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달린 산삼’인 송순과 솔잎으로 빚은 약주 ‘솔송주’ 청량한 맛과 은은한 향이 일품
보양식인 ‘안의갈비찜’에 곁들이면 맛과 영양이 입안에 한가득
통영대전고속도로에서 지곡 나들목(IC)으로 나오면 60여채의 전통한옥이 자리를 지키는 경남 함양 개평마을에 닿는다. 하동 정씨와 풍천 노씨의 집성촌인 이곳은 5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마을 곳곳에는 고풍스런 한옥과 함께 소나무가 눈길을 끄는데, 마을 역사만큼 유명한 것이 송순과 솔잎으로 담근 솔송주다.
은은한 소나무 향을 담은 솔송주는 하동 정씨 집안에서 16대째 내려오는 가양주다. 500여년 전 성리학의 대가 일두 정여창(1450~1504년)의 집에는 수많은 손님이 드나들었다. 집안 아낙네들은 그들을 대접하기 위해 쌀에 소나무의 새순인 송순과 솔잎을 넣고 술을 빚기 시작했다. 지금은 정여창 16대 손인 정천상씨의 부인 박흥선씨(66·무형문화재 제35호, 국가지정 식품명인 제27호)가 맥을 이어가고 있다.
“40여년 전 시집와서 시어머니에게서 술 빚는 법을 전수받았어요. 시어머니는 솔송주를 빚고 맛보는 걸 즐기셨어요. 매일 주무시기 전에 한잔씩 마시고 잠을 청했는데, 그 덕분인지 105세까지 건강하게 살다 돌아가셨어요.”
‘나무에 달린 산삼’이라고 하는 송순을 넣은 솔송주는 몸에 좋은 ‘약주’로 알려졌다. 매년 4~5월이면 마을 주변 소나무에서 송순과 솔잎을 채취해 술을 빚는다. 먼저 찹쌀로 죽을 만들고 누룩을 섞어 ‘밑술’을 만든다. 송순과 솔잎은 살짝 쪄서 고두밥에 넣고 발효시킨다. 송순과 솔잎을 찌는 이유는 떫은맛을 없애기 위해서다. 2~3일 정도 발효시킨 고두밥을 밑술에 섞고 20일 정도 더 기다린 후 걸러내면 솔송주가 완성된다.
잘 익은 솔송주는 은은한 솔향과 청량한 맛이 일품이다. 알코올 도수가 13도로 높지 않으며 단맛·쓴맛에 부드러운 목넘김이 조화를 이룬다. 박씨는 “솔송주는 차게 해서 마시면 맛과 향이 더욱 살아난다”며 “안주로는 간장양념으로 조리한 고기요리가 어울린다”고 추천했다.
솔송주의 고장인 함양은 소갈비를 간장양념에 졸인 ‘안의갈비찜’ 요리로도 유명하다. 1970년대까지 안의면에 커다란 우시장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잡은 소로 갈비찜을 만들어 파는 식당이 생기기 시작했다. 지금도 안의버스터미널 주변에는 갈비찜을 파는 식당이 7~8곳 정도 성업 중이다.
안의갈비찜은 고기를 물에 담가 핏물을 빼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대신 30~40분 정도 삶아서 우려낸 물을 버린다. 삼대째 갈비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영숙씨(50)는 “물에 오래 담가 핏물을 빼면 육즙이 빠져 고기맛이 떨어진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한번 익힌 고기는 간장양념을 넣고 졸인 후 살짝 데친 양파·당근·오이 등을 얹어 손님상에 낸다. 채소는 따로 익힌 덕분에 풀이 죽지 않고 아삭아삭한 맛이 살아 있다.
안의갈비찜은 보통 콩잎장아찌에 싸서 청국장에 찍어 먹는다. 달콤한 갈비찜과 새콤한 장아찌, 구수한 청국장의 조화가 색다르다.
안의갈비찜을 먹다가 솔송주를 들이켜면 간장맛과 솔향이 부드럽게 어우러진다. 김홍우 한국전통주진흥협회장은 “솔송주는 솔잎 특유의 떫은맛이 없고 목넘김이 깔끔하다”며 “은은한 솔향이 갈비의 느끼함을 잡아준다”고 말했다.
보양식으로 즐겨 먹는 갈비찜과 약주인 솔송주의 조합은 맛과 영양 모두를 만족시키는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