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감주나무 (Koelreuteria paniculata Laxmann). 분당 수내동. 2019. 6. 19.
나무와 함께 살아온 나의 지난날을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흔히 물어본다.가장 좋아하는 나무가 무엇
이냐고.백인백색이란 말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1천여 종의 나무는 천목천색(千木千色)이다.
나무마다 다른 천 가지 매력에도 불구하고 나는 망설임 없이 모감주나무라고 대답한다.
하늘을 향하여 곧추선 긴 꽃대에 촘촘히 피어난 화려한 황금빛 꽃이, 7월의 짙푸른 녹음에도 전혀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피어오르는 모습이 마음에 들어서다.
다른 꽃들이 한창 맵시 자랑에 여념이 없는 봄날에 모감주나무는 꽃 피우는 일을 서두르지 않는다.
이파리만 조금씩 넓혀 가고 꽃대의 기본 틀만 잡으면서 여름의 태양이 이글거리는 그날만을 기다린다.
대체로 6~7월 초부터 중순에 걸쳐 갑자기 꽃대를 타고 온통 노란꽃으로 나무를 덮어버린다.
중국과 우리나라를 고향으로 하는 모감주나무를 서양인들은 어떻게 보았을까? 꽃이 한창일 때 보았다면
그들은 두말없이 ‘골든 플라워’라고 했을 터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꽃이 지는 모감주나무를 처음 본 듯
‘황금비 내리는 나무(golden rain tree)’라고 했다.
황금비 내림이 끝난 꽃들은 여기저기에 원뿔을 거꾸로 세운 것 같은, 청사초롱이 연상되는 특별한 모양
의 열매가 열린다. 처음에는 초록색이지만 차츰 갈색으로 변하면서 얇은 종이 같은 껍질이 셋으로 길게
갈라진다. 안에는 콩알 굵기만 한 윤기가 자르르한 까만 씨앗이 보통 세 개씩 들어 있다. 만질수록 반질
반질해지므로 염주의 재료로 안성맞춤이다. 모감주나무 씨앗의 다른 이름은 금강자(金剛子)다. 금강석의
단단하고 변치 않는 특성을 가진 열매라는 뜻이다. 불교에서는 도를 깨우치고 지덕이 굳으며, 단단하여
모든 번뇌를 깨뜨릴 수 있음을 표현한 것이다. 모감주나무 열매로 만든 염주는 큰스님들이나 지닐 수 있
을 만큼 귀하다.
1. 꽃. 분당 수내동. 2019. 6. 19.
2. 꽃. 분당 소공원. 2008. 8. 2.
3. 열매. 분당 소공원. 2008. 8. 2.
개화기: 6~7월. 결실기: 9~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