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격이 좀 급한지라..급하게 올렸던 것, 댓글 참고해서 수정해봤어욤 ^^
솔직히..쓰고싶었던 대로 쓰니까..좀 길어지기는 했지만요, 끝까지 읽어주시면 그저 황송할 따름이죠..ㅎㅎ
앞부분은 굉장히 공들였던 부분이라 거의 안바꿨지만, 뒷부분은 좀 바꿨어요~
아직 미숙한 부분이 굉장히 많은 초보지만, 예쁘게 봐주세요♥
다 읽으신 후 댓글다는 센스-! ☆
소설 시작합니당 ^-^
*
유난히 추운 날이 지나고 올해 내리는 첫 눈이 나와 나의 남자친구 어깨에 살포시 떨어지고 있었다.
"은하야 추워?"
"아니~ 근데 너가 손잡아 주면 조금 덜 추울 거 같애~~"
"^^"
말없이 내 손을 꼭 잡아주는 승현이.
너무 좋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나와 승현이가 이런 관계가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저 같은 학원에 다닌 다는 것 말고는 전혀 관련이 없었으니까.
그렇지만 먼저 손 내밀어준 승현이 덕분에 지금의 관계까지 올 수 있었다.
그래서 난 지금의 승현이에게 참 많이 감사하고 있다.
나를 잡아줘서, 나에게 먼저 손내밀어 줘서 그에게 매우 감사하고 있다,
말없이 계속 앞을 내려다보는 승현이의 옆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잘생겼다,
뽀얗고 하얀 피부도, 멋부리지 않아도 늘 멋있는 머리도, 유난히 긴 속눈썹의 짙고 맑은 눈을 가진 승현이..
내가 쳐다보고 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짐짓 모른체하면서 계속 앞만 바라보는 승현이가
오늘따라 왜 이렇게 더 멋있어 보이는 건지..
"승현아.."
"..응?"
부드러운 목소리.. 오늘따라 진짜 내 옆에 있는 승현이가 감사할 따름이다.
"눈 이쁘다..그치?"
"..그러게..넌 무슨 똥개마냥 눈보면서 이렇게 좋아하냐?"
한가지 흠이라하면 입이 좀 험한 것이랄까..
"얘는..흠흠.. 내가 언제! 그렇게 똥개처럼 좋아했다 그러냐!!"
"얼굴 벌게져갖구 딱 맞구만 뭘, 야야 그만 일어나자. "
"..이..씨...야 그래 똥개 맞으니까 좀만 더 있다가자~~"
벌떡 일어나버린 승현이의 옷자락을 잡으면서 좀 칭얼대려고 하니,, 내 취향에 맞지 않는 애교를 떨어야할 것 같아서
그냥 최대로 귀여워보인다고 나름 생각한 표정으로 승현이를 올려다 봤다,
얼굴이 벌게지는 승현이..
내가 제대로 본거 맞나?? 평소에 얼굴이 벌게지기는 커녕 내가 애교를 떨때면
늘 토나온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못된 남친이었는데..
오늘..감기걸렸나보다,,
어쩔 수 없이 일어나서 승현이의 말대로 일어나려고 하는 그 때, 앉아버리는 승현이.
아니 오늘 왜이렇게 안절부절이야 !!
"승현아 ㅡㅡ 가자며. "
"응."
"가자며!! 똥개같다고 가자면서!! 그럼 가자구 가!! 왜 자꾸 이랬다 저랬다 안절부절 못하니!!"
"..."
말없이 역시나 벌게진 얼굴로 묵묵부답 약간 화난 것 같은 표정을 하는 승현이..젠장 화났나보다고 생각하며 내가 심했나 괜스레 미안해졌다.
"화났어?? 내가 말이 좀 심했어?? 그랬나??"
".."
점점 나한테 다가오는 승현이. 그리고는..
따뜻하고 부드러운..그런 느낌이 온 몸으로 번지는 듯 했다..
.
.
.
첫 눈 오는 날..
류은하 정승현 첫키스하다..
.
.
.
"볼에는 맨날 했는데, 느낌이 또 다르네~~ ㅎㅎ"
"에라이 변태새끼. 너 일부러 키스할라구 계속 안절부절 못했던 거지?? 늑대야 늑대!!"
"ㅡㅡ 왜이래 또. 시끄러워 조용히 갈 길 가자."
나보다 머리 한개 정도 더 큰 승현이가 내 어깨에 팔을 둘르면서 말했다.
항상 승현이가 말하길 나처럼 작은 애 어깨에 어깨동무하면 진짜 느낌이 좋단다.
나는 작으니까 알 수 없지만.
"네.네. 어깨동무하면 좋냐?"
"응 ^^ 느낌 굳이야. 너는 팔이 안닿아서 못하지?? 키가 작으니까~~ "
"ㅜㅜ 씨... 나 지금 작다구 놀리는거야??"
"아니야 아니야. 여자는 162 정도 되면 되지 뭐. "
"ㅡㅡ 미안하다. 나 157 이거든?? 이 손 좀 놔줄래?? 나 집에 들어갈꺼야, 메롱 !! "
" 야 !!"
키에 유난히 민감한 나의 콤플렉스를 늘 저렇게 사정없이 찌르는 승현이.
아무리 내 키가 157 이라는 걸 알려줘도 맨날 162 정도면 충분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승현이.
도대체 쟤 머리는 뭘로 되어있길래 저렇게 멍청한건지.
하긴..말은 이렇게해도 정승현은 너무너무 똑똑하다. 전교 1등을 놓쳐본 적이 없달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자식의 친구들은 죄다 일진들이다. 학교생활을 도대체 어떻게 하길래 그런 생활을 갖을 수 있는 건지.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약간 불안해 지는 것이, 여자관리다.
저 정도 얼굴에, 저 정도 머리에, 저 정도 인맥이면, 노는 애, 안 노는 애 할 것 없이 여자가 몰릴법도 한데..
(우리학교에도 승현이 쫓아다니는 여자가 꽤 많았고 그중에서도 굉장히 유명한 애가 있었다..)
도대체 학교얘기를 안 하는 저 애때문에 ... 그 얘기를 그대로 믿을 수 밖에 없긴 하지만..
승현이네 학교 축제 때 바쁜일이 있어 가보지 못했지만, 승현이가 노래 부를 때 그야말로 굉장한 인기였단다.
중간 고사나, 기말 고사, 각종 시험을 볼 때 후배들이 문 앞에서 승현이에게 초콜렛을 수도 없이 많이 준단다.
매일매일 고백문자는 기본으로 받는 단다.
많은 억측과 소문들을 매일같이 듣고 매일같이 마음이 불편해오지만, 그래도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그를 너무 많이 좋아하니까.
갑자기 오늘의 첫키스 생각에 얼굴이 붉어지면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엄마가 살짝 수상하게 여기기는 했지만, 나랑 승현이랑 사귀는 건 정말 극소수의 아이들 밖에 알지 못했다.
나는 살짝 떨리는 마음으로 침대에 누워서 잠을 청했다,
.
.
.
.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눈에 띈건 미친듯이 울리는 핸드폰,
승현이다.
이 자식 늘 태연한 척은 혼자 다 하는데, 이렇게 하루만 전화를 안받거나 문자를 씹거나 하면 난리가 난다.
어제 그런일이 있어서 그런가..뭔가 부끄러웠다.
다시 붉어지려는 얼굴을 붙잡고,지각하지 않기위해서 어쩔 수 없이 또 다시 미친듯이 울리는 핸드폰을 뒤로한채 하루 일과를 시작
했다.
.
.
.
"도대체 우리 지역은 왜 고교평준화를 실행하지 않는거야.. ㅠㅠ 아 진짜 사람 피곤하게 하네.."
"그러게.. 난 그래도 걍 연화고 쓸꺼야."
"그 젤 커트 높은 학교를?? 아악!!그럼 난 도대체 무슨 고등학교를 고르냔 말이야!!"
내 앞에서 발작하고있는 윤영아. 얜 공부는 꽤 하는데 너무 방정맞아서 큰일이었다. 이 지역에서 가장 좋은 학교를 들어가고도 남
을 성적인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날뛰는 걸 보고있으면, 진짜. 어이가 없다.
한참을 더 성적 얘기로 열을 올리면서 온 교실을 방방 뛰어다녔다.
이렇게 방정맞기는 하지만, 나름 나의 절친이다. 이 애가 나와 승현이가 사귀고 있는 것을 아는 극소수의 사람에 속한다.
그렇게 방방 뛰어다닌지 10분만에 수학선생님한테 한 대 맞고 다시 내 옆자리로 돌아온 영아.
그러나 그 입은 잠시도 쉬지 않고 어제 첫 눈은 잘 봤는지 진도는 어디까지 나갔는지 질문공세를 해댔다. 포커페이스를 잘 유지하고 있다가 이 한마디에 무너졌다.
"어제 키스했구나?"
나는 결국 얼굴이 벌게지고 말았고, 내 얼굴을 간수 못한 죄로 영아에게 7교시 내내 시달려야만 했다.
.
.
.
'오늘 영화 같이봐. 티켓 벌써 끊어 놨으니까. 7시 까지 너네 집 앞 버스정류장에서 만나!'
승현이가 보내 온 문자다. 짜식 아침에 전화 씹은 걸로 소심하게 굴더니 결국 조바심에 티켓까지 끊었다보다.
나는 '응 알겠어!! 그때 봐~~' 라고 문자를 날려주고는 스르르 잠에 빠져버렸다.
..
온몸에서 땀이 났다.
온 몸이 축축하게 땀으로 젖어서는 마음대로 움직이지도 않는다.
그렇게 한참 끙끙대고 있었는데, 갑자기 내 앞에 빨간 줄 하나가 눈에 띠었다.
빨간 털실.
그 줄이 어쩐지 날 이끄는 듯해서 , 그 실을 길잡이로 천천히 따라갔다.
신기하게도 움직이지도 않던 몸이 잘만 움직여졌다.
그때였다.
갑자기 어떤 여인이 가위를 들고 나타나 그 실을 잘라버린건.
순식간에 방향을 잃어버려 등골이 오싹한 느낌으로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듯 한 느낌이었다.
..
"뭐야."
꿈이었다. 매우 기분나쁜.
그러나 꿈이라는 것이 늘 그렇듯 기억을 하려고 하면 할 수록 점점 사그라들어갔다.
가위를 들고있던 여인이 누군지.
바닥에 놓여져 있던 실은 뭐였는지.
"아...젠장.."
거울을 한번 들여다 본 뒤 시계를 봤다. 7시였다.
약속시간이 7시였는데...정신을 차려 벌떡 일어나 꿈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었다.
그리고는 왜이렇게 안 나오냐며 날 재촉하는 승현이의 문자를 보면서 신발도 제대로 신지 못하고 헐레벌떡 현관물을 나서려고 했
다,
그때 뒤에서 툭 치는 손이 날 놀라게해서 자빠질 뻔 하게 했다.
"그렇게 급하게 어딜가?"
"!!!! "
목에서 삐걱 소리가 나게 돌아본 그곳에는 승현이가 서있었다.
"뭐야!!! 너가 버스정류장이라고 왜이렇게 안오냐고 그랫잖아!! "
피식. 웃음이 나왔다. 입은 거칠어도 귀여운 구석이 있는 승현이.
이래서 내가 승현이를 좋아할 수 밖에 없다.
계단에서 내려와 나에게 팔을 두루면서 씩 웃는 승현이.
나는 이런 승현이가 너무 좋다.
.
.
.
나와 승현이는 한겨울의 추운 바람을 느끼면서 영화를 보고 나왔다.
영화관에 들어가자마자 아차 싶었다. 정승현 이놈이 나한테 어떤 영화를 보여줄지 말을 안했던 것이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장르...공포영화...그것도 한겨울의 공포영화.....젠장...
"흐흐흐..너 진짜 무섭긴 무서웠나보다??손 그렇게 꽉 잡으면 내가 곤란한데~~?"
"씨 이런 능글맞은 놈....나 인제 진짜 너랑 말 안해."
"야~~ 난 진짜 너랑 같이 공포영화 보고 싶었어~. 진심이야 ."
그의 애교스런 그 말투에, 또 눈을 또릿또릿 뜨고서 나를 쳐다보는 그놈의 눈빛에 늘 그랬듯 또 져 줄수 밖에.
"알겠어. 그래그래. 에구.. 저기 들어가서 커피나 마시자. 추워.."
"응~~. 그러자."
달콤한 공기가 내 콧끝을 맴돌고,
승현이가 주문을 할 동안 나는 테이블로 가 앉았다.
그때 내 주머니 속에서 얌전히 잠을 자던 핸드폰이 울렸다.
'야. 자윤화. 다시 일로 전학온다 그랬대!! 이게 도대체 무슨 날벼락이냐.'
영아에게서 온 문자였다.
"...헉.."
나도 모르게 숨을 들이쉬어 버렸다. 자윤화 라면, 1년 전 끈질기게도 승현이를 쫓아다니던 애다.
우리 학교에서 아주 유명한 아이었기 때문에 나도 잘 알고있었다. 심지어 같은 반이었으니까.
이상한 성격에 거의 왕따였던 자윤화에게 나는 그저 때뜻하게 대해주었는데 그 것 때문인지 자윤화는 멋대로
나를 절친이라 여기고 있다. 그때는 그렇다 고개를 끄덕여 주었을 지 몰라도, 지금은 아니었다.
그녀가 당연히 승현이를 다시 노리고 온 것이 틀림 없었으니까.
그 애가 전학 간것도 3일 정도 그 애가 무단 결석을 했는데 알고보니
승현이를 보려고 승현이네 학교 수학여행때 몰래 따라나선 것이 었다. 그걸 알게된 학교측 에서 강전, 즉 강제전학을 보낸 것이었
다,
이제 고등학교 올라갈 때도 되었고, 벌써 1년 전 일이니, 다시 돌아오게 되는 것도 아주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무슨일인데 그렇게 표정이 안좋아?? "
"어??...아..응... 아니야.."
알리고 싶지 않았다. 자윤화가 승현이를 그렇게 쫓아 다닌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때 승현이는 전혀 알지 못했던 나라서,
승현이가 자윤화에게 어떻게 대해 줬는지는 전혀 몰랐다.
"야야. 은하야. 너 내 생일 안 잊어버렸지?? 당근 기억하고 있지??"
"그래그래. 크리스마스 이브잖아. 모르는 거 아니니까.. 그냥 모르는 척좀 하고 있어봐라!! 그럼 내가 너한테 선물 알아서 주지 않겠냐??"
"..피..난 니가 까먹을 까봐. 뭐 안까먹었다니 다행이다. ^^"
행복한 표정으로 커피를 조금씩 들이키는 그를 바라보면서.,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제발..자윤화의 성적으로는 나와 승현이가 가려는 고등학교를 올 수 있을 리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발 조용히 있어주기를 바라고 또 바랬다.
.
.
.
한달 후.
12월 19일.
내 소원을 누군가 들어준 것인지, 자윤화는 잠잠했고 여전히 나와 승현이의 사이는 너무도 좋았다.
내일이면 고등학교 결과가 나올 것이고, 승현이와 나는 나란히 손을 붙잡고 그 고등학교로 가면 되는 것이다.
..
그런데 그날 오후. 자윤화의 화려한 컴백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하교 중. 승현이가 날 데리러 온다하여 영아를 보내고 얌전히 후문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저 멀리서
미친듯이 짧은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정신없이 뛰어오는, 내가 그렇게도 경계하던 자윤화가 보였다.
"은하야!!"
"...??"
뭐야. 쟤 지금 나한테 아는 척 하는거야??
"은하야!!"
........이런. 나를 알아보다니.. 솔직히 못알아 봐주었으면 했다. 그런 차림을 하고 날 아는체 하면 쪽팔리단 말이다!
사람들이 모두 우리쪽을 쳐다봤고 나는 그렇게 벌건 얼굴을 숨기려고 고개를 돌렸건만
이런최악의 타이밍이. 승현이가 아무것도 모른채 엠피에 정신이 팔려 내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신호등 앞에서 나에게 미친듯이 손을 흔들어대는 자윤화를 보면서, 저걸 어떻게 떨치나 싶었다.
젠장.
다행히도 승현이를 발견하지 못한 듯 했고, 승현이 역시 자윤화를 보지 못한 듯 했다.
나는 결국 교복치마를 입고 뛰는 것을 택했다. 승현이 쪽으로 미친듯이 뛰어서 승현이의 손목을 꼭 붙잡고 미치듯이 자윤화로부터
멀어졌다.
"...헥헥헥헥헥..."
"헉헉..너 미쳤냐. 왜이래 갑자기. 뛰고싶었어?? 그럼 말을 하지..헉헉.."
한참을 뛰고 나서야 손을 풀어주고 벤치에 앉아 숨을 몰아쉬었다.
옆에서는 영문을 모르고 앉아있던 승현이가 툴툴 거렸다.
어쩌나. 자윤화의 사실을 알려야 하나. 어차피 내일이면 자윤화가 승현이의 학교를 찾아갈 테니 지금 말해주는 것이 더 나을 듯 싶었다.
"..너...헥헥...자윤..화...헉헉..기억하지??"
"....."
눈치챈 것일까. 조용히 고개만 끄덕이는 승현이.
"걔가..돌아왔어.."
.
.
.
.
충격에 멍해있다가, 그냥그냥 시장을 쏘다니면서 이것저것 먹다가, 말없이 멍한 그 애를 데리고 힘들게 돌아다녔다.
노래방에 가서도 멍한 표정으로 아이비의 '이럴거면' 을 계속 불러달라 했다.
그래서 그 노래 좋아해? 하고 물으니까 힘없이 끄덕이길래
나는 조용히 그노래를 불러줬고, 그애는 눈을 감은채로 조용히 노래를 들었다. 그리고는 계속해서 그 노래를 불러달라고
칭얼거리길래, 1시간 내내 그노래를 지긋지긋하게 부르고 함께 거리로 나섰다.
그런데도 승현이는 아직도 멍했다.
"야 ㅡㅡ 말좀해봐. 얘가 왜이래."
"응.."
" 나 집에 간다?? 지금 우리집 앞이야. 보이긴 해??"
그 애 앞에서 손을 휘휘 휘저으니 갑자기 나를 확 끌어안는다.
한참동안이나 나에게 입을 맞췄다.
그리고는 낮은 목소리로 내 귀에 속삭였다.
"절대. 난 너밖에 없어. 그러니까.. 안심하라고..다른애가 뭐라고하든지 나만..믿어야 돼.. 거짓말같은거 믿지마..믿지마.."
"그럼~~. 난 안믿어. 걱정도 안해!! 승현이는 내 남자친구니까 ^^ 걱정마. 어여 가봐. 춥다. 목도리 빌려줄테니까~ 내일 갖다줘~~ 빠이~~"
그러나..나는 승현이를 내일도, 그다음 날도, 그 다음날도..고등학교 결과 발표가 날 때도, 졸업식을 할 때도 전혀 볼 수가 없었다.
은근슬쩍 불안한 마음이 고개를 들었다.
자윤화가 돌아온 다음날 부터 모습을 보이지 않는게 과연..우연일까??
..........말도 안되..
질투같은 마음을 영아에게 살짝 내비췄더니, 오늘 예비소집일 연화고에 가면 승현이를 만날 수 있을거라고,
그때 말 해보라고 위로를 해줬다.
그래. 그곳이라면 자윤화도, 그 누구도 없을 것이라고 굳게 믿으면서 영아와 같이 연화고로 향했다.
그러나 나는 생각보다 빨리 승현이를 만날 수 있었다.
연화고로 가는 버스 안, 그를 만난 것이다.
"..어?? 은하야!!"
"넌 지금. 아무렇지도 않게 내 이름이 나오냐."
나는 작게 중얼거리며 그 애 앞으로 다가갔다.
내가 준 목도리를 꼭 하고있는 그애를 보며 왠지 안심이 되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다 끝난 건 아니지.
"야. 도대체 너 진짜. 뭐하는 거야. 왜 여태까지 연락해도 안받고 그랬어."
".응~!! 미안해!! ㅜㅜ 나 핸드폰이 망가졌어. 너네 집으로 연락할 라 그랬는데 너가 하면 화낼 거 같애서. 엄마 아시면 안되잖아."
"..그렇긴 해.."
자윤화가 온 다음날 핸드폰 고장.
학교에서도 그 어느곳에서도 나를 만날 수 없으니까, 연락을 못했다.
그럼 왜 내 학교에는 찾아오지 않았어?
라는 말은 내 입가 언저리에서 맴돌기만 할 뿐, 입 밖으로 나오지는 못했다.
항상 그랬듯 일어나서 내 어깨에 손을 올리는 승현이.
"에휴.."
남녀 공학인 연화고는 1학년 때 부터 남녀 분반인 탓에 승현이와 헤어져야만 했다.
영아와도 같은 반이 아니라서 다른 친구들과 함께 반으로 향했다.
OT를 한번 더 와야한다는 설명을 듣고는 교과서를 받고 학교 밖으로 향했다.
물론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는 승현이를 만날 수 있었다.
"내가 들어줄까??"
자신의 가방도 만만찮게 무거울 텐데, 내 짐까지 들어주겠단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저으면서 팔짱을 꼈다.
"ㅎㅎ 갑자기 너같지 않게 왜 이러냐. 애교부리는 거 같다. "
"내가 애교를 그렇게 안부렸나? 팔짱끼는 게 그렇게 좋아?"
"응 ~ 어깨동무 하는 것도 좋은데 이것도 좋아."
"^^"
"근데 애들 이렇게 많은데서 팔짱 껴도 괜찮아?? 애들 다 볼텐데.."
"에라. 뭐 어때. 빨리 버스나 타러가자."
진짜 될되로 되라는 마음이었다. 자윤화가 온 마당에 나랑 승현이랑 사귀는 걸 굳이 숨길 필요가 있나. 차라리 알리는 게 더 낫지
않을 까 싶었다.
그렇게 승현이와 일찍 헤어지고 나서 집으로 돌아와서 티비를 보면서 승현이와 문자를 하고 있으려니 갑자기
승현이 번호가 아닌 번호로 문자가 한통 도착햇다.
'나 윤화야~~ 은하야 나 지금 너네집 밑인데. 너 이사 안갔지?? 나 좀 도와줘.'
이게 갑자기 무슨 뜬금없는 소린가 싶어서 베란다 창문 밖으로 밑을 바라보았더니, 정말이다.
그때처럼 미니스커트는 입지 않았지만, 그녀만의 포스가 철철 흐르는 옷을 입고는 나를 발견하고 커다랗게 손을 휘휘 젓는다.
무슨일인가 싶어, 문을 열어주고는 올라오라고 했다.
그랬더니 내 앞에 늘어놓는 다는 게 어이가 없었다.
"너네 엄마 직장생활 하시지?? 공무원이랬자나. 나 그래서 이거 만들데가 좀 필요해서."
초콜릿 만드는 재료였다. 발렌타인 데이도 아니건만, 얘는 도대체 뭐하는 앤지.
"이거..왜 만들려고??"
그러나 순댕이 같이 착해빠진 나는 또 그 애에게 틈을 내어주고 말았다.
"응!! 내일이 무슨날인지 알아??"
..승현이 생일..
"크리스마스 이브??"
"땡!! 승현이 생일이야!! 승현이 누군지 알지?"
응. 내 남자친구. 하지만 난 짐짓 모른체 하며 누구나 할 만한 대답을 꺼내놓았다.
"아. 그 좋아해서 쫓아다니 던 애 아니야??"
"응 아니야. 내 남자친구야."
에엑.......?!?!?!?!?!?
이건 또 무슨 말인가. 남자친구라니. 지금 내가 승현이의 여자친구가 아니었던가.
나는 승현이의 의심스러웠던 부분을 알아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또 한번 짐짓 모른체 하며 그녀에게 물었다.
"사귀었엇어??"
"응! 그랬는데 내가 전학가는 바람에 연락이 끊겼던 것 뿐이야. ^^ 에휴. 오랫동안 못봐서 속상했어. "
이건 또 무슨말인지.. 정리도 제대로 안한채로.. 내버려 둔 여자친구가 있엇다고? 승현이한테??
「나 너가 제일 처음사귀는 여친이다~~ 그래서 더 좋다!!」
내가 뾰루퉁 해져잇을 때면 승현이가 늘 내게 건네는 말이었다.
그런데 갑자기..이건 또 무슨 날벼락 같은 소리인지.
나는 결국 그렇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채 그녀가 그를 위해 초콜릿 만드는 것을 도와줘 버리고 말았다.
다 알면서 모르는 척 하는 바보가 아무것도 모르는 불쌍한 바보를 도와줘 버리고 말았다.
.....
끔찍한 24일날 아침이 밝아왔다.
나를 배신한 나의 남자친구의 생일이..밝아왔다..
"뭐야.."
문자가와있었다. 자윤화에게서 고맙다는 문자가.
...
퍽이나 고맙기도 하겠다..
내꼴이 우스웠다. 말 한마디 쏘아붙이지 못한 내가 불쌍했다. 내 남자친구를 뺏길 길을 내가 터주었다는 생각에 미치자
미친듯이 눈물이 흘러나왔다. 내가 승현이를 많이 좋아하기는 했었나보다. 그렇지만 이제는 미웠다. 날 그렇게 속인
승현이가..아무말도 안해준 승현이가. 아무것도 모르던 나를 갖고 놀은 승현이가.
또..자윤화한테 찍소리도 못한 내가. 그를 내 남자친구라고 떳떳이 말 못하는 내가.
아니, 어쩌면 정말 여자친구는 내가 아닐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서, 승현이가 미워서 정말 너무도 미워서 자꾸만 눈물
이 났다.
..
뭐야 진짜. 류은하.
너가 언제부터 이렇게 바보같은 애였어.
...
나는 그렇게 굳게 다짐을하고 또 다짐을하고 핸드폰을 들어올렸다.
"..여보세요.."
"응 여보세요!!"
씩씩하게 전화를 받는 승현이. 뻔뻔하네. 내가 류은하 인지는 알고 전화를 받는 거지??
"..너.."
"응!! 우리 언제 만날까??"
"..너 너.."
"....응?? 너 왜그래??"
드디어 이상한 낌새를 차리신 정승현씨.
"..다시한번 말해봐. 내가 몇번째 여자친구라고??"
"..응?? 처음 여자친구!! 류은하!! 너는 내 첫 여자친구이자 내 첫사랑!!"
어쩜 그렇게 뻔뻔한 말을 내 앞에서 지껄일 수가 있어..
"..그럼 한번 말해봐봐. 자윤화는 뭐야.."
"뭐??"
"자윤화는 뭐냐고!! 걔가 왜 나한테 와서 니 여자친구라고 그렇게 지껄이는 건데??"
"..아니야.."
강하게 부정하지 못하는 승현이의 태도에 더 화가 났다. 아니면 아니라고 당당히 말할 것이지!! 왜!! 왜!!
"웃기지마. 너무도 행복한 표정을 하고서 너한테 오늘 사과의 선물을 줘야 겠다고 그렇게 나한테 떠벌리더라."
"..아니라고 했잖아!!"
"첫번째 여자친구가 어쩌고 어째? 널 믿어줘?? 웃기지마. 인제 끝이야. 다 모조리. 끝장이라고. 끊어."
'툭.'
가슴이 아팠다.
처음으로 나를 설레게 했던 첫 남자.
내가 처음으로 좋아했던, 사랑했던 남자.
나를 기쁘게 했던 남자.
나의 웃음을 보고 싶다던 남자.
나의 .애교를 보고 싶다던 남자..
..
이제 나의 가슴을 처음으로 갈기갈기 찟은 못된 남자..
..휴...나는 숨을 몰아쉬고는 내게 전화오는 자윤화의 번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6번째. 이제는 거의 찢어질 듯 울리는 그 전화를 받아들고는 자윤화의 모습과 마주해야 했다.
승현이가 만나기 싫다며 그냥 가라고 해서 초콜릿을 전해주지 못해서 우체통에 꽂아넣었다는 얘기를 장황히 늘어놓는 자윤화.
내가 전화한게 11시. 자윤화가 찾아간 건 10시. 내가 전화하기 1시간 전에 왜 기분이 안좋았을까.
"우리 노래방이나 갈래?? 기분 전환이나 할래."
도대체 너가 무슨일이 있었다고 기분전환을 한다는 거니. 라고 묻고 싶엇다.
그러나 나는 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자윤화를 따라 나섰다. 그리고는 또한번 커다란 충격에 휩싸여야 했다.
"나는 이 노래 디게 좋아한다. 맨날 노래방오면 이것만 불러."
......
......
......
이럴거면 ......??
이게.....얘..가 좋아하는 노래였어??...그래서..그날...나더러 그렇게 이 노래를 불러달라...부탁한 거였어??
..
눈물이 다 날 지경이다...그때 문득
갑자기 생각나는 것이 있어 그애에게 물었다.
"너 키가 몇이지??"
"응! 162야!! 왜??"
활발히 대답하는 그 애 때문에 대답할 마음을 잃어버렸다.
162...늘 그 애 입에서 맴돌던 키.... 그게 자윤화였어?? 늘 네 옆에 있다 생각했던 게 내가 아니라 자윤화였어??
나는 이 애 대신에 늘 니 옆에 있었던 거였어??
" 나 그리고 공포영화도 무지 무지 좋아해 ^^"
묻지도 않은 말을 넙죽 내뱉는 자윤화..
「아 난 진짜 너랑 같이 공포영화 보고 싶었어~. 진심이야」
K.O
더이상.대꾸하고 싶지도 않았고, 그저 힘들다는 핑계로 노래방을 나왔다.
그리고는 집안 침대롤 기어들어가 하루종일..정말..하루종일...
엄마 아빠도 감히 내 방문을 건들이지 못할 만큼 서럽게 울어댔다.
억울해서.
그동안 승현이를 바라보고 행복해 하던 내 시간이 억울해서.
그동안 승현이를 바라보고 웃던 내 입이 미워서.
그동안 내게 달콤한 말을 해줫던 승현이 입이 미워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승현이를 바라볼 때 마다 뛰던 내 심장을 잃어버린 것 같아서...
정말...미친듯이 울어댔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남들은 다 행복한 이때에...나는 왜 이렇게 불행해야하는 건지..
핸드폰도 조용했다.
차라리 승현이에게서 전화가 오면 좋으련만. 이제라도 좋으니까. 제발 변명이라도 한마디 해줫으면 좋겠건만..
왜이렇게...가슴이 허전할까..
한참을 정신없이 슬퍼하고 있는데 엄마가 내 방으로 들어왔다.
엄마는 초등학교 선생님이였다. 이번에 근무지가 새로 발령이 나서 주소를 옮겨야 했다. 몇달전부터 알고있던 사실이었는데
엄마는 내가 모르는 줄 아신 모양이다. 나는 그걸 안 순간부터 아빠와 이곳에 남아있어야지 하고 마음먹고 있었다..그러나..
엄마가 이사갈래? 하고 물어본 그 순간, 선택할 것도 없었다, 난 그말을 듣자마자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엄마는 내 속도 모르면서 기뻐하며 방문을 나섰다..
크리스마스 내내 내 속은 타들어가기만 했건만, 엄마아빠는 전학때문이라 여겼는지 그다지 신경 써주지도 않았다.
그래 그저 전학이나 가고나면..이런 마음도 조금은 괜찮아지지 않을까.
.
.
그렇게 승현이와의 인연을 내가 먼저 끊어버렸다.
크리스마스 다음날 전학을 핑계로 새 핸드폰을 사서,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서는, 번호를 바꿔버렸다.
그리고 1월 12일.. 이사를 갔다.
역시 미안하게도 영아에게도, 또 그밖에 다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로.
..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 당하는 일은 생각보다 엄청나게 충격적이다. 게다가 그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난 이 끔찍한 악몽같은 일을..깨끗이 지우고 싶었다.
정말 온 몸이 내 의지가 아닌 다른 사람의지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았다..
몸부림쳐서 그 삶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
.
.
.
4월..
나조차도 깜짝 놀랄만큼. 난 이곳의 생활에 익숙해졌다.
이곳에서 만난 여러 친구들과, 여러 선배들은 날 편하게 대해줬고,
무엇보다 고등학교 1학년 부터 처음 시작하는 것이었기 때문일까나..
물론, 그 곳에서의 일을 모두 잊은 것은 당연히 아니었다.
그 일에서 벗어나려고 할 수록, 승현이를 향한 내 마음은 자꾸 더 커져가기만 했다.
누군가 말했지..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거짓말..
멀어지고 나서 나는 내가 생각보다 그를 많이 좋아했다는 걸 깨달았는 걸..
이제 내 심장은 정승현이 아니면 그 누구에게도 전혀 반응하지 않는걸..
내 눈은 정승현이 아니면 쳐다보지도 않는걸..
내가 먼저 연락을 끊어놓고 바보같이 늘 핸드폰만 바라보는걸.
그 애에게서 문자가 오지는 않았는지.
내가 먼저 이사가버리고는 멍청이같이 늘 집앞만 무심히 바라보는 걸..
혹시라도 그 애가 서있을까봐.
그렇게 나는 정상적이지만 정상적이지 않은 삶을 살고 있었다.
그 불안한 꿈을 꾸기 전 까지는..
.
.
"헉헉.."
몇 달 전과 같은..꿈이다.
어떤 여자가 실을 끊어버려서 길을 잃어버렸던...그 꿈.
요즘들어 그 꿈을 자주 꾼다.
꿈을 꿀 때 마다 비슷했지만, 오늘은 뭔가 달랐다. 그 여인의 얼굴을 기억해냈다..
자윤화.
그래..결국 네년이 나와 승현이 사이를 갈라놓았구나..그런거였구나..
그런데 더 이상한건, 늘 끝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좌절하고 말았던 그 길의 끝에 도달한 것이었다.
물론 이상한 것은 그 길의 끝에 서있던 사람이다.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 막 보고 나온 듯 하게..
정승현.
그의 모습이 그 길의 끝에 서 있었다. 울면서....서럽게...
.
.
"자, 이제 시험도 얼마 안남았고 말이다 얘들아, ..."
담임이 앞에서 열심히 대학입시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 그 와중에도 그 꿈 생각 뿐이었다.
승현이의 울던 그 모습이 머릿 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정말 한심하다..그래..정말 한심해..
지금 이 순간, 그를 향해서 미친듯이 뛰는 내 심장이, 그를 너무나도 보고싶어 미칠듯이 먹먹해지는 내 심장이 밉고 한심하다.
'ㄲ-ㅣ익'
"왜 갑자기 일어서고 그래??"
내 짝꿍이 당황한 듯이 내 소매를 붙들고 앉으라는 듯이 잡아 당긴다.
아니야. 난 앉지 않을꺼야. 승현이를 보지 않으면..승현이가 잘 지내는지 보지 않으면..나 지금 당장 죽을 것 같단 말이야..
"선생님. 저 몸이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양호실에 좀 가도 될까요??"
나를 멀뚱멀뚱 쳐다보는 많은 아이들의 시선을 무시하고, 날 어이없다는 듯 쳐다보는 선생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조좋아요.."
두말 할 필요가 없었다. 의자를 박차고 나서는 나를 뒤에서 큰소리로 부르는 선생의 목소리 따위 신경쓰이지도 않았다.
"승현아..정승현.."
오로지 내 마음속에는 그 생각 뿐이었다.
.
.
.
지금 나는 내가 다닐 뻔 했던 ..연화고의 정문 앞에 도달했다. 내 반에서는 그렇게 당당히 뛰쳐나왔건만..이 곳에 막상 오니
심장이 미친듯이 뛰어와서 도저히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수위가 나를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거기, 학생. 아이고 곱게도 생겼구마안~. 근디 무슨일로 이리 교문앞을 서성이는감?"
"..네 ^^ 저기..혹시 수업이 몇시에 끝나나요?"
"수업은 곧 끝날껴. 그 뭣이냐, 오늘이 6교신가 하는 날이거던."
"아..그래요??^^ 감사해요~"
"누구 찾차온 겨?? "
"예?예. 1학년 학생인데요, 정승현이라고 키 크고 하얀 남자애 아세요?"
"아. 그 훤하게 잘생긴 놈 말이지?? 그 놈?? 찾으러 왔다고??"
"......예......"
"학생도 조문객이구먼. 쯧쯧"
"예?"
"아니여."
갑자기 모르는 척 하시더니 얼굴을 돌려버리는 아저씨.. 아니 도대체 뭐라고 하신거야.
정말로 10분 뒤에 종이 울렸고, 야자를 하지 않는 아이들이 교문을 통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나는 눈을 바쁘게 굴려서 승현이를
찾으려 애썼다.
보이지 않았다. 뭐..야자라도 하는 모양이다. 그렇게 어찌하나 고민하던 차에 내 눈앞에 반가운 사람이 보인다..
"야 이기지배야!!"
"영아야!!"
영아는 날 한참 퍽퍽 떄리면서 그렇게 가면 어쩌냐느니 등의 말을 쏟아놓고는 갑자기 눈물을 비친다.
"왜그래?? 갑자기 왜 울고그래!! 내가 잘못했다니까!!"
"......너 정승현이 보러 온거 아니었어??"
"..그래..솔직히 말하자면 그렇기는 해. 야 근데 내가 아무리 자윤화한테 밀렸다지만, 너가 눈물 흘려줄 필요 없어. "
나는 내가 생각해도 좀 쌀쌀맞다 싶은 말투로 툭 내뱉었다. 자존심이 상해버린 탓에 죽을 죄를 지은 친구에게 몹쓸말을 내뱉어 버
렸다.
에그.입이 주책이지.
"......따라와봐"
"??"
나는 영문도 모른채 얼굴이 급격하게 굳어진 영아를 쫄래쫄래 뒤쫓았다.
"..교통카드 있어?"
"응!!"
"그럼 나랑 어디좀 가자."
한번도 이런 모습의 영아를 본 적이 없어서 굉장히 낯설다는 생각을 했다.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웃으면서 이것저것 말을 해봤지만
묵묵부답이다. 도대체, 이게 승현이랑 도대체 무슨 상관이래. 이사라도 간 건지, 자윤화랑 살림이라도 따로 차린건지.
그런데 의외였다. 공동묘지다. 이곳에는 영아의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매장했던 곳이라서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갑자기 어머
니를 보려고 온건가?
"..휴..여기에 어제부터 새로운 묘가 하나 생겼더라고.."
어머니의 무덤앞에 서서는 울먹하는 표정으로 나에게 말을 건네는 영아.
"..어제..어제..말이지..어제.."
"응 그래. 알겠어. 어제라고? 그런데 왜?"
"..그건 우리 엄마 무덤 바로 뒤에 묻혀서, 나도 봤어. 그런데. 그게 우리엄마 뒤에 묻힌 것 때문에 본 것 만은 아니었어."
"......아는..사람..?"
"......응. 그사람 교통 사고를 당했는데..괜찮다가 갑자기 휴유증이 나타나서..2주일 전부터 생명이 위험했었데..그런데 1주일 잘
버티다가..가버렸어.."
진부한 표현으로 이 느낌을 표현이나 할 수 있을까. 머릿 속이 새 하얘진다는 것은 물론, 온갖 고통이 갑자기 내 몸안으로 밀려들
어왔다.
그리고 더이상 눈물이 나올 것 같지 않던 눈에서도 이미 눈물이 한방울 흘러내리고 있었다.
"...더이상..말할 것 없어......충분히 알겠어......"
세상에는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알게되는 것들이 있다.
이 일도 그 중 하나이다.
비록 영아가 내게 분명하게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왜 이곳으로 왔는지 알 것 같았다.
그토록 보고싶었던, 나를 힘들게 했던, 나를 사랑했던, 나를 바보로 만들었던 그 아이의 무덤 앞에서 나는 한없이 울 수 밖에 없었
다.
그것 말고는 내가 해줄 수 있는게 없어서......사랑한다고 입으로 수없이 말을 꺼내면서도, 자윤화 생각에 머리가 어지러우면서도,
그저 울 수 밖에는 없어서..
마치 엄마를 잃어버린 아이처럼 울부짖고 있는 나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영아는 슬그머니 자리를 피해주었다.
"사랑해..사랑해...이 바보 멍청아...나 너가 나한테 그렇게 못된 짓 했어도 ..난 너 조금도 못 잊고 있었단 말이야..그랬다고..나 너
아직도 이렇게 사랑하는데..
너한테 아직 다 해주지 못한 사랑이 너무 많은데..바보야..왜 이렇게 없어져버렸어..어딜 간거야!!"
몇시간을 그렇게 있었던 걸까. 해가 져물 무렵, 영아가 거의 무덤 위로 엎어져있는 듯한 나를 부축해서 영아의 집으로 갔다.
"......나 못 살거 같애..숨이 막혀..내가 있는 나라는 언제나 승현이가 있는 나라였는데. 내가 바라보는 하늘은 언제나 승현이도 바
라보는 하늘이었는데."
"이제..그 하늘에서 너 승현이가 보고 있을꺼야.."
".......위로해줄 필요..없어..내가 아니라 자윤화를 보고있겠지..끝까지"
추태다. 알면서도 어쩔 수 없다. 질투가 나는 걸..어느때 보다 더 심하게.
"...너 진짜 모르는구나. 어쩔 수 없다. 너 마음아프게 하는 거 싫지만. 승현이 이 아파트에 살았던 거 알지?"
"..응. 그럼 너네 집 위위 층이잖아."
"가보자."
"이 시간에??"
"응"
당당하게 말을 꺼낸 영아를 멀뚱히 쳐다보다가 또 뭘 보여주겠다는 건지 풀린 다리를 질질 이끌고 올라간 승현이의 집에는 또한번
나의 가슴을 헤집어 놓는
광경을 목격해야만했다.
"안녕하세요"
아직 아들을 잃어버린 충격에서 헤어나오시지 못하신 듯 보이는 승현이 어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승현이의 방으로 향했다.
그 애의 방은 항상 깔끔하다.
그리고 그 애의 냄새가 났다.
그 애가 어디선가 튀어나올 것 같았다.
..승현아..
"......정승현이가 나랑 너랑 젤 친해서 맨날 나한테 상담하고 그랬거든...이거 열어봐"
조용히 영아가 방 구석에 놓여있던 커다란 상자를 가리킨다.
엄청나게 커다란, 그리고 뭔가 예쁘게 장식하려 한 듯한 흔적이 보이는 그 상자를 여는 순간 아뿔사.
다리가 풀려서 주저앉아버리고 말아버린 나.
한심한 류은하.
"어...떡해..어떡해.........흐흑..우리 승현이..어쩌면좋아..흑흑"
「너 제일 좋아하는 꽃이 뭐야?」
「장미꽃!!」
「금방 시드는 데도?」
「그래서 금방 시들지 않는 장미 있었으면 좋게써..근데 그건 왜?」
「그냥,」
설마..이거 나 주려고 만든거야, 승현아? 응? 대답..좀 해봐..
'바스락'
몇만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 종이장미 더미에서 나는 편지를 한 장 꺼냈다.
,,,,
내 눈물샘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눈물이 마르질 않는다..
결국 아무것도 모르던 바보는 나였네..그렇네..
..
누가 내 남자친구 좀 찾아주세요..
이름은 정승현, 생일은 12월 24일, 키는 183, 모델같은 몸매에, 하얀 얼굴에, 잘생긴 이마, 오똑한 콧날, 너무 맑아서 이지적인 눈,
그리고 날 너무 사랑해줬던 내 남자친구 좀..
사랑한다고 말해야 하는데..
미안했다고 말해야 했는데..
남자친구를 믿지 못한 벌을 받아버렸어요..
이제 더 이상 내 남자친구에게 사랑한다 말할 수가 없어요..
못된 나를 기달려줬던 그 애를 좀 찾아주세요..
혹시,
그 애를 보거든 전해주세요....
내가 사랑한다 했다고..미안하다..했다고
.
.
.
사람이 다니지 않는 외진 골목.
나즈막한 산 봉우리 위로 해가 살며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살랑살랑, 차갑게, 슬프게 부는 바람에 무덤가의 풀들이 춤이라도 추듯 하늘하늘 날리고 있었다.
어제와 달라진 것이 별로 없는듯한 묘비도 아직 세워지지 않은 쓸쓸한 무덤가.
그저 이름없는 들꽃들이 누가 흘렸을지 모를 눈물들과 함께 고이 접은 편지 한통만을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 사랑하는 은하에게.
류은하. 류은하.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이름 ^^
솔직히 이런거 말로는 쑥쓰러워서..잘 못하겠더라. 그래도 편지니까.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조금은 쓸 수 있지 않을까?
뭐 어쨋거나. 너의 그 사랑스러운 이름을 불러본지도 꽤 됬다.
나 정말 놀란거 알아? 너가 갑자기 그렇게 가버려서. 나한테 변명할 기회도 안주고 말이지.
왜 니 친구 중에 하영이 였나? 나랑 너랑 사귀는 거 알았던 또다른 한명 있잖아. 걔가 자윤화 친구였대.
그래서 자윤화 그게 다 알아보고 다니고 너랑 나랑 미행하고 막 그랬나봐. 그래서 너한테 했던 말 다 주워듣고 꾸민 말이래.
자윤화가 미안하다 사과까지 했어. 너한테 그걸 들려줘야 했었는데. 자윤화도 너처럼 훌쩍 전학 가버렸거든.
바보야. 으이구. 미련 곰탱이. 내가 자윤화 그게 또 무슨 일 저지를까봐 걱정되갖고 너한테 그렇게 말 했던 건데, 그것도 모르고
그렇게 오해하면 어떡해. 그래도 지금이라도 알게되서 다행이지 뭐. 평생 모르고 살았으면 큰일 날뻔 했잖아?
어쨋든, 내가 지금 너한테 이렇게 편지를 쓸 수 있는 건 다 싸이월드 덕택이다!
너 원래 싸이 없는데 만들었더라. 맨날 내가 너 이름치고 찾고 쇼를 한거 알아? 그래서 겨우 너 홈피 알아냈지 ^^* 나 착하지?
근데 너한테 문자로 보내면 감동이 덜 할꺼 같애서 니 친구한테 물어봤어. 집주소 뭔지. 이 종이 장미들 너한테 보내줄라고 ♥
아~ 너 너무 감동해서 쓰러지면 어떡하지?? ㅋㅋ 나 이거 크리스마스까지 맞춰서 접느라고 죽는 줄 알았어. 맨날 밤 꼴딱 새가면
서
이거 접고 있었단 말이지. 그런데 크리스마스날 그렇게 초를 쳐버리고 도망가다니!!
지금이라도 용서해줄테니까, 빨리 오빠한테 와. ㅋㅋ 사랑해~ 하면서 뛰어와야 된다? 난 니가 싫다그래도 영원히 기달릴꺼다.
안오면 너 납치하러 간다? 알았지? ^^ 사랑해, 류은하. 영원히. 평생. 죽어서도. 다음 생에서도 우리 꼭 만나서 사랑하자!!
-너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정승현이
.
.
.
.
.
며칠 후 그 쓸쓸한 무덤가에 비석이 세워졌다.
' 누구보다 순수한 사랑을 했던, 정승현'
그리고 그 앞에는 그가 그토록 그리워 했던 여자가..류은하가..눈물을 흘리며 서 있었다.
[完]
첫댓글 마지막 부분을 많이 바꾸셨네요'ㅁ'!!!< 이젠 자연스러운 것 같애요. 앞에 것 보다 더 좋은 느낌이에요-_-*< 그런데 소설이 좀 많이 길어졌네요. 뭐, 긴 소설 좋아하니까 상관없어요< 잘 읽었구요, 아이님 다음소설 기다리겠습니다. 데헷.
그쵸??좀 길죠?? ㅠㅠ잊지않구 댓글 달아주시다니 ㅎㅎ 감사합니다~
제 글 밑에서 봤던 낯익은 닉네임이라 클릭!했는데 어억,결국죽고말았군요. 승현이?현승이? 음. 중간에 이름이 바뀐게 몇개 있네요^-^아무튼편지글이살짝울컥했던^-^다음소설도기대할께요ㅎ
ㅠㅠ앗,,그랫구나;; 사실 이름을 현승이로 할까 승현이로 할까 고민했거든요;;이런ㅎㅎ 최대한 찾아서 고쳤는데 제가읽기에도 이게 길어서;;; 알려주셔서 감사해용♥ 댓글달아주셔서 감사해오오옹ㅋㅋ
ㅎㅎ잼있어요>ㅁ<마지막에죽네요??ㅎㅎ
ㅋㅋ 그렇죠..죽죠.. ㅋㅋ 수정하기 전엔 참..썰렁했답니다 ㅎㅎ 이렇게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ㅜㅜ 댓글 달아주셔서 또한번 감사하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