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섬 게임
누군가가 얻는 만큼 반드시 누군가가 잃게 되고 이득은 결국에 모든 참가자로부터만 얻을 수 있다. 게임에 참가한 모든 참가자의 점수를 전부 합산하면 제로(0)가 되는 게임이다.
새벽이 되면 닭들이 운다. 그런데 그날은 아직 새벽이 되기 전인데 닭들이 울었다. 그것도 비명을 질러가며
화들짝 놀란 주인은 닭장으로 달려 가보니 무려 600마리가 죽어 있었다. 원인(原因)은 금방 밝혀졌다. 닭장 구석에서 천적(天敵)인 수리부엉이 한 마리가 닭을 낚아채어 여유롭게 먹고 있었다. 같은 새 한 마리가 무려 600마리 닭은 죽인 것이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수리부엉이가 죽인 것이 아니라, 닭들이 자기가 먼저 살겠다고 출구 쪽으로 달려가다 압사(壓死)한 것이다. 수리부엉이는 한 마리만 죽이고, 나머지 닭들은 동료들을 죽인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희생(犧牲)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길은 없을까?
꿀벌은 꿀을 절대 혼자 먹지 않는다. 밖에 나갔다가 꿀이 많은 꽃을 발견하면 벌집에 돌아와 동료(同僚)들 앞에서 춤부터 춘다. 이 춤은 의사소통(疏通) 수단이다.
동료 벌들에게 꿀이 얼마나 멀리 있는 지, 얼마나 많이 있는 지, 어느 방향(方向) 으로 가야 하는 지를 날갯짓으로 알린다. 그것을 본 다른 꿀벌들이 어떤 방향으로 몇 마리를 파견(派遣)해야 할 지 결정한다. 꿀벌들은 협력하여, 꿀을 모아 저장(貯藏)하고 함께 먹는다.
그런데, 꿀벌의 집에 천적인 말벌이 침입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말벌은 꿀벌보다 5~6배 크다.
일단 꿀벌들이 말벌 주위를 뺑 둘러가며 에워싼다. 그러고는 열심히 날갯짓을 한다. 온도(溫度)를 높이기 위해서다. 말벌이 고온에 약하다는 사실을 꿀벌들은 안다. 그래서 45도까지 온도가 상승(上昇)하면 말벌은 죽고 만다.
이 과정에서 꿀벌 중 몇 마리는 말벌의 공격(을 이기지 못하고 죽기도 한다. 그러나 자신이 죽는 한이 있더라도 포위망을 풀지는 않는다. 명분 있는 희생이다.
말벌이 죽고 나면 다시 꿀벌들은 날갯짓을 열심히 하여 온도를 낮춘다. 48도가 되면 자신들도 죽는다는 사실(事實)을 알기 때문이다.
닭들은 천적인 수리부엉이의 공격을 받으면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다가 동료 닭도 죽이고 자신도 죽는다. 그야말로 ‘너 죽고 나 죽자’ 식으로 공멸(共滅)한다.
꿀벌들은 자신을 희생한 결과 천적인 말벌을 죽이는 데 성공한다. 그렇게 ‘나 죽고 우리 살자’ 식으로 생존해간다. 꿀벌들은 자신의 행동(行動)을 ‘윈윈’하는 관점에서 조율한다.
반면에 닭들은 모든 것을 제로섬게임으로 움직여 개죽음 당한다. 그래서 ‘닭대가리’다. 반면에 인간이 지구를 지배하게 된 것은 협력할 줄 아는 ‘논 제로섬 게임’의 사고(思考)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