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28일 ( 토 )
중국 산을 찾아 다닌지도 어언 25년.
1995년 백두산을 시작으로 합비의 천주산, 황산, 태항산, 칭따오의 부산과 로산의 5개 코스,
동티벳 6,743m의 메리 설산의 신호,신폭,빙호, 4,500m 야딩의 우유해,
태산, 화산, 아미산, 5,596m의 옥룡설산, 호도협, 5,470m 당링설산의 후루하이, 6,250m의 쓰꾸냥산,
3,780m의 무거춰 등 이름 나 있는 명산은 거의 다 다녔다고 할 수 있고 공가산 해라구도 가 본적은 있었다.
늘 혼자 산을 찾아 다녔지만 이번에는 혼자 할 수 없는 산행이라 중국 단체 산행에 끼어 들었다.
외국인은 나 하나 뿐.
공가산은 사천성 서쪽의 동부 티벳과 네팔 사이에 있다.
6,000m가 넘는 45여개의 산 중에 높이가 7,556m로 중국 최고봉이다.
티벳어로 "설산의 왕"이란 뜻으로 워낙 가파르고 험해
아직까지 많은 사람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은 신성시 하는 산이다.
그 중 중국 산악인들이 최고의 코스로 손 꼽는 공가산 외선 트레킹.
6박 7일 동안 3일 야영. 2일 산장. 마지막 날은 온천 호텔 리조트에서 피로는 푸는 환상의 일정이다.
밤 10시 55분 인천 공항에서 사천 항공으로 청두로 출발.
솽류 공항에서 밤 늦게 까지 내 이름을 들고 있는 중국인을 미안스럽고 고마운 마음으로 만나
호텔에 오니 새벽3시가 넘었다.
잠깐 눈 붙이고 5시 일어나 중국 룸 메이트와 인사를 나누고 로비에서 간단한 빵과 우유가 든
도시락을 먹고 버스 두대로 출발.
한잠 자다가 캉딩의 식당에 점심 먹으려고 내리니 싸늘한 냉한 기운이 엄습한다.
거의 2,700m 높이에 위치한 도시다.
고도도 고도지만 멀리 설산에서 냉기가 몰려 오는듯 하다.
고산병과 체온 보호를 위해 겨울 파카를 입으란다.
캉딩 시장에서 간식과 과일, 오이 등을 사고
다시 한참을 달려 3,100m의 라오위린 들머리에 도착해서 산행 출발 준비.
야양 장비와 취사 도구, 식량등과 각자 큰 짐은 말에 싣느라 한참이 걸린다.
산행 도중 필요한 물건만 간단히 챙겨 먼저 가볍게 걷는다.
두 세시간 초지를 걸어 쉽게 초원의 야영지 도착
말에 실은 짐이 오기를 기다려 텐트를 받아 각자 친다.
동계용 오리털 침낭이라 그리 춥지 않게 잘 잤다.
하지만 자다가 화장실 가는 일이 여간 번거롭지 않다.
둘째날
아침은 쌀죽으로 먹고 기념 촬영하고 출발.
건국 70주년이라고 중국 전체가 떠들썩 하다.
홍석 지대를 지나
점심은 각자 간단히 해결하고
계곡과 바위 투성이의 오르막을, 곳곳이 험한 길들. 가도 가도 끝없이 한 걸음 한 걸음 올라
해질 무렵 17 km를 걸어 거의 쓰러질 지경이 되어 4,200m의 상 르우체 야영지에 도착.
조금 있으니 비가 쏟아지는 중에 억지로 텐트를 치고
캄캄해져 저녁은 먹는 둥 마는둥.
음식도 입에 안 맞아 겨우 조금 먹고
쏟아지는 비를 피해 텐트 한 쪽에 겨우 쓰러져 잔다.
만년설의 공가산 위용
세째날
뒤 쳐질것을 우려 해 남들 보다 새벽 일찍 출발 하는데 고산이라 숨도 차고 몸이 무거워 천근 만근이다.
오르막을 한 걸음 띄고 숨을 몰아 쉬고 한 걸음 띄고 쉬고
나는 유난히 고소에 약한데.
다들 나를 제치고 잘들 걷는다.
아 !
저 눈 덮인 고개는 올라 서야 되는데
앞서 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부러운지 젤 꼴찌로 따라 가니....
패스 올라 가기전의 아름다운 고원 호수
더 이상 힘들어 한 걸음도 띌 수 없을 지경인데 마침 장족들이 몰고 오는 말이 있지 않은가 !
사람 살려하고 무조건 탄다.
4,920 m의 르우체 패스에 가기 전까지
눈이 덮인 길을 잘 타고 왔지만
패스 올라 가지 전에 길이 가파르고 험해 더 이상 말이 갈 수 없단다.
고개 까지만 더 태워주면 좋은데
할 수 없이 내려 마지막 절벽 같은 깔딱 고개를 젖 먹던 힘까지 내서 한걸음 띄고 쉬고 또 쉬고 간신히 오른다.
히말라야 베이스캠프 갈 때 겪었던 그 심한 두통과 메스꺼움 같은 고소 증세는 없어 다행이지만
산소 부족으로 호흡이 가빠 숨이 턱에 차 숨을 쉴 수가 없다.
4,920m의 고개 정상에 올라 서니 그 동안 죽을 같았던 고생이
성취감과 희열이 생생한 감동과 감격으로 온몸을 감싼다.
끝없는 만년설산들과 빙하에 둘러 쌓인 산맥의 장관을 눈시리게 담는다.
이제부터는 내리막이니 고생 끝이구나 하고 가볍게 내려 오는데
계곡과 호수, 초원을 지나 거의 다 왔나 하는데 가도 가도 야영지가 안 나온다.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이렇게 먼 18키로 길을
해는 지고 캄캄해서 겨우 4,100m 모시구 야영지에 도착.
텐트가 늦게 와 기다리며 너무 힘들어 앉아 졸다 휴대폰을 빠뜨렸는데 도저히 찾을 수가 없다.
바데리가 없어 전원도 꺼져있는데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이는 핸드폰.
날이 밝으면 다시 찾아 보아야 겠다고 생각하며 텐트 치고 바로 쓰러 진다.
네째날
새벽부터 불을 키고 온 곳을 돌아 다니며 핸드폰을 찾아 보았으나 못 찾겠다.
할 수 없이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린다.
공가사 까지 18km의 길
처음에는 초지와 완만한 비탈길이라 쉽게 가다가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하며 낭떠러지와 비탈길을 가는데 사람 잡는다.
내리막은 걷겠는데 오르막은 도저히 못 걷겠다.
말을 타야겠다고 마음 먹는데 따라 오는 말도 없고.
기다시피 산을 내려와 큰길을 만나니 이제는 살것 같다.
이제 공가사까지 넓고 편한 길을 걸으면 되겠구나 하는데 1시간도 더 걸린다.
가까스로 공가사 롯지에 도착
절에서 운영하는 숙박 시설인데 나무 침대만 방 하나에 4개씩 있는 단촐한 구성이다.
하지만 찬 땅바닥에서 야영 하며 자다 따뜻한 실내에 있으니 최고급 호텔이 안 부럽다.
간만에 푹 잤다.
다섯째날
여기서 공가산 정상을 볼 수가 있어 새벽 일찍 일어나
정상부터 황금빛으로 물들이며 내려 오는 해 뜨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다.
아침 먹고 티벳 불경이 적혀 있는 룽다와 타르초가 있는 길을 내려 오다 보니
곳곳에 만년설이 녹은 물이 호수를 이룬 아름다운 파왕해다.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 와 있다.
이제 다 왔다니 편하고 재미있게 말을 타고 신나게 내려 간다.
주차장까지 가야 되는 데 중간에서 내려 준다.
주차장에서 버스를 타고 온천 리조트로
짐을 풀고 식당에 모여 푸짐한 음식과 맥주로 축배를 들며 완주를 마음껏 즐긴다.
자기 전 캄캄한 온천 수영장에서 뭉친 몸을 풀며 수영하니 여기가 천국인가 싶다.
성도로 돌아 와 쉬며 며칠 청성산과 관광지들을 다니며 마사지 받고
힘들고 어려웠던 고난의 산행을 마무리 한다.
정말 다시 한번 더 가고 싶은 환상적인 공가산 트레킹.
세계 최고 4대 트레킹 코스로 꼽는 밀포드, 돌로미테, 록키, 홍콩 등등에
빠지지 않는 코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비용도 아주 아주 착한 뱅기값 빼고 백만원도 안되는.
한국에서 가기 쉽고 저렴한 최고의 코스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