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진 언덕길을 오르며 바라보는아기자기한 이화동 카페들이 가을 한낮의 운치를 더한다. 계속해서 이정표를 따라 걸어가면 낙산정이 보인다.
“낙산을 한국의 몽마르트 언덕이라고 하는데요. 여러분이 보시다시피 산 모양이 낙타의 등과 같다고 해서 낙타산 또는 낙산으로 불렸습니다.” 이처럼 선비 해설사의 낙산 이야기를 통해 보통 정자를 팔각정이라고 부르는 이유와 그 모양에 따른 차이까지 알 수 있어 더욱 뜻깊은 시간이 되었다.
해설사가 준비해온 자료 덕분에 ‘홍덕이 밭’ 이야기가 더 기억에 남는다. ⓒ이정민
낙산정 맞은편에 ‘홍덕이 밭’이라고 적힌 작은 밭이 있다.
“영화 <남한산성> 보셨나요?” 해설사가 직접 가져온 스마트 패드 화면을 통해 당시 시대상을 알 수 있는 부분을 짧게 보여준다. “병자호란 때 봉림대군이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가서, 그를 모시던 나인 홍덕이 채소를 가꿔 김치를 담가 드렸다고 해요.” 귀국 후에도 그 맛을 잊지 못한 효종이 낙산 중턱의 채소밭을 나인에게 주고 그곳을 ‘홍덕이 밭’이라 했다는 설명이다.
한양도성의 축성 시기에 따른 돌 모양의 차이에 대해 진지하게 듣고 있는 참가자들 모습 ⓒ이정민
출발한 지 50분이 넘었지만, 서울선비의 구수하고 재미있는 옛 이야기에 가을 산책길이 즐겁기만 하다.
한편 외부 산책길 쪽에서 바라본 한양도성의 외관은 안에서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앞서 해설사가 말한 축성 시기에 따른 돌 모양의 차이가 제대로 보이는 것 같다. “저쪽 하늘에 무지개가 떴네요.”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 해설사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리고 그 모습을 담기 위해 다들 손놀림이 바빠진다.
‘낙산풍류’의 최종 코스인 낙산전시관 앞에서 기념품과 시원한 매실차를 나눠주고 있다. ⓒ이정민
오후 5시가 조금 넘어서 ‘낙산풍류’의 최종 코스인 낙산전시관 앞에 도착했다. 행사 스태프들의 안내에 따라 참가자들이 서울공원 유람단의 신청 QR코드를 확인하고 있다. 그곳에서 간단한 기념품과 시원한 매실차를 한 잔씩 받아 들고, 미리 마련된 무대 앞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공연 시작 전, 산책 코스를 무사히 마쳤다는 뿌듯함과 각자 편안히 쉬어가는 이 시간이 평온하게 다가온다.
서울 공원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더 많이 알리고 싶다는 김도유 대표 ⓒ이정민
“서울공원 유람기는 서울의 공원마다 숨겨진 이야기들을 보다 입체적으로 경험하실 수 있도록 기획한 프로그램입니다. 앞으로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더 많이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이 행사를 주관한 김도유 대표의 말이다. 지난주 선유도 공원 프로그램 참가자들 중 3명을 이곳에서 만났다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싱어송 라이터 정민아 씨의 국악공연이 행사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이정민
이날 마지막 순서로 싱어송 라이터 정민아 씨의 국악공연이 있었다. 첫 곡 <바람 속을 걷다>로 문을 연 그녀의 가야금 연주가 관객들의 마음을 흔든다. 한양도성을 둘러보고 국악공연까지 즐기는 '낙산풍류'의 운영 일정은 9월 9일, 10월 7일, 10월 14일 진행 예정이라고 한다.
낙산공원 입구에서 보이는 낙산의 상징 좌청룡 ⓒ이정민
이 외에도 ‘서울공원 유람기’ 하반기 프로그램은 ▴명일근린공원에서 차문화의 황금기 고려시대 다례문화를 체험하는 ‘명일다례’(9월 16일/3회 운영), ▴영등포공원에서 산업의 발전으로 서식지를 잃은 동물들의 이야기를 만드는 ‘영등포 동화’(10월 28일/3회 운영), ▴용마근린공원에서 서울공원 유람기 가족들과 함께하는 ‘용마운동회’(11월 11일/6회 운영), ▴향림근린공원에서 가을 농작물의 파동과 리듬을 음악으로 즐기는 ‘김치 오케스트라’(11월 18일/3회 운영) 등 6개소에서 운영된다. 서울시 공공서비스 예약에서 선착순으로 진행 중이며, 예약 취소분에 한해 현장 신청도 가능하다.
서울공원유람기
○ 누리집
○ 예약 :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
○ 낙산풍류 : 한양도성박물관→이화동마을길→낙산정, 흥덕이네밭→한양도성길 외부 산책길→놀이광장→국악공연(낙산전시관 야외무대)
○ 문의 : 02-549-2234(11:00 - 1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