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초고속인터넷 요금 개편 방안을 상한선 6만원, 하한선 3만원으로 하는 부분종량제 또는 정액제 두 가지로 압축하고 세부안 마련에 들어갔다. KT 측은 안이 마무리되는 대로 주무 부처인 정보통신부와 협의할 예정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는 논란이 되고 있는 초고속인터넷 정액요금제 개편과 관련해 여러 방안 중 상한선 6만원, 하한선 3만원을 책정하고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내는 부분종량제와 구간별 요금을 정하는 부분정액제를 놓고 검토중이다.
KT 측은 전체 트래픽의 20%를 차지하는 상위 1% 가입자들에게 사용료를 더 내도록 함으로써 과다 사용을 막으면서도 네티즌 반발과 요금 수용폭 등을 고려해 현 요금의 2배 정도를 상한으로 책정했다. 도입 시기는 과금 시스템 개발 일정 등을 감안하여 내년 중반쯤으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KT 관계자는 “완전종량제가 아닌 부분종량(정액)제를 놓고 고민하면서 상한선을 두겠다는 방침을 이미 정했다”면서도 “여러 안을 놓고 시뮬레이션중일 뿐 구체적인 요금제를 정한 바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여론 수렴을 위한 공청회, 정부와의 협의 등을 거쳐야 하고 과금 시스템 구축에도 1년여가 걸려 도입 시기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종량제 논의를 시작한 지 3년여 만에 이 같은 안이 나온 데다 최근 진대제 정통부 장관도 종량제 도입에 긍정적인 의사를 표시한만큼 본격적인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KT가 초고속인터넷 요금제에 대해 상·하한선을 둔 부분종량제와 부분정액제로 가닥을 잡고 검토를 시작한 데 대해 업계에서는 종량제 도입을 위한 본격적인 절차를 밟고 있다고 분석했다.
KT 측은 “단순한 시뮬레이션일 뿐”이라고 밝혔지만 3만∼6만원이라는 구체적인 수치가 나온 데다 최근 정보통신부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과 함께 해외 사례 파악 등 정책연구안을 만들고 있는 것과 맞물려 조만간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렇지만 KT가 소비자 역차별과 투자 효율성 등을 내세웠기 때문에 적게 사용하는 가입자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하한선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것으로 예상돼 하한선이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분종량제 왜 나왔나=KT 등 통신사업자들은 부분종량제 도입으로 트래픽 증가에 따른 인터넷망 투자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가입자 둔화(1200만 가구, 보급률 76.6%)에 비해 트래픽은 지속적으로 증가, 수입은 줄고 매년 조 단위의 신규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통부 자료에 따르면 5%의 이용자가 40.7%의 트래픽을 점유하고 있으며, 20% 이용자가 72%를 유발한다. 기술적으로도 문제가 없다. 단지 과금·인증·빌링 시스템을 도입하는 데만 시간이 걸린다. 업계는 1년 정도로 잡는다.
KT 관계자는 “이용자 형평성 문제를 개선하고 PC방에서 초고속인터넷으로 사업을 하는 소호사용자들과 P2P를 이용해 돈을 버는 등 사회적 문제가 되는 계층을 타깃으로 요금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KISDI도 ‘초고속인터넷 종량제’를 연구중이다. 부분종량제가 △시간당 요금제 △패킷당 요금제 △사용량을 초과하면 속도를 저하시키는 방법으로 도입될 수 있음을 내비쳤다.
KISDI 분석에 따르면 영국의 경우 종량제 도입 이후에도 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6개월∼1년간 유예를 뒀으며, 이용자에게 적응 기간을 주고 정액제와 종량제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비교할 수 있게 했다.
◇난관 많아=그러나 부분종량제를 정부나 통신사업자 구상대로 도입하기엔 난관이 예상됐다. 워낙 반대 여론이 거세 아직 폭넓은 공감대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하한선의 하향 조정이 필요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요금제 변경은 또한 소비자의 통신료 차원을 넘어서는 산업적 이슈이기도 하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포털, 콘텐츠, 방송, 교육, 금융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부정적일지, 되레 긍정적인 효과를 낼지 아직까지 구체적인 분석이 이뤄지지 않았다.
KISDI 관계자는 “공급자 입장도 고려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소비자 편익과 산업 파급 효과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며 “인터넷에 떠도는 근거 없는 주장을 일소하고 생산적으로 논의하기 위해서라도 공청회 등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