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고 싶은 나라 ‘주식회사 대한민국’ / 장영욱
요새 사람들은 직장을 구하기 전에 기업리뷰 사이트의 별점을 본다고 한다. 전·현직 사원들이 직접 자기 회사의 복지, 급여, 업무–삶 균형, 조직문화 등을 평가해 점수를 매기는데, 각 항목 5점 만점에 평균 3.5점 이상이면 상당히 괜찮은 회사고, 2.5점 미만은 지원하기 전에 한번 더 고민해봐야 할 곳이란다. 1점대면 요즘 말로 “돔황챠”(도망쳐)야 하는 회사다. 이 기준이 꽤 정확한지 요새 구직시장엔 이런 말이 돈다. “별점은 과학이다.”
구직자가 입사희망 기업을 평가하여 거르는 일은 최근 전세계적 노동공급 부족 상황에 더 흔해졌다. 코로나19 유행 중 질병 후유증, 조기 은퇴, 입국제한 등으로 일터를 떠났던 내외국인 근로자들의 업무 복귀가 더디게 일어나고 있다. 경기둔화 국면에서도 요 몇달 미국과 유로지역 실업률은 역대 최저 수준을 유지했으며, 구직자 대비 빈 일자리 수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노동시장이 경색되면서 근로여건 개선이 미흡한 기업 위주로 일할 사람을 구하기 어려워졌다. 선진경제권에서 공히 진행되어온 저출생, 고령화로 인해 앞으로도 노동수급 불균형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우리나라도 더 심하면 심했지 피해 갈 가능성은 적다.
노동시장 경색을 풀 대안 중 하나로 이민인력 확충이 꼽힌다. 국가별로 인력 부족이 예상되는 업종에 외국의 인적 자본을 들여오기 위한 제도 정비가 활발하다. 미국은 지난해와 올해 각종 행정조치를 통해 이민비자 및 비이민 취업비자 발급 수를 대폭 확대했고, 유럽연합 역시 최근 인재풀시범사업, 인재파트너십제도 등을 신설해 역외국가와 인력교류 활성화에 나섰다. 독일 의회는 지난달 숙련이민인력법을 통과시키며 해외 숙련인력의 취업비자 및 영주권 획득 요건을 완화했다. 독일 올라프 숄츠 총리는 이 법을 통해 해외 인재를 연간 150만명 유치하겠다고 공언했다.
우리나라도 해외인력 쟁탈전에 가세했다. 팬데믹 때 본국으로 돌아갔던 외국인 취업자를 다시 데려오기 위해, 2023년 계절근로자 배정인력을 4만여명으로 두배 이상 증원하고 체류기간도 5개월에서 8개월로 확대했다. 올해 고용허가제(E-9 비자) 입국자 규모도 11만명으로 지난해(6만9천명)보다 대폭 늘렸고, 특히 숙련기능인력(E-7-4 비자) 연간 쿼터는 현행 2천명에서 3만5천명까지 무려 17배나 증가시켰다.
문제는 해외 구직자들이 우리나라에서의 노동을 얼마나 매력적으로 느끼는지다. 노동공급 부족 상황에 이주인력 유치 경쟁이 앞으로 더 심화한다면, 협상의 추는 이민을 받는 우리보다 이민을 오는 노동자에게로 기울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가 별점 3.5점 이상을 유지하지 못하면 양질의 인적자본을 다른 나라에 빼앗길 수 있다는 얘기다.
마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기업리뷰 사이트처럼 인재유치 지수(Talent Attractiveness)라는 걸 만들어 제공한다. 잠재이주 숙련노동자의 입장에서 외국인 취업기회, 기대소득, 가족동반 용이성, 근무인프라, 포용력 등을 평가해 순위를 매겼다. 우리나라의 종합순위는 38개국 중 25위, 아주 처지는 건 아니지만 그리 인상적인 성적도 아니다. 근무인프라(1위)와 소득(7위) 항목에서 상위권인 반면 외국인 취업기회(36위)와 가족동반 용이성(33위)은 최하위권이다.
숙련노동자를 대상으로 이 정도면 비숙련노동자에겐 더 가혹할 것이다. 비닐하우스를 개조한 열악한 숙소에 비싼 월세를 내며 사는 농촌 이주노동자들의 실상은 이미 잘 알려졌다. 제조업 이주노동자들은 안전장비도 없이 기계에 몸을 들이밀면서도, 휴식도 없이 폭염과 혹한을 받아내면서도, 정보 부족과 신분상 불안정 때문에 불평도 제대로 못 한다. 공식 기록만 따져도 2021년 외국인 산재 사망률은 내국인의 7배에 달했다. 이 와중에 고용허가제의 업장변경은 여전히 제한적이고, 급기야 최저임금도 안 주고 외국 가사인력을 데려다 쓰겠다는 어이없는 시도까지 있었다.
전세계적 외국인재 유치 경쟁을 뚫고 ‘주식회사 대한민국’에 더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려면,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더 나은 대우를 약속해야 한다. 나를 부품으로 쓰다가 버리려는 회사에 좋은 별점을 줄 순 없기 때문이다. 노동자를 귀하게 여기는 회사가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오고 싶은 나라’, 대한민국은 내외국인 모두에게 ‘살고 싶은 나라’가 될 것이 분명하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등록 2023-09-26 14:51 수정 2023-09-27 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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