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전철로 허리가 뚫릴 ‘천성산을 살려달라’며 부산시청 앞에서 목숨을 건 39일의 단식을 단행한 지율 스님, ‘새만금 갯벌의 생명을 살려달라’며 지난달 28일부터 전북 부안 새만금 갯벌에서 서울까지 세 걸음 걷고 한 번 절하는 초인간적 고행을 문규현 신부와 함께 하고 있는 수경 스님, 순환도로가 관통할 예정인 ‘북한산을 살려달라’며 서울 견지동 조계사 앞에서 릴레이 농성 중인 비구니 스님들….
올곧게 수행해온 은둔 수행자들이 생명을 살리려고 거리로 나서고 있다. 인드라망생명공동체를 이끄는 실상사 도법 스님과 불교환경교육원을 이끄는 법륜 스님이 생명 운동에 불을 지핀 이래 ‘생명과 생태’는 불교계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맞춰 세계 최대의 불교 종립대학인 동국대가 개교 100주년(2006년)을 앞두고 ‘불교 생태학’의 세계적인 메카로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혀 주목된다.
홍기삼 총장은 “기독교가 이성의 추구를 바탕으로 과학문명을 일궈냈지만 지구황폐화와 오염 등 생태파괴를 낳은 반면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인식한 사유를 발전시켜온 불교는 생태적 조건의 개선을 위한 치유적 학문으로 논의될 여지가 충분하다”며 ‘불교생태학 프로그램’을 밝혔다.
이에 따라 동국대는 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불교문화연구원에 불교생태학연구부를 두고 독서·토론 그룹과 학제 간 교류를 통해 불교 생태학의 토대를 마련하고, 장기적으로 사찰 환경 윤리 지침을 개발하기로 했다.
서윤길 불교문화연구원장은 “불교생태학이 불교와 관련학문의 관심사안을 교류.공유하는 학문분야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동국대는 또 2006년부터 불교생태학에 대한 한글과 영어 2종의 저널을 발행하고, 세계적인 생태운동가 등을 초청해 강의를 맡기기로 했다. 동국대는 이와 함께 시민환경대학과 청소년 불교생태학교 등을 운영하며, 2006년엔 ‘세계 환경 영화제와 음악제’도 개최할 계획이다.
동국대는 이 계획의 첫 시도로 2일 오후 1시 동국대 다향관 세미나실에서 ‘부처님 오신 날’ 기념으로 ‘불교생태학 그 오늘과 내일’의 학술세미나를 연다. 세미나에선 구승회 교수(동국대 문화윤리학과)가 ‘현대 생태사상의 경향과 전망’을, 류승주 연구원(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이 ‘불교생태학의 현주소’를, 최종석 연구원(동국대불교문화연구원)이 ‘불교생태학의 가능성과 필요성’을, 박경준 교수(동국대 불교학과)가 ‘불교생태학 프로그램의 발전적 추진방향’을 각각 발제한다.
조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