 결론을 내리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복용 시 출혈 위험 높아
한편, NECA는 대장암 예방을 위한 아스피린 복용이 안전한지 여부를 검토한 결과도 발표했다.
일반인과 고위험군을 모두 포함하여, 아스피린을 복용한 그룹과 복용하지 않은 그룹으로 나눠서 분석했다.
그 결과, 아스피린 복용 그룹이 1.44배~1.77배까지 위장관, 뇌출혈 등 출혈 위험이 커진 것으로 확인됐다.
아스피린은 혈소판 응집을 억제함으로써 혈전이 생기는 것을 예방하는 작용을 한다.
이러한 메커니즘으로 인해 출혈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NECA는 이를 토대로 만성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거나 고령자일 경우 아스피린 복용에 주의가 필요하며,
반드시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처방을 받아 복용할 것을 권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