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다리 걸치기든 교토삼굴(狡兎三窟)이든
어느 회원이 언제까지 돈을 벌어야 하느냐고 했다.
언제까지 일을 해야 하느냐와 같은 뜻일 텐데
그건 선택의 여지가 있을 때 하는 말이다.
만약 생활비가 조달되지 않는다면?
타인의 도움을 받거나 일을 하고 돈을 벌 수밖에 없다.
물론 비축해 놓은 자산이 있다면 별문제다.
기본 생활비가 조달되고 있다면?
그러면 더 나은 생활을 위해 일하고 돈을 더 벌거나
아니면 여가를 즐길 것인지의 기로에 서게 된다.
그땐 각자의 인생관에 따라 결정할 문제다.
이야기를 이와 같이 단순화하면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세계적으로 완전고용상태는 없기에 불안하다는 점과
일도 살아가는 하나의 방식이란 점을 생각하면
그렇게 단순하게만 볼 건 아니다.
나는 학비가 덜 들어간다는 사범학교에 진학했고
졸업 뒤엔 비교적 안정적 직장이라는 교직에 몸담았다.
동창들은 모두 교직에서 정년을 맞고 안정적 생활을 한다.
대개는 교장선생님들이시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적성에 맞지 않아 초기에 뛰쳐나왔다.
많은 고생 끝에 다른 공직임용시험에 합격했지만
임용 연기신청을 해놓고 공인회계사 시험 준비를 했다.
그러나 그게 일 년에 성사되는 게 아니었다.
결혼 적령기도 닥쳐와 압박했다.
하여 꿩 대신 닭이라고, 세무사 자격시험엔 합격했다.
그러니까 두 갈래의 길을 마련한 셈이었지만
우선 공직의 길로 들어섰다.
임기를 3년 남겨놓고 공직에서 물러났다.
어느 벤처기업에서 자금관리를 맡아 달라 해
그리 들어갔는데
창업주가 정관을 무시한 채
강원랜드 카지노 출입자들 상대로 돈놀이에 매달렸다.
생활비가 절실했다면 빌붙어 지냈을 테지만
박차고 나왔다.
나는 공직에서 물러나면서
잠실 네거리 코너에 있는 오피스텔을 주거용으로 정했다.
여차하면 세무회계 컨설팅 사무실로도 쓸 요량이었다.
하지면 조금의 여유자금이 있었던 터라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 맞은편에 있는
자바시티 건물 10층 4호를 임차해(이름하여 천사호)
세무회계 컨설팅 사무실을 차렸다.
여기에 간단한 책상과 함께 집에 있는 서가도 옮겨
사무실 겸 독서실로 꾸몄던 것이다.
결국 양다리 걸치기 작전이었던 셈이다.
집에서 8백 미터밖에 되지 않는데
승용차를 타고 출퇴근했다.
아침에 사무실에 도착하면
창문으로 올림픽공원을 내다보는 게 일과의 시작이었다.
점심때쯤 되면 지인들의 전화가 걸려왔다.
그러면 빌딩 뒤편에 있는 중화식당 魚陽으로 안내해
점심과 차를 대접하는 게 일이었으니
사치와 낭비의 계절이었던 셈이었다.
결론은 임차보증금마저 다 까먹고 말았다.
그 뒤로 후배 사무실에 책상 하나 놓고
컨설팅 일거리 생기면 전철 타고 가서 일을 보고 온다.
여유시간엔 걸어서 올림픽공원에 다녀오고
그렇지 않으면 석촌호수 한 바퀴 돌고 돌아온다.
탈무드에 이런 말이 있다.
'화살 둘을 준비하면 명중률이 떨어진다.'
나는 늘 양다리 걸치기 작전을 해온 셈이었다.
그래서 마음은 편했지만 이루는 게 많지 않았다.
화살을 하나만 준비할 것인가?
아니면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둘을 준비할 것인가?
That`s The Question.
그게 문제라 하겠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이 일을 할 것인가?
그건 내게 도움 요청이 들어올 때까지라 해야겠다.
재능 기부도 삶의 한 가지 목적일 테니 말이다.
어느 회원이 교토삼굴(狡兎三屈) 이야기를 했다.
교활한 토끼는 살기 위해 굴 셋을 판다는 건데
(사마천의 사기 중 맹상군 이야기)
나는 거기서 양다리 걸치기 지혜를 배웠다.
이젠 주로 사이버카페에서 즐기지만
우리 카페엔 많은 게시판과 동아리가 있다.
그게 모두 가입절차가 있는 것도 아니요
회비를 내는 것도 아니니
그저 취향대로 들랑날랑하면 된다.
얼마나 좋으냐.
양다리 걸치기든 교토삼굴이든
마음 편한대로 임하자.
* 사진은 커피방 드나들던 날의 한 컷이다
(올림픽공원에서)
첫댓글 맑은 아침입니다. ^^
언제나 술술 읽히는 좋은 글에 항상 감사드립니다.
고마워요.
가슴이 뻥뚫리는 시원하고
개운한 글~~~
아침 찬바람이 시원합니다
간밤엔 좀 춥기도하던데
아침은 개운하네요.~~
마음가는대로
편하게
카페생활을 즐깁시다요~ㅎ
네에 그래야지요.
항상 석촌님의 글을 읽노라면 필력과 내공이 아주 출중하신분~~
문체의 유려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 합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
저도 석촌님과 지근거리에 사는 것 같습니다
저희 거실에서 자바시티 건물이 바라보입니다
그러시군요.
부끄럽습니다.
갑자기 화순에 일이 생겨서
아침에 츨발해서 조금전에 도착을 했습니다.
일 마치고 4~5시경 출발하면 밤 10시 전후해서 도착합니다.
왕복 10시간 정도의 운전이 이제는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도 가야겠지요?
일보는거야 미룰 수 없겠지요.
그래도 장거리 운전은 쉬엄쉬엄이 좋겠지요.
Certified 회계사 가
세무사 보다는 쉬웠을텐데요~
하긴 요즘은
탈세 아닌 절세 해 주는 분들!
그게 그거지만
고객 대상이 서로 다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