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초산장 이야기 1405회) 가을 배추를 심고...
2025년 8월 31일, 일요일, 비 온 뒤 갬
8월 30일 토요일.
부산시 최고 기온이 36도인데 금정구 두구동이라고 했다.
8월 마지막 날인데도 완전히 한여름이다.
9월이 코앞인데도 여전히 더우니 이해가 안 된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계곡 물에 발을 담그고
문경민 작가가 쓴 <훌훌>을 읽었다.
주인공 서유리는 입양아인데 키우던 엄마가
파양을 하고 지금은 할아버지와 산다.
주인공은 고2이기 때문에 독립할 생각을 한다.
- 내 진로 키워드는 셋이었다.
4년 전액 장학금, 기숙사, 취업전망.
세 조건만 만족시킨다면 지역이 어디든
전공이 무어든 상관 없었다.
징글징글한 과거를 싹둑 끊어내고
오롯이 나 혼자서 싶었다.
이름도 바꿔 버리고 싶었다.
취업까지 성공하면
나를 낳은 부모를 찾아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배다른 남매 연우가 집으로 오면서
사정이 확 달라진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모기향을 피워 놓고 책을 읽었다.
하우스 안은 푹푹 찌기 때문에 정자에 앉아 책을 읽다가
너무 더워서 계곡으로 자리를 옮겼다.
자신을 입양했던 서정희 씨가
파양을 하고 배다른 남매인 연우를 때리다가
견디다 못한 연우가 서정희 씨를 밀어서
개천 아래로 떨어져 죽고 만다.
복잡한 가정환경 때문에 대학에만 가면
독립된 생활을 하겠다고 마음 먹은 유리는
갑자기 찾아온 연우 때문에 마음이 복잡해지고
공부가 제대로 안된다.
도대체 이 이야기가 어떻게 마무리 될 것인인가?
궁금증을 안고 책을 읽어 나갔다.
일기 예보에 월화수 3일간 비가 온다고 해서
배추 모종을 심기로 했다.
범초산장에 들어오기 전에 부전시장에 들러
배추 모종을 40포기 만 천 원을 주고 사왔다.
금요일 저녁에 10 포기를 심고
토요일 아침에 남은 30포기를 심었다.
배추는 배추흰나비가 알을 낳으면
배추벌레를 잡기 힘들기 때문에 한랭사를 쳐 놓았다.
작년에는 비가 많이 와서 모종이 죽는 바람에
3번이나 다시 심었는데 올해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죽으면 또 심을 것이기 때문에 걱정 안 한다.
무슨 일이든 될 때까지 밀어붙이는 것이 내 방식이다.
포도가 나오는 철이라 포도 식초를 만들려고
포도를 먹고 남은 껍질을 병에 집어 넣었다.
이 병 안에 약초물을 붓고 이미 만들어 놓은
식초를 종균으로 집어 넣으면 끝이다.
작년에 키위가 많이 열려 키위 식초를 만들어 놓았는데
색깔이 참 좋았다.
이걸 토대로 포도 식초도 만들고 다른 식초도 만든다.
엉겅퀴, 뽕잎, 호장근, 금전초 등...
여러가지 약초 식초도 시험삼아 만들어 본다.
범초산장은 나의 실험실이다. ㅎㅎ
내 마음대로 이것 저것 천연 식초를 만드는 재미가
쏠쏠하다.
호박이 통 안 열리더니
나무 위에 엄청 큰 호박이 열렸다.
달덩이만큼이나 크다.
저거 하나면 여태 안 열린 호박을 다 보상하고도 남겠다.
호박님, 감사합니다!
유여사가 어반스케치 수업에 가고
나혼자 점심을 먹어야 할 때
무를 사다 무 생채를 만들려고 했는데
아무리 찾아도 채 썰기 기구가 안 보여서
할 수 없이 감자 깎는 칼로 했더니
얄핏하게 종이장처럼 잘라졌다.
아하, 이 방식도 의외로 괜찮았다.
산장에 들어올 때 무를 1500원 주고 하나 사와서
감자 깎는 칼로 무 생채를 만들었다.
무는 소화도 잘 되고 기침에도 좋기 때문에
자주 먹는 것이 좋다.
무 생채 만드는 방법은 너무나 간단하다.
무를 얇게 깎은 뒤에,
소금으로 간을 하고 효소를 두 숟갈 정도 넣고
식초와 까나리 액젓을 적당히 넣으면 끝이다.
혼자라도 반찬을 골고루 만들어서
맛있게 먹었다.
내 건강을 지켜주는 범초산장!
항상 감사한 마음이다! (*)
출처: 글나라 동화사랑 원문보기 글쓴이: 凡草
첫댓글 가까이에 먹을게 가득이니 요리솜씨도 더 늘어나셨네요
실험 삼아 자꾸 하다 보니 조금은 늘은 것 같습니다 ☆
시원한 한주 보내세요 ☆
첫댓글 가까이에 먹을게 가득이니 요리솜씨도 더 늘어나셨네요
실험 삼아 자꾸 하다 보니 조금은 늘은 것 같습니다 ☆
시원한 한주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