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이 시공 속에 태어나고 사라졌던 수많은 이들은 그들의 존재를 사랑과 미움
의 향기로 남겼습니다 프시케의 결연한 사랑의 향기가 오셀로의 비극적 미
움의 향기가 번갈아 늙은 가슴을 덮쳤고
그 혼돈.
속에서 죽음마저 아름다운 사랑의 이별로 승화시킨 님들의 넋들이 쉴 틈
없이 마음을 헤집고 들었던 2023년 한 해였습니다
찬바람이.
젊디 젊은 할배의 콧구멍을 뚫고 머릿속을 뒤 흔든다.저 멀리서 155mm
포성이 아까부터 쉬지 않고 새벽하늘을 가른다 뒤이어 드르륵드르륵 M16
소리에 콩복듯 AK소리가 화답한다.
아직도.
채 깨지 않은 하늘을 벌겋게 수놓은 황색 연막탄을 가르며 쎄액 펜텀의 바
람소리와 함께 콰르릉 폭음이 귀청을 찢는다 여기가 어딘가?
홀연 정신이 드니
나는 용마산 자락을 가로질러 촘촘히 박아놓은 나무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오늘이 2024년 첫날이었다.
산 끄트머리는 시커먼 실루엣만 어른거린다.수많은 사람들이 저 위에 있을
것이다 새해 새 아침에 떠오르는 첫 태양을 보기 위해서 그리고 나 잘되게
해 달라고 소원 빌기 위해서
그들은.
영하의 이 추위에 달달 떨면서 해야 해야 어서 떠 올라라 요렇게 빌 것이다.
이쪽 용마산을 기어오른 인간들과 저쪽 아차산을 기어오른 인간들이 군데
군데 떨고 서서 이 추운 날씨에 그들은 왜 저곳에 올랐을까?2024년의 해가
어서 떠오르는 게 뭐 그리 반갑고 신명 나는 일일까?
108계단?
웃기고 있네 그들은 저 계단을 오르며 아쭈 요따위 수준 높은 생각을 하겠
지 이생에서 쌓은 백팔 업장 비나이다 비나이다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갈 때
마다 그 고통 짊어지고 갈터이니 부디부디 내생에서는 그 업장 풀어 주사
이다.
여보시게들~
그거 미끄러질까 봐 그냥 만들어 놓은 거야.
업장은 무신 업장.
근데 하나 정말 풀 수 없는 수수께끼가 있다.
왜 힘들게 저 계단을 올라갈까?
어차피 내려올 건데....
본 마초 킴은 요런 생각은 벌써부터 하고 있었느니라.
저 계단에 앉아있는 사내의 달관한 표정 좀 봐라
정말 한심하다는 것이 주름 골골이 스며 있지 않니?
해맞이 갔던 사람들이 줄줄이 갔던 그 계단을 타고 다시 내려온다 코끝은
새빨갛고 얼굴은 새파란 게 곧 죽을 상 물었다 "해 봤어요?"
덜덜 떨리는 소리라서 그런지 대답이 울음소리 같았다.
"네"
다시 물었다.
가만있으면 절로 볼 거를 뭣하러 추운데 그곳까지 올라갔나요~ㅎ이번에는
뒤에 있는 사람이 대답했다 먼저 대답한 사람은 더 이상 입이 얼은 모양이
다."빨리 보려고요"
허허~
그냥 웃었다 그리곤 속으로 중얼거렸다 (조금 일찍 보는 게 뭐 그리 중요해)
나는 언제나 2024년 해가 뜨지 않았으면 좋겠는데.거봐 내려올걸 올라가긴
왜 가노 허허허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났다.지난 폭설 때 한라산을 올라갔다던 아무개 모 지
인이가 참 한심도 하지 그 추운데 저거 무신 생고생이람 어차피 다시 내려
올걸.
눈이 정강이까지 빠지고 숨은 턱에 차고 그렇다고 되돌아 내려올 수도 없고.
그래도 반대쪽으로 내려올 땐 미끄럼을 타는 통에 좀 덜 힘들었다는데
아무리.
곰곰이 이 싸나이 마초 킴의 무지한 머리통을 굴려봐도 도시 보름달 밤에
장님 나들이라,
그럴 기운 있으면 삼겹살에 상추쌈 놓고
소주 한잔 마실 일이지.
푸하하
싫은건 원래 빨리도 오나 보다.앙상한 나뭇가지들을 뚫고 줄기줄기 햇줄
기가 용마산 등성이에 어느 사이 쭈우욱 뻗힌다 그렇게 뜨지 말라고 빌었
건만 후우 피 같은 내 한해가 정말 가버렸군 손을 꼽아 보니 어허라 나 벌
써 일흔넷이네 그려~
나도 이 양반 나이 때는 펄펄 날았는데...
부럽군 정말 부러워.
웃긴다고?
그려.
잡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어.
그놈 2024년 햇살이 어느새 저 건너 전농 쌍 고갯길을 활짝 어루만지고
있구먼 그려 어찌 고갯길 뿐이겠어.
그 속에.
꼼지락 꺼리는 수많은 인간군상들을 올 한 해도 빙글거리며 굽어보겠지
어디 너희 놈들 얼마나 잘 사나 두고 보자 요따우 심뽀로 말이야.
그리고 요말도 빠뜨리지 않을걸.
싸나이 마초 킴 네 이 녀석 술 못 먹으니 정말 고소하다.에이(연태고량주)
하면서ㅎㅎ
「밝은 햇살 쌓인 눈을 비추고
삭풍은 매섭고도 애절하구나
돌이켜 보면 머문 곳이 없듯이
올해도 나그네는 가던 곳을 갈 테지」
그냥 끝맺기가 그러하여 사운령의 (세모)라는 시를
싸나이 마초 킴 임의로 휘저어 써 놓았습니다.
푸하하하
허어~~
2024년 용의해라 이글 보시는 선후배 제위님 들 갑진년(甲辰年) 청룡의
상서로운 기운 받아너 남 없이 100년 장수 하실꺼외다
~단결~!
첫댓글 울울한 마음을 달래려 금오신화를 흉내 내어
어설피 구어체(口語體)를 섞은 문체를 엮어봤습니다
혹여 알량한 지식 자랑하느냐고 핀잔 맞을 까봐
저어했는데 선후배 제위님께 어여삐 보아주시면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함께 용마산 일출 설경을 오르신 님들!
몸은 비록 못 가더라도 마음만은 어울려 훨훨
날라 봅시다.
근자 들어 이따금씩 멍~하니 창밖을 내다 볼 때마다
세월의 무상함이 더욱 깊이 저려오니
이것이 늙음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그러다 보니 졸작이나마 글 한편 쓰기도 힘들고....
건강하신 님 같은 분을 볼 때마다 부러운 마음만
더합니다.
甲辰年 새해 선후배 제위님들 복 많이 지으시길
바라봅니다
~단결~!
안녕하세요?
새해가 밝았어요
365일이 좋은 날들 되세요
그간 사랑으로 베풀어 주심에
깊이 감사드리며.
갑진년 새해에는 이루고자 한 바를 모두 이루시고
복 많이 지으시기 바라며..
마초 킴 인사드립니다
~단결~!
삭제된 댓글 입니다.
님의 댓글에 환한 미소로 반깁니다
새해 귀한 메시지로 마음이 흐뭇하군요
여기 오늘 서울의 아침은 쌀쌀하지만 님의
방문으로 인해 다담이 이어지는..
따뜻한 결 고운 봄날을 맞고 있습니다
맑은 이슬이 굴러가듯.
봄사랑이.
오롯하게 담겨 있습니다 아주 좋습니다.
감사드리며 내내..
행복하시길 기원드리며
새해 복 많이 지으시길 바라봅니다
감사 합니다
달관의 경지에서 모든 것을 이미 얻고 바라보는 시선,
그 시선으로 저도 새해를 살고 싶습니다
내 평생에 가장 큰 성과는 뭘까?
生의 언저리에 머물고 싶을 때 계절도 시간도 바람조차도 잠시 멈춰 줬으면,
하는 마음의 가장 큰 성과라는 게 글쎄 그게 나이라니 나이가 뭐 어때서...
그렇구나 나의 인생 우리의 인생은 아직도 진행형(進行形)이고
상승기(上昇期) 절정기인 것을 좋은 나이는 아니지 푸하하하
갑진년 새해 복 많이 지으소서
글 마중 고맙습니다
교회가서 하나님께 기도 하기를
"잘죽게" 해 달라는 기도로 바뀐지가 제법 된것 같다
모든 종교는 기복적인 종교라고 핀잔주시는분도 계시지만
기복신앙이 빠지면 앙꼬없는 찜빵 아닐까 나름데로 생각해 봅니다
볼때마다 감탄하는 글에 머물다 갑니다.
쓰고보니 앞뒤가 안맞네 ㅋㅋ
용마 산이라 하여서 마산의 용마 산이라 생각했는데 ㅎㅎㅎㅎㅎㅎㅎ
선배 님 건강하시죠?
선배 님과 함께 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선배 님께서 들려 주신 이야기들 그리고 표정들이 생생하게 생각나네요
계묘 년에는 제게는 뜻이 깊은 해였답니다
5670 아름다운 동행 카페와 인연을 맺었고 그 인연으로 인하여 많은 선배 님 들을 알게 되었고
선배 님 공적인 자리에선 선배 님이지만 사적인 자리에서 행님 하고 부를 수 있게 되어서
참 좋은 한 해였습니다.
이렇게 맺은 인연 이제는 더 나은 더 아름다운 인연으로 만들며
갑진 년에는 더 행복하게 지낼 것입니다.
고맙고 감사한 글 늘 즐거운 마음으로 읽는답니다
건강하시고 늘 행복함이 가득한 삶이 되시길 빌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