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기꾼, 마해자? 마스크 벗은 얼굴에 실망하는 까닭
이르면 18일부터, 늦어도 6월 안에는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될 것으로 보인다. 마스크 착용은 여러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마기꾼·마해자처럼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벗었을 때의 외모 차이와 관련된 것들이다. 마스크 쓴 얼굴을 어떻게 인식하기에 이런 말들이 생겨났을까?
◇마스크 벗은 얼굴 때문에 이혼한 日 여성 사연?
최근 야후 재팬 뉴스는 마스크를 벗은 남편의 외모에 실망해 이혼했다는 한 여성의 사연을 소개했다.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만난 남성과 2개월 만에 결혼했지만 잘생긴 눈과 달리 마스크 속 불규칙한 치열과 두꺼운 입술 때문에 관계가 멀어졌고 결국 이혼에 이르렀다는 것. 해당 사례가 사실인지 확인할 길은 없다. 다만 결혼 전 밥 한 끼도 같이 먹지 않았다는 건 믿기 어려워 보인다.
위 사례와는 별개로 마스크를 쓰고 벗은 얼굴의 차이에는 꽤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듯하다. 덕분에 ‘마기꾼’과 ‘마해자’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마기꾼은 마스크 + 사기꾼으로 마스크를 쓰고 벗었을 때의 차이가 사기 수준이라는 의미다. 반면, 마해자는 마스크 + 피해자로 마스크가 얼굴을 가려 외모가 저평가됐다는 뜻이다. 사람은 마스크 쓴 타인의 얼굴을 어떻게 인식할까?
◇얼굴에 반응하는 세포 있지만, 마스크 썼을 때는 기능 불분명
영장류가 다른 개체의 얼굴을 인식할 때만 활성화되는 뇌의 ‘얼굴 세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일찍이 확인됐다. 그러나 얼굴 세포가 어떻게 다른 얼굴을 기억하고 구별하는지는 불분명했다. 2017년 과학저널 셀(Cell)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얼굴 세포마다 인지하는 얼굴의 부위가 다르고 각각의 조합에 유별나게 더 잘 반응하는 뉴런들이 존재했다. 예를 들어 A라는 뉴런이 미간 사이의 거리에 반응한다면 B라는 뉴런은 헤어라인의 형태에 반응하는 식이다. 뉴런들이 이렇게 수집한 정보를 교환해야 우리가 얼굴을 떠올리고 구별해낼 수 있다.
그렇다면 마스크를 쓰고 있는 얼굴을 마주했을 때 얼굴 세포는 어떻게 반응할까? 안타깝게도 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얼굴 세포는 얼굴이 일부분 가려지더라도 다른 사물보다는 높은 반응성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러나 마스크로 코와 입이 가려지면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다른 얼굴과 구분해낼 수 있는지는 알 길이 없다.
가천대 길병원 신경외과 김영보 교수는 “영장류의 얼굴 인식 기능은 생존에 중요했기 따로 세포가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며 “그러나 얼굴 인식에 영향을 끼치는 건 각각의 부위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뿐만 아니라 통계적으로 쌓여 있는 경험이나 감정 등도 있다”며 “사람이 마스크로 가린 얼굴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유추할 수 있겠지만 얼굴 세포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밝혀낸 연구는 없다”고 말했다.
◇마스크가 가린 얼굴, 개인 이상형으로 채워
사람은 심리학적으로 좋은 면을 먼저 떠올리는 경향이 있다. 마스크로 가려진 부분을 선호하는 얼굴로 채울 수도 있지 않을까?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선으로 그린 원이나 삼각형을 바라볼 때 우리는 보통 좋은 도형이라는 생각을 먼저 하지 의식적으로 울퉁불퉁한 선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며 “마스크를 쓴 사람을 볼 때도 그 안을 구체적으로 상상하기보다 tv 등에서 마주해왔던 완벽한 이미지를 자동으로 대입해보기 쉽다”고 말했다. 즉, 상대가 마스크를 벗었을 때 느껴지는 실망감은 단순히 외모 때문이라기보다 전부터 봐왔던 이미지가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외모에 대한 선호도는 개인마다 다르다. 따라서 상대가 마스크를 벗었을 때 느껴지는 실망감을 예방할 방법은 없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도 있다. 마스크가 전보다 삭막한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곽금주 교수는 “입을 가리면 타인의 행복, 기쁨, 즐거움 등의 감정 상태를 알기 어렵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눈을 보면 사람의 심리 상태를 알 수 있다고 하지만 성격 등은 얼굴 전체를 마주하고 대화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사회적 거리두기가 심리적 거리두기를 만들었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므로 마스크 착용이 해제돼도 곧 이전과 같이 진실한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오상훈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