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물고기 두 마리와 빵 다섯 개로 군중을 배불리 먹이신다.
이것은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만나를 마련해 주신 것과 같은 장면을 떠올리게 하며,
오늘날 구원의 여정을 걷고 있는 신약의 하느님 백성에게
힘과 용기와 사랑을 주는 성체성사의 예표이기도 하다
( 마태 14,13-21).
“나눔이 결코 물질적인 것이 아님을 다시 깨달아 봅니다.
내가 먼저 알고 있는 것을 가르쳐 주는 것,
내가 할 줄 아는 것을 다른 이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
내가 먼저 얻은 것을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어 갖는 것……
나는 나눌 것이 없는 것만 같았는데
그러고 보니 나눌 것이 넘치도록 많았습니다.
<중략>
나누면서 제가 더 풍요로워짐을 느낍니다.
제 것을 나누어 주었는데도 아무것도 줄어들지 않고
자꾸만 자꾸만 나눌 것이 더 많이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모든 이가 이 시대의 가장 아름다운 사제로 기억하는
이태석 신부님이 남기신 글입니다.
신부님은 아프리카 톤즈에서 가난한 이들을 도우시면서,
가진 것을 나눌수록 오히려 풍요로워지는 것을 깊이 체험하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배고픈 군중을 보시고
제자들에게 먹을 것을 나누어 주라고 말씀하십니다.
제자들이 “여기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밖에
가진 것이 없습니다.” 하고 대답합니다.
‘우리가 먹을 것도 없는데 남 줄 것이 어디 있느냐.’는
볼멘 대답처럼 들립니다.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밖에 없습니다.’와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나 있습니다.’는 크게 다릅니다.
이것은 마치 사막을 건너는 사람이 ‘물이 반병밖에 없네.’ 하고 걱정하는 것과
‘아직도 반병이나 남았네.’ 하고 여유를 갖는 것에서 느끼는 차이입니다.
지금 가진 것이 아니라 생각의 차이가 삶을 풍요롭게도 하고 빈곤하게도 합니다.
어떤 삶을 살지는 우리 자신에게 달렸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보잘것없는 것을 통하여 당신 백성에게 큰일을 해 주셨습니다.
우리의 능력과 가진 것이 제아무리 부족하고 초라해도
참으로 주님께 봉헌하는 삶이 될 때, 주님께서는 그것을 사용하시어,
다른 사람들에게 크나큰 사랑의 일을 하십니다.
가진 것을 나누는 사랑의 신비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사랑은 나누면 나눌수록, 그 기쁨이 삼십 배, 육십 배, 백 배로 커집니다.
우리의 기술과 경제적 능력, 사회적 여건 등이
보잘것없다고 생각되는 순간이 오더라도 결코 실망하지 맙시다.
예수님께 의지하고 그분의 뜻대로 살겠다며 우리 자신을 봉헌한다면
우리는 세상의 양식, 곧 빵과 물고기가 될 것입니다.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마태14,16)
주님께서는
당신께서 행하시기 전에
항상
우리에게 먼저
선행의 기회를 주신다네.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는 기적을
보여주시기 전에도
제자들에게
기회를 주시어
굶주린 당신의 자녀들을
사랑하게 하셨다네.
- 김혜선 아녜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