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 부족하면 왜 고기가 당길까… IBS, 장-뇌 회로 원리 규명
송혜진 기자
몸속 단백질이 부족해지면 왜 유독 고기나 단백질 음식이 당길까. IBS 마이크로바이옴-체-뇌 생리학 연구단 서성배 단장 연구팀이 서울대, 이화여대와 함께 특정 영양소가 부족할 때 몸이 필요한 음식을 골라 찾게 되는 과학적 원리를 밝혀냈다. /ChatGPT 생성 이미지
몸속 단백질이 부족해지면 왜 유독 고기나 단백질 음식이 당길까. 특정 영양소가 부족할 때 몸이 그 영양소가 든 음식을 찾도록 하는 생물학적 원리가 밝혀졌다.
단순히 입맛의 문제가 아니라, ‘제2의 뇌’라 불리는 장(腸)이 직접 영양 상태를 감지하고 뇌를 설득한다는 것을 국내 연구진이 확인한 것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의 마이크로바이옴-체-뇌 생리학 연구단, 서울대, 이화여대 공동 연구팀은 몸속 단백질이 부족할 경우 필수 아미노산을 선택하게 만드는 이른바 ‘장-뇌 축(gut-brain axis)’의 정밀한 작동 원리를 규명했다고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최근 밝혔다.
연구팀은 특정 그룹의 초파리에게 필수 아미노산이 전혀 들어 있지 않은 먹이만을 계속 주고, 인위적으로 ‘단백질 기아 상태’를 만들었다. 이후 단백질이 부족해진 초파리가 필수 아미노산이 든 먹이와 포도당(설탕) 먹이 중 어떤 것을 먼저 먹는지 실험했다.
본래 초파리들은 에너지원이 풍부한 포도당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단백질 결핍 상태의 초파리는 평소 선호하던 당분 대신 필수 아미노산이 포함된 먹이를 우선적으로 섭취했다. 배가 고프다고 아무 음식이나 먹는 것이 아니라, 몸에 부족한 영양소를 스스로 선택해 보충했다는 뜻이다.
이어서 연구팀은 장과 뇌가 실제로 신경 신호를 주고받으며 음식 선택 행동을 조절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장이 뇌의 회로를 직접 조절해 “당분보다 단백질을 먼저 먹으라”고 행동 우선순위를 바꾸는 것을 실험으로 확인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초파리에서만 나타난 것이 아니었다. 연구팀은 추가 실험을 통해 포유류인 생쥐도 단백질이 부족할 경우 필수 아미노산을 우선적으로 섭취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비만과 식이 행동 장애 연구에도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시장을 주도하는 비만 치료제 상당수는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GLP-1) 신호를 활용하지만, 이 신호가 실제로 어떻게 뇌의 행동 회로를 바꾸는지는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성배 IBS 마이크로바이옴-체-뇌 생리학 연구단장은 “이번 연구는 앞으로 비만·대사 질환은 물론이고, 폭식증·거식증 같은 식이 행동 장애 치료 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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