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터진 감귤 3배… ‘금귤’ 우려
역대급 열대야에 생육 불균형 발생
제주 노지감귤 23%가 작황 피해
감귤 10개 6916원… 1년새 15% 올라
연말까지 20∼30% 가격 급등 전망도
열 받은 귤, 갈라지고 터지고… 제주도의 한 비닐하우스 농장에서 열과(과일이 갈라지거나 터지는 현상) 피해로 감귤 껍질이 벌어져 있다. 올해 폭염과 열대야로 제주도 감귤의 열과 피해가 지난해의 3배 가까이로 늘었다. 오병국 씨 제공“피해가 너무 심합니다. 어떤 농가는 레드향을 단 하나도 못 건졌어요.”
제주도 서귀포에서 노지감귤과 레드향, 한라봉 등을 재배하고 있는 오병국 씨(77)는 올여름 폭염으로 인한 작황 피해가 유독 심각하다고 했다. 그는 “예상을 뛰어넘는 폭염과 열대야 탓에 올해 감귤류의 가격은 당연히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올여름 장기간 이어졌던 폭염에 제주도의 감귤 농사도 비상이 걸렸다. 열과(과일이 갈라지거나 터지는 현상) 피해 규모가 지난해보다 3배 가까이로 늘어나면서 올겨울 감귤 대란 가능성이 예고되고 있다. 감귤 공급이 줄면서 소비자 가격이 급등하는 ‘금(金)귤’ 현상이 우려된다.
17일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제주 지역에서는 올해 총 열매 수 대비 23.3%에서 노지감귤 열과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해 8.2%의 2.8배다. 고급 감귤류로 꼽히는 레드향의 열과 피해 면적은 36.5%로 1년 전(25.7%)보다 10.8%포인트 늘었다. 열과 피해는 과피(껍질)와 과육(내용물)의 생육 불균형으로 과육에 비해 과피가 커지지 않아 발생한다. 수분의 과잉 공급이나 고온 현상이 감귤류의 열과 발생을 촉진시킨다.
열과 피해는 올 7∼9월 제주 지역의 폭염과 열대야 때문에 비롯됐다. 이 기간 제주의 폭염일수는 21.4일로 전년(6.6일) 대비 14.8일 많았고 열대야도 63.3일로 25.8일 증가했다. 평균기온 역시 28도로 전년(26.7도) 대비 1.3도, 평년(25.2도) 대비 2.8도 높았다.
공급 부족이 예상되면서 감귤 가격은 벌써부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감귤(상품) 10개 기준 16일 소매가격은 6916원으로 전년 대비 14.5%, 평년 대비 35.7% 상승했다. 가장 이르게 수확되는 극조생 감귤도 이미 지난달 기준 전년 대비 10% 이상 올랐다. 백승우 전북대 농경제유통학부 교수는 “지난해까지 과수화상병으로 가격이 올라 금(金)사과 문제가 불거진 것처럼 감귤류의 수확량이 감소하면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유통업계도 11∼12월 조생종 감귤의 출하량이 1년 전보다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로 인해 감귤 소비 성수기인 12월∼이듬해 2월 공급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말까지 감귤 가격은 전년 대비 20∼30% 비쌀 것으로 전망된다. 이마트 관계자는 “사전 계약 재배를 통한 물량 확보와 우수 농가 중심의 품질 관리에 나서고 있다”며 “감귤 담당 바이어와 과일 검품단이 수시로 제주를 찾고 있다”고 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평소 운영 수량 대비 감귤 저장 물량을 20% 추가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영일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감귤연구센터 연구관은 “일반적으로 수확량이 적으면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 사실이나 가격은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기후에 따른 농산물의 수급 차질과 가격 불안은 계속 이어지는 모습이다. 최근 배추를 비롯한 김장 채소류 가격이 크게 오르는가 하면 토마토와 배 등 다른 과채류 가격도 평년보다 높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