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줄타기 / 하상수

[칼바도스]

외줄타기 / 하상수

 세상의 모든 줄은

 사람을 태울 수 있다

 공중에 길을 맸다 단단하게 꼬아진 외줄은 두 갈래가 휘감고 지나간 곳

흔들리는 기울기를 당겨오면 저렇듯 길이 생기는 걸까 공중의 위쪽과 아래

쪽이 팽팽하다

 날 수가 없어 부채를 들었다

 흔들리기 싫어 흔들었다

 부채는 다른 시간을 펼칠 수 있는 날개

 그 날개에 공중을 걸었다

 기우뚱한 왼쪽의 몸, 날개는 바깥쪽을 향해 힘껏 뻗어 중심을 잡는다

지금까지 공중에서 길을 잃은 날개는 얼마나 될까 날개에 그려져 있던 산

수화의 산천은 몇 개나 찢겨졌을까

 부채를 들고 느긋하게 선회하는 저 몸짓은 허우적거리는 중이다

 비틀려진 길을 비틀어진 발이 빠르게 지나간다 꼬인 줄을 반듯하게 지나가려

했다는 것이 잘못된 일이었다는 것을. 이쪽과 저쪽 구분이 없는 공중의 길,

가느다란 그 길 위에서 걷고 뛰고 곤두박질을 치고 나서야 알았다

 길 밖 발밑에서 가족들이 공중을 올려다보고 있다

 아지랑이들이 피어오르며 저희들끼리 줄을 꼬고 있다

- 계간 시 전문지 <사이펀> 2022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