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ttps://v.daum.net/v/20230320183616412
CS는 총자산이 지난해 말 기준 5300억 스위스프랑(약 750조원), 직원 수는 5만여 명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큰 글로벌 금융사다. 파산한다면 금융위기 확산 단계인 ‘리먼 모멘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리먼 모멘트란 2008년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부른 것처럼,
특정 기관의 위기가 시스템 위기로 확산하는 순간을 의미한다.
주말 새 ‘빅딜’이 급하게 성사된 것은 2008년 재현을 막아야 한다는 공포감 때문이었다.
UBS의 CS 인수로 사태는 일단 진정 국면에 들어갔다.
하지만 또 다른 여진은 남았다.
CS 매각으로 22조 4700억원 상당의 신종자본증권(AT1)이 모두 휴짓조각이 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AT1 보유 물량이 많은 HSBC 등에 대한 건전성 우려가 확산하며,
20일 홍콩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급락했다.
주요 아시아 은행이 발행한 AT1의 가격도 줄줄이 떨어졌다.
최근 은행 위기를 촉발한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은 장부상에 드러나지 않았던 채권의 ‘미실현 손실’이
문제였다. SVB는 2021년 급격히 늘어난 예금을 미국 장기 채권에 투자하면서, 이를 만기보유증권으로 장부상에
분류했다.
만기보유증권은 만기까지 보유하는 자산을 의미하기 때문에 시장가가 아닌 액면가로 가치를 평가한다.
지난해 말 기준 SVB의 만기보유채권 가치는 장부상에 910억 달러(약 119조 3920억원)였다.
하지만 금리 인상에 채권 가격이 내려가 당시 시장가로는 150억 달러(약 19조6000억원) 손실이
이미 난 상황이었다. 이런 손실은 경기 불황 등을 이유로 예금이 급격히 줄고 나서야 드러났다.
CS도 외형적으로는 문제가 없었다.
은행의 안정성을 평가하는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지난해 말 기준 14.1%로 오히려 지난해 9월 말 대비 1.5%포인트 상승했다. 급격한 자금 인출이 이뤄졌을 때, 필요한 고유동성 자산의 비율인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도 올해 3월 기준 150%로 기준선인 100%를 넘었다
다만 누적된 투자 실패와 각종 스캔들에 “모르는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불안 심리를 자극한 것이 문제였다.
여기에 고금리, SVB 사태가 겹치며 주가가 폭락하는 등 자금 이탈이 급격히 진행됐다.
숨은 위험의 등장은 은행 신뢰 훼손으로 이어졌다
. “은행도 믿을 수 없다”는 인식에, 중소·부실은행에서 대형은행·안전자산으로의 자금이 쏠리는
‘머니 무브’가 이뤄지며 위기를 더 키웠다.
워싱턴포스트(WP)는 18일(현지시간) 미국 대형은행에 수백억 달러 규모의 예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뱅크오브아메리카에 최근 약 150억 달러(약 19조5000억원)의 예금이 늘었다고 했다.
반대로 퍼스트리퍼블릭(FRC)를 비롯한 다른 미국 지역 중소은행의 자금 이탈은 계속됐다.
특히 고액 자산가 예금이 많은 FRC는 예금 인출로 파산설까지 돌자,
JP모건체이스 등 11개 미국 대형은행이 300억 달러 유동성을 지원하기도 했다.
“최근 예금주들이 기존 은행에서 돈을 인출하여 머니마켓펀드(MMF)·양도성예금증서(CD) 등
수익률이 높은 증권에 투자하기로 결정하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높은 물가 상승률에 긴축 정책을 철회할 수 없는 최근 상황이 신속한 위기 해결을 어렵게 한다.
고금리 상황이 지속하면 은행이 받는 부담도 계속 커져, SVB와 CS 같은 위기 상황이 또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금리를 낮출 수 없는 상황에서는 2008년 같은 대규모 정부 구제 금융 같은 해결책도 제한된다.
20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금 같은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면 ‘상업용 부동산 대출’과 ‘개인금융’이
다음 위기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FT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미국 소규모 은행 대출의 약 28%를 차지하는데,
작은 은행 몇 개가 대출 자산을 감액하게 된다면 지급 능력에 의문이 생길 것”이라며
“손실을 시장에 드러내지 않은 개인금융의 자산가치 하락도 금융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