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정이라는 사람을 떠 올리면 나는 두가지 기억이 난다.
'모래시계'와 '엄마의 바다'에서의 단아한 인상이다.
엄마의 바다에서는 최민수와 지고지순한 사랑을 참 단정한 모습으로...
보기만 해도 기분 좋은 예쁜 미모였다.
그녀가 결혼을 하고 스크린을 떠나갈 때 나는 그녀가 예전의 배우 문희처럼
다소곳이 살림을 하기엔 참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결혼 후 그녀가 집안에서 머물며 바깥 출입이 없던 시절엔
방배동의 어느 요리전문가로부터 요리를 배우고
아이들 교육에 열정적이라는 소문을 강남 소식통인 후배로부터 들으며
그녀가 참 예쁘게 사는구나 했었다.
왕년에 날리던 배우들이 결혼과 함께 자신의 또 다른 몫을 아름답게 해 내는 사람들이 많듯이
그녀 역시 그러한 범주에 속하는 사람인가 보다 했었다.
재벌집 며느리로 시작한 그녀의 시집살이가 어떠했는지에 대해선
알 길이 없지만 이혼 이후의 그녀는 내가 그전에 막연하게 짐작하던 그녀와는 너무 다르다.
예전의 그녀는 다소 수줍음도 있어 보였으며 많은 말을 쏟아내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기에
그녀가 언젠가부터 용감하게 거침없어 보이는 어투로 말을 하는 것이 보기에 불안불안 했었다.
그리고 원래 활달한 사람이었는데 그냥 겉으로 얌전하게 보였나 보다 하면서
나름대로 나혼자 그녀의 이미지에 대한 생각이 바뀌어갔다.
에너지가 넘치는 활달한 그녀의 모습과 예전의 다소곳해 보이던 모습 사이에서
나는 자꾸만 어느 것이 참 모습인지 헷갈리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연말 '대물'이라는 드라마 덕분에 커다란 상도 타게 된 것을 보면서
그녀는 상복도 참 많구나 생각했다. 반면에 이범수는 아깝게도 상복이 약하구나 하는 아쉬움도 가졌다.
처음부터 그 '대물'을 다 본 것은 아니지만 간간히 몇 번 본 기억으로 생각해보면
차라리 '자이안트'의 정보석이나 이범수가 더 제격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솔직히 들었다.
그래서 몸을 아끼지 않고 열연한 이범수를 생각하며 좀 짠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이러한 내 생각 역시 정확한 것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두 드라마 모두 제대로 본 것이 아니라 가끔 가끔 본 것이기에...
(자이안트는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나름 제대로 보긴 했다)
고현정의 수상소감이 뉴스 한 귀퉁이를 장식할 때 쯤
나는 직업병인지 모르지만 그녀의 심리를 분석하게 되기도 했다.
내가 정신분석학자나 전문가는 아니지만 날마다 마주치는 무수한 사람들 속의 한 사람으로 놓고
그녀의 심리적 환경을 나름대로 짚어가며 이해하려는 시도를 한 것이다.
황당한 이야기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그녀가 몹시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 같은 사람이 보기에 지나칠 정도로 그녀는 많은 표현을 하고,
그야말로 좀 떠들며 살아가는 것 같아서.....
심리적 불안감이 자신감으로 내비치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고
외로움을 포장하고 싶은 마음이 큰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래서 그녀보다 인생을 조금 더 살아 온 내가 보기에 그녀는 애처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오늘 그녀를 인터뷰한 기사를 보니 정치에 관심이 있으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정치를 하기엔 너무 예쁘지 않느냐?' 고 농담으로 받았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녀가 스스로를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은 그녀 자신을 위해 참 다행한 일이 아닌가 싶다.
자존감이 높은 그녀를 보며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사람들도 많고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녀에게 어떤 평가가 내려지든
나는 그녀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녀의 삶이 그동안 해소하지 못한 정서가 내면에서 꿈틀거리고 있다면
그녀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조금 더 기다려주고 격려해 주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그녀가 너무 나대는 듯 해서 보기 불편한 사람들을 생각한다면
그녀는 조금만 더 숨을 고르고 자신을 깊이 성찰해 보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그녀가 유명한 연예인이라서가 아니라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나름대로 힘겨운 아픔을 극복해 가는 과정이 아닌가 싶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이다.
무조건 쉽게 말하고
누군가를 평가한다는 것은 극히 조심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