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6일 목요일 (홍) 성 바오로 미키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조재형 신부
복음;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6,7-13 <예수님께서 그들을 파견하기 시작하셨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7 열두 제자를 부르시어 더러운 영들에 대한 권한을 주시고, 둘씩 짝지어 파견하기 시작하셨다. 8 그러면서 길을 떠날 때에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빵도 여행 보따리도 전대에 돈도 가져가지 말라고 명령하시고, 9 신발은 신되 옷도 두 벌은 껴입지 말라고 이르셨다.10 그리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디에서나 어떤 집에 들어 가거든 그 고장을 떠날 때까지 그 집에 머물러라.11 또한 어느 곳이든 너희를 받아들이지 않고 너희 말도 듣지 않으 면, 그곳을 떠날 때에 그들에게 보이는 증거로 너희 발밑의 먼지를 털어 버려라.”12 그리하여 제자들은 떠나가서, 회개하라고 선포하였다.13 그리고 많은 마귀를 쫓아내고 많은 병자에게 기름을 부어 병을 고쳐 주었다.
콜로라도에서 달라스 오는 길에 문자를 받았습니다. 며칠 전에 병자성사를 드린 형제님이 위독하다는 문자였습니다. 저는 공항에 도착해서 바로 호스피스 병원으로 가겠다고 했습니다. 호스피스 병원에 입원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맞아야 한다고 합니다. 환자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야 하고, 가족이 돌볼 수 없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렇지 않고 호스피스 병원에 입원하면 보험에서 비용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형제님은 스스로 할 수 있는 상황이 안 되었습니다. 가족이 돌 볼 수 있는 상황도 안 되었습니다. 병원에 도착하니, 형제님은 의식은 없었지만,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습니다. 저는 가족들과 함께 기도하였고, 형제님을 위해서 병자성사를 드렸습니다. 하느님의 자비와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청하면서 기도했습니다. 형제님을 위해서 병자성사를 드릴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렸습니다. 대전에는 단일 제과점으로 매출 100억 원이 넘는 제과점이 있습니다. 제과점 이름은 ‘성심당’입니다. 성심당은 대전의 작은 찐빵 가게로 시작해 현재는 지역을 대표하는 빵집으로 성장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예수님께서 비유로 말씀하신 겨자씨의 비유를 떠올리게 합니다. 작은 겨자씨가 자라서 큰 나무가 되어 새들이 깃들일 수 있는 안식처가 되듯, 적은 노력이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 큰 결실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성심당은 지역 사회와의 연대를 강조하며 나눔을 실천해 왔습니다.
어려운 이웃에게 따뜻한 빵을 나누고, 공동체와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예수님의 섬김의 모범을 따라갔습니다. 이는 “너희 가운데 가장 작은 사람이 가장 큰 사람이다.”라는 말씀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모습입니다. 성심당은 한결같은 품질과 정직한 경영으로 신뢰를 얻었습니다. 정직함과 꾸준함은 하느님께서 기뻐하시는 삶의 자세이며, 바오로 사도는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하였습니다. 성심당의 이야기는 일상의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다하고, 그것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신의 자리에서 맡은 바 임무를 하느님께 봉헌할 때 그분의 영광이 드러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뽑으셨습니다. 갈릴래아 호숫가에서 고기 잡던 어부들에게 ‘사람 낚는 어부’가 되도록 해 주셨습니다. 제자들은 그물을 버렸고, 배를 버렸고, 가족들을 떠나서 예수님과 함께 하느님 나라 운동을 시작하였습니다. 권위 있는 예수님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권능, 지혜, 기적, 말씀’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제자들을 파견하셨습니다. 제자들은 돈이 없어도, 지팡이가 없어도 두려움 없이 복음을 전하였습니다. 병자들을 치유하였습니다. 마귀를 쫓아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함께하신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신앙의 본질은 거룩하게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도 “하느님께서 거룩하시니, 여러분도 거룩한 사람이 되십시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삶의 자리에서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는 사람은 거룩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삶의 자리에서 자기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욕심을 부리는 사람은 거룩한 사람이 아닙니다. 세상 속에서 살지라도 하느님의 뜻을 먼저 찾으면 거룩한 사람이 됩니다. 직책과 직분은 거룩함의 필요하고 충분한 조건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사람이면 누구나 거룩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이제 곧 교구 인사이동이 있습니다. 사제들이 새로운 곳으로 떠날 것입니다. 정들었던 곳을 떠나는 것은 아쉬움입니다. 새로운 곳으로 향하는 것은 긴장과 설렘입니다. 이것은 모든 사제가 받아들여야 하는 과정입니다. 사제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입니까? 복음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사제는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서 말씀을 가까이 해야 합니다.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서 시대의 징표를 알아야 합니다.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서 영적으로 강해야 합니다.
영적인 힘은 기도에서 시작합니다. 사제는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서 겸손해야 합니다. 선포한 말씀을 행동으로 옮겨야 합니다. 이것을 충실하게 실행한다면 사제가 있는 자리는 꽃자리가 될 것입니다. 물질 만능주의, 자본 만능주의, 개인 만능주의라는 마귀를 쫓아내야 합니다. 모두가 그곳을 향해서 가기에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가난의 영성을 살아야 합니다. 2000년 교회를 이끌어 온 것은 화려한 성전과 법이 아닙니다. 가난을 실천하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영성가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나아간 곳은 시온산이고 살아 계신 하느님의 도성이며 천상 예루살렘으로, 무수한 천사들의 축제 집회와 하늘에 등록된 맏아들들의 모임이 이루어지는 곳입니다. 제자들은 떠나가서, 회개하라고 선포하였다. 그리고 많은 마귀를 쫓아내고 많은 병자에게 기름을 부어 병을 고쳐 주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미주 달라스 성 김대건 안드레아성당/ 조재형 가브리엘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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