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
강 문 석

삼계탕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게 된 건 별로 오래지 않다. 오랜 가난 때문이었다. 현직 때도 늘 주머니 사정이 빠듯하여 망설여지던 삼계탕이었다. 이제 은퇴 후 20년, 북망산천이 머지않은 때에 좋아하는 삼계탕이라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으니 살다가 늘그막에 큰 축복을 받은 것 같다. 삼계탕을 선호하는 것은 우선 큰돈 들이지 않고도 인삼과 닭고기와 같이 몸을 보하는 식품을 섭취한다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일전에도 광화문에서 젊은 날 함께했던 선배 두 분을 초대하여 삼계탕을 대접했다.
부산 남포동골목 한복판에도, 서면의 L호텔 뒤에도 이름난 삼계탕집이 있어서 지인들과 자주 찾는 편이다. 가끔씩은 글 쓰는 이들과도 들르는데 그럴 때 일본이나 중국 등 동양권 관광객을 그곳에서 만나게 된다. 그들도 한국관광에 나선 김에 보양식을 체험코자 소문난 맛집을 찾는 것 같았다. 이렇게 나라 바깥까지 소문난 한국의 삼계탕이 사람을 죽이는 음식이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아래 글은 SNS에 떠도는 글인지라 필자에게 추가로 물어볼 수 없어 유감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좋은 정보를 전해온 분께 감사하는 마음 크다.
삼계탕의 진실
옛날 양반집에 후처로 들어온 계모가 꼴 보기 싫은 정실자식을 아무도 눈치를 채지 못하도록, 곧 쥐도 새도 모르게 병신을 만들거나 죽여 없앨 목적으로 만든 음식이 있으니 그것이 어떤 음식인지 아는가. 옛날 양반들이 사는 전통가옥의 안뜰은 오직 여인들의 활동공간이었다. 그래서 안뜰에서 일어나는 일은 어떤 것도 바깥에 알려지지 않는다. 남정네들은 사랑방에서 거처할 뿐 평생에 한 번도 안뜰에 들어갈 일이 없다. 안뜰은 장독대가 있고 부엌과 연결되어 있다. 남녀가 유별하여 어린이거나 어른이거나 할 것 없이 남자는 일체 안뜰 출입을 하지 않았다.
여자의 적은 여자이고 남자의 적은 남자였다. 여자들은 투기가 심했다. 계모가 본처가 낳은 자식을 곱게 볼 리가 없다. 계모는 본처가 낳은 어린 자식을 아무도 눈치를 채지 못하게 죽여야 직성이 풀린다. 그래야 제가 낳은 자식으로 집안의 대를 이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절대로 의심을 받을만한 짓을 하지 않고 본처가 낳은 자식을 죽여야 한다. 독약 같은 것을 먹여서도 안 되고 미워하는 척을 하거나 학대를 해서도 안 된다. 오히려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이면서 아무 표시도 안 나고 아무도 눈치를 챌 수 없게 죽여야 한다. 곧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종들은 무식해서 독약을 쓸 줄도 모르고 또 돈이 없어 독약을 구할 수도 없으므로 나름대로 꾀를 내서 생각해 낸 것이 방법이 있다. 바로 안뜰에 닭을 몇 마리 키우는 것이다. 수탉이든지 암탉이든지 상관없다. 3~4개월쯤 자란 중닭이 제일 좋다. 닭을 안뜰 기둥에 묶어 놓고 키우면서 하루 다섯 번씩 싸리나무 회초리로 모질게 때린다. 그렇게 하면 닭은 맞아서 아프므로 매질에 대해 공포심이 생긴다. 실컷 때린 다음 모이를 실컷 먹도록 준다. 닭은 맞은 것에 대한 아픔과 공포심을 잊기 위해 모이를 배가 터질 만큼 먹는다. 그렇게 하면 먹은 것이 모두 독으로 변한다.
닭은 며칠 지나면 아토피 피부병 같은 피부염이 생겨서 털이 몽땅 빠진다. 발톱이나 부리도 빠졌다가 다시 난다. 그렇게 닭을 3개월 정도 날마다 매질을 하고 나서 먹이를 주어서 키운 다음 그 닭을 모질게 때려 죽여서 인삼을 넣고 푹 끓여서 정실 자식한테 먹이는 것이다. 계모가 본처가 낳은 자식을 흔적 없이 죽이기 위해 꾀를 써서 만든 음식이 바로 삼계탕이다. 여름철 삼복더위에 먹는 보양식으로 널리 알려진 삼계탕의 기원이 이렇게 비롯되었다. 인삼은 식물 중에서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으며 자라는 식물이다. 인삼을 재배하기 시작한 것은 역사가 100년 남짓 밖에 되지 않는다.
조선 말엽에 산삼의 효능이 알려지면서 부호나 귀족들이 산삼을 많이 찾았지만 구하기가 몹시 어려우므로 개성상인들이 산삼 씨를 밭에 심어서 재배하기 시작한 것이 인삼의 시초다. 지금은 인삼 명산지가 금산 강화 개성 영주 풍기 등 여러 곳이지만 옛날에는 개성인삼을 으뜸으로 쳐주었다. 인삼은 북쪽으로 갈수록 품질이 좋다. 개성인삼은 8년을 키울 수 있었다. 지금도 개성인삼 품질이 가장 좋다. 산삼은 인적이 전혀 없는 깊은 산속에서는 1000년을 살 수 있지만 인가 근처에서 자라거나 사람이 밭에 키우면 7~8년밖에 살지 못한다.
동서남북에 몽땅 사람이 많이 사는 곳에서 인삼을 재배하면 사람으로 인한 공포를 아주 크게 느껴서 수명이 짧다. 그래서 주변에 도시가 많은 충청남도 금산에서는 4년 밖에 살지 못하고 소백산 아래 있는 경상북도 풍기지방은 사람 소리가 적게 들리므로 5년을 키울 수 있고 강화도는 바다가 가까이 있어서 환경이 더 좋으므로 6년을 키울 수 있다. 민통선 안쪽의 비무장지대 역시 인적이 뜸하므로 6년을 키울 수 있다. 남한에서는 비무장지대와 강화도에서 나온 인삼이 제일 품질이 좋다. 삼계탕은 세상에서 가장 몹쓸 음식이며 저주받은 음식이다.
동물과 식물이 인간을 향한 분노와 저주가 깃든 음식이다. 닭은 자라는 동안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 동물이고 인삼은 식물 중에서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 식물이다. 도라지와 인삼 잔대 같은 여러해살이 뿌리식물들이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다. 그렇다면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가장 적게 받는 식물이 무엇일까. 그것은 뽕나무다. 뽕나무는 사람과 가장 친화력이 강한 나무다. 뽕잎으로 누에를 치기 위하여 오래 전부터 잎을 따면서 가꾸어 왔기 때문에 사람의 손길에 그다지 공포심을 느끼지 않도록 적응이 되어 있는 것이다.
뽕나무는 사람이 가지를 잘라주고 관심을 가져 줄수록 더 잘 자란다. 산에서 자라는 야생 산뽕나무보다는 밭에서 키우는 뽕나무가 잎이 훨씬 넓고 두꺼우며 건강하고 잘 자란다. 뽕나무는 사람과 친화력이 있어서 사람에 대한 공포심이 없고 오히려 친근감을 느낀다. 삼계탕은 사람한테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고 자란 닭과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은 인삼을 합쳐서 끓인 것이다. 영악한 계모가 미운 본처 자식을 저주하여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 없애거나 병신을 만들기 위해서 만든 세상에서 제일 악랄한 음식이다. 계모나 첩은 대개 종의 딸이다.
옛날에는 종이 낳은 자식은 모두 종이 될 수밖에 없었다. 종들은 대개 머리가 좋고 꾀가 많다. 뱃속에서부터 기름진 음식, 달콤한 음식을 먹지 않고 자랐기 때문에 머리가 좋고 꾀가 많은 것이다. 알고 보면 삼계탕은 그 기원이 아주 무섭다. 삼계탕은 조선시대 초기에 생겨나서 비밀리에 사람을 죽이는 살인음식으로 몰래 전해지다가 차츰 일반적인 보양음식으로 와전되어 세간에 널리 퍼졌다. 그런데 이것이 요즘은 삼복에 먹는 보양식이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음식 가운데 하나라고하여 온 국민이 즐겨 먹고 있는 것이다.
수시로 매질을 해서 키운 닭에 인삼을 넣고 끓인 삼계탕을 어린 아이한테 세 마리에서 다섯 마리쯤을 먹이면 그 독으로 인해 죽거나 바보가 되거나 눈이 멀거나 고자가 되고 만다. 죽지 않더라도 고환에서 정자를 만들지 못하게 되어 대를 이을 수 없는 병신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궁중에서 왕자들한테 삼계탕을 가장 좋은 음식이라고 해서 먹이고 귀빈들한테도 수시로 먹였으니 임금이며 왕비 귀빈 할 것 없이 모두 씨가 마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조선의 임금들이 그렇게 많은 왕비와 후궁들을 거느리고도 자손이 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삼계탕을 많이 먹었기 때문이다.
역사를 읽어보면 조선의 왕들이 왕비와 귀빈 후궁들을 많이 거느리고도 자손이 몹시 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 이유가 삼계탕과 얼음, 달콤한 음식들을 즐겨 먹었기 때문이다. 계모가 삼계탕을 끓이면 그 냄새가 사방에 진동한다. 그러면 계모가 낳은 아들이 그 냄새를 맡고 쫓아와서 달라고 떼를 쓴다. 그러면 계모는 ‘저것은 귀한 도련님만 먹어야 하는 것이고 너 같은 상놈은 절대로 먹으면 안 된다’고 장작개비로 두들겨 패서 쫓아 버린다. 그것을 보고 시어머니와 시아버지 남편은 계모가 본처가 낳은 자식을 위해 정성을 들여서 삼계탕을 끓여 먹인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제가 낳은 자식은 두들겨 패서 내쫓아서 근처에도 못 오게 하는 것을 보고 훌륭한 첩을 얻었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한다. 장작개비로 얻어맞고 쫓겨난 첩의 아들이 다시 와서 ‘도련님한테만 맛있는 것을 주고 나는 왜 안 주냐’고 떼를 쓰면 다시는 근처도 못 오게 신발짝이나 부지깽이로 두들겨 패서 내쫓아 버린다. 그리고 미운 정실 자식한테 수시로 꿀떡이나 인절미 같은 달콤한 음식을 먹인다. 꿀떡이나 인절미 같은 달콤한 음식을 많이 먹으면 머리가 둔해져서 멍청한 바보가 되어버린다.
계모는 제가 낳은 아들이 도련님한테 주는 것을 나도 좀 달라고 하면 그럴 때마다 ‘이 상것아, 너하고 도련님하고 입이 같으냐? 도련님은 지체 높은 양반이고 너는 천한 상것인데 상것은 상것을 먹어야 하고 도련님은 귀한 것을 먹어야 한다’고 하면서 수시로 제가 낳은 아들을 혼을 낸다. ‘미운 자식 떡 하나 더 주고 예쁜 자식 매 한 대 더 때린다’는 말이 여기서부터 비롯된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서푼짜리도 안 되는 고기’보다도 더 나쁜 소고기와 ‘살인삼계탕’보다 못한 닭고기를 거의 날마다 먹으면서 살아 갈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