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나부끼는 염색원단
푸른 하늘 아래로 넓은 들판이 펼쳐져 있다. 평탄한 대지 위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마치마을은 한때 마차를 세우고 밥을 주던 말죽거리였다. 먼 길을 오가는 마차들의 쉼터였던 이곳에 새로운 변화가 시작된 건 ‘마치공작소’가 들어선 뒤부터다. 말과 마차들의 휴식처에서, 방문객에게 전통 공예체험의 시간을 선물하는 사람들의 휴식처가 되기까지 각고의 노력이 필요했다.
천연염색계의 이단아? 아니, 천연염색계의 아이돌
양재형 대표는 스스로를 천연염색계의 아이돌이라 소개한다. 그는 천연염색 업계에 발을 디딘 날부터 남다른 행보를 보였다. 천연염색 의류에 푹 빠지게 된 건 한 명상센터에서의 자원봉사였다. 화학재료를 이용하지 않은 염색법으로 만든 명상복의 자연스러운 색감과 자극 없는 순한 감촉에 매료된 것이다. 패션과의 접점이랄 게 없는 문외한이었으나, 당장 일할 수 있는 봉제 공장에 입사해 허드렛일부터 시작하며 패션디자인과 원단 공부를 시작했다. 어느 정도 의류 제작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쌓이자 본격적으로 천연염색을 가르쳐 줄 스승님을 찾았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근본이 없다”, “물을 흐린다”는 비난이었다.
직접 염색한 천을 보여주는 양재형 대표
일반적으로 천연염색의 전승은 도제 시스템으로 이루어진다. 배합이나 발색 등에 대한 노하우를 스승에게 배우고, 긴 시간을 들여 색을 입히기 때문에 하나의 완성품이 나오기까지 오랜 기다림이 필요하다. 그러나 양 대표는 천연염색 직물의 대량생산을 원했다. 자신이 경험했던 천연염색의 진수를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가르침을 청했던 이들에게 욕을 먹고, 수없이 퇴짜를 맞으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독학으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대량으로 제작해도 옷을 빨 때 물 빠짐이 적은 염색법을 찾아냈다. 맨땅에 한 헤딩으로 골을 넣은 셈이다.
매일 염색을 진행하다보니 손에서 물이 빠지지 않는다.
그렇게 마치공작소의 문이 열렸다. 마치공작소는 소수의 전유물이었던 천연염색의 대중화를 통해 천연염색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큰 뜻을 품고 있다. 한때 손가락질 받던 이단아가, 업계의 최전선에 서서 새로운 길을 열고 있다. 천연염색계의 아이돌이라는 말이 이만큼 잘 어울리는 사람이 또 있을까?
마치공작소 구성원들
뻔하지 않고 ‘Fun’한 천연염색
마치공작소의 염색체험은 짧은 강의와 함께 시작한다. 염색방법과 함께 천연염색 재료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부드러운 갈색을 표현할 수 있는 밤, 붉은색을 내는 꼭두서니, 자연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파란색의 쪽, 샛노란 빛깔의 메리골드 등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어 더욱 흥미로운 자연물이다. 염색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끓는 물에 재료를 넣어 우려내고 천을 담가 치대며 색을 입히면 된다. 색을 우려내는 동안 염색재료로 쓰이는 메리골드 차를 한 잔 마시며 다과를 즐긴다. 천연염색 재료는 인체에 무해하기 때문에 혓바닥이 노래질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노란빛을 내는 메리골드를 이용해 색을 우려낸다.
노란 빛깔의 차를 이용해 샴페인 잔에 담아 색다른 느낌을 준다.
천연염색의 묘미는 천을 접고 묶는 방법에 따라 다른 무늬가 나타난다는 점이다. 삼각형으로 접은 천의 한 귀퉁이만 담그면 동그란 모양을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직사각형 형태로 번갈아 접는 병풍 접기, 무작위로 구겨 접는 막 접기, 천 가운데를 잡아 올려 고무줄로 묶는 우산 접기 등 취향에 따라 개성적인 무늬를 만들 수 있다.
배운 것 응용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
우러난 염색물에 천을 주물거리며 색을 입힌다.
다른 색을 섞어 염색할 수 있다.
마치공작소만의 물풍선 염색체험도 운영 중이다. 대학교 축제의 물풍선 던지기 이벤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개발했다. 커다란 나무판을 세워서 천을 올린 후 풀을 이용해 그림을 그린다. 그 위에 염색물이 들어있는 물풍선을 던져 터뜨리며 염색을 진행한다. 마음에 쏙 들 만큼 물풍선을 던지고 나면 풀을 떼어내서 말려 완성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염색물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작품이 된다. 스트레스도 날리고 염색작품도 만들 수 있어 체험자들에게 인기가 좋다고. 마치공작소만의 색다른 시도들이 이곳을 더욱 빛나게 만든다.
물풍선을 이용해 진행하는 색다른 염색체험
행복한 공예가들의 공예 클러스터를 꿈꾸다
염색체험이 끝나면 마치공작소의 진가가 드러난다. 단순히 염색으로 끝나는 기존의 체험장들과 달리, 직접 염색한 천으로 보자기 공예를 이용한 포장법까지 배울 수 있다. 이 외에도 나전칠기 공예, 종이접기 공예, 레진 공예 등 다양한 공예체험도 즐길 수 있다.
직접 염색한 천을 말리고 있다.
자신만의 특별한 천을 이용한 보자기 공예
완성된 모습
“공예가가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환경이 먼저 조성되어야 해요.”
양 대표는 공예 사업에 어렵게 입문한 만큼 충주의 다른 공예가에게도 기회가 되는 공간을 꾸미고자 했다. 서로 다른 공예가가 모여 시너지 효과를 내는 공예클러스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행복한 공예가가 좋은 작품을 만든다. 좋은 작품은 체험자에게도 값진 경험을 제공한다. 이 선순환 공식은 양 대표의 신념이다. 기존의 틀과 천연염색에 대한 선입견을 타파한 그는 전통 공예를 현대적인 방식으로 풀어내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여러 공예가간의 협업을 진행하고, 크라우드 펀딩 시스템을 활용해 작품들을 상품화할 수 있는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나이키와 내셔널지오그래픽 등의 대형 의류 브랜드에도 천연염색 의류 납품을 진행할 수 있었다.
편안한 빛깔의 명상복, 다양한 색으로 제작이 가능하다.
‘청출어람 청어람’이라는 말은 쪽에서 나온 푸른 빛이 쪽보다 푸르다는 뜻이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한계에 좌절하지 않고 기존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는다. 고정관념을 부수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아가는 마치공작소의 미래는 날이 갈수록 깊고 푸르러질 것이다.
마치공작소 마당에 자리한 커다란 밤나무
여행정보
- 장소 : 충청북도 충주시 주덕읍 마치4길 9-6
- 문의 : 070-7757-4787(전화 예약 필수)
- 기간 : 예약제
- 이용요금 : 염색 체험 15,000원, 보자기 공예 15,000원, 그 외 전화 문의
숙박정보
- 무지개길 게스트하우스 : 충청북도 충주시 중앙탑면 중앙탑길 150 / 043-844-0150~1 / www.cjro.kr/Home/34
- 수안보사이판온천호텔 : 충청북도 충주시 수안보면 온천천변길 39-5 / 043-846-3111 / suanbosaipanspahotel.modoo.at
- 켄싱턴리조트 충주 : 충청북도 충주시 앙성면 산전장수1길 / 043-857-0055 / www.kensington.co.kr/rcj
식당정보
- 남한강 막국수 : 막국수 / 충청북도 충주시 중앙탑길 113 / 043-855-2359
- 복서울해장국 : 선지해장국 / 충청북도 충주시 관아1길 / 043-842-0135
- 황금옥 : 설렁탕 / 충청북도 충주시 예성로 304 / 043-855-7855
(글) 변정택 여행작가
(사진) 이승훈 사진작가
※위 정보는 2022년 9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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