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오밥나무 이야기


나는 사막을 사랑한다. 이것은 순전히 청마 유치환 선생의 시, '생명의 서'와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사막은 내 상상의 깊은 샘이고, 존재의 절절한 고독을 마주하는 곳이 되었다. 고등학교 시절에 읽은 이들 글은 내 가슴 속에 또아리를 틀고, 살아가면서 마음이 힘들 때 나의 상상력을 사막으로 향하게 했다.
우리 모두는 '어린 왕자' 때문에 바오밥나무를 알게 되었다. 어린 왕자의 별, B612는 바오밥나무 씨앗 투성이고 그 씨앗이 싹이 터서 크게 자라기 전에 뿌리채 없애지 않으면, 별 전체를 뒤덮고 구멍을 뚫어 별이 산산 조각날 것이라고 어린 왕자는 말한다. 그 별은 집 한 채 정도의 크기라니, 그럴 수 밖에......
바오밥나무(Baobab Tree)는 이 세상에서 나무 둘레가 가장 큰 나무이다. 나무 높이 20m, 나무 직경이 9~12m, 둘레 40m 정도로 어른 12~14명이 두 팔로 감싸야할 정도의 크기로 자라는 나무다. 세계에서 제일 큰 나무라고 하면 미국의 자이언트 세콰이어(Sequoiadendron giganteum) 나무로서 General Sherman Tree로 이름이 붙여진 나무다. 이 나무는 나무 높이 84m에 밑둥 한 바퀴 도는 길이 31m다. 둘다 거대한 나무임에는 틀림없다.
바오밥나무는 방사선 탄소 연대 측정법으로 나이를 측정해 보면 알 수 있지만, 수명이 몇 천년이라고도 한다. 270살 까지는 빨리 자라다가 그 이후 서서히 성장한다. 그리고 500년은 자라야 거목이 되고 1000년이 지나면 줄기 내부에 빈 공간이 생기는데, 남아공 림포포(Limpopo)의 Sunland Farm에 있는 세계에서 제일 오래된 수령 4000년 이라고 하는 바오밥나무에는 그 빈 공간에 바(pub bar)를 차려 관광객을 맞고 있다고 한다.
국립 수목원 열대온실의 바오밥나무 동산
바오밥나무는 사바나 초원지대에 우뚝 서 있는 다육식물이다.
아프리카의 사바나(Savana) 초원지대는 주로 높이가 1m 이하인 벼과식물로 빽빽하게 덮여있고, 아카시아속(Acacia)의 교목들이 8m 정도까지 자라며, 간간이 바오밥나무가 높이 서 있다. 연 강수량 700~1000mm 이고 일년 중 5~7개월의 강한 건조기가 계속되면 700mm에서 500mm 이하로 떨어진다. 강수량이 감소하여 반사막으로 전이된 곳도 있다. 평균기온 27°C 이고 최저기온 18°C 이며 우리가 TV에서 보는 "동물의 왕국"의 주요 배경이 되는 곳이다.
사바나 초원기후가 나타나는 곳은 동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 내륙부, 브라질 남부 등이며, 바오밥나무가 자라는 곳은 아프리카와 오스트레일리아이다.
바오밥나무는 총 8종으로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섬인 마다가스카르에 6종이있고, 아프리카와 아라비아 반도에는 아프리카 바오밥나무(Adansonia digitata L.) 1종이 있으며, 오스트레일리아에 오스트레일리아 바오밥나무(Adansonia gregorii F. Muell) 1종이 있다. 마다가스카르에 있는 종은 마다가스카르 바오밥(Adansonia madagascariensis Baill), 그랜디디에리 바오밥(Adansonia grandidieri Baill), 페리에리 바오밥(Adansonia perrieri Capuron), 포니 바오밥(Adansonia rubrostipa Jum), 수아레스 바오밥(Adansonia suarezensis H. Perrier), 자 바오밥(Adansonia za Baill) 등이다.
아프리카와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은 환경과 동식물이 비슷한 부분이 많다. 이것은 지구가 약 2억 5천 만년전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초기에 판게아(Pangaea) 라는 하나의 거대한 대륙으로 뭉쳐지고, 판탈라사 라는 거대 해양에 둘러싸여 있다가, 약 1억 6천만년 전에 분리 되어 북쪽은 라우라시아(Laurasia), 남쪽은 곤드와나(Gondwana) 대륙으로 되고 곤드와나 대륙은 다시 분리되어 6500만 년 전 중생대 말에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그리고 호주 대륙과 남극 대륙으로 완전히 분리되게 된데 기인한다. 호주 대륙은 4500만 년 전에 남극 대륙으로부터 분리되어 따뜻하고 건조한 적도 방향으로 이동하기 시작하여 대략 1500만년 전에 현재의 위치에 정착 되었다. 따라서 바오밥나무가 아프리카와 호주에만 있는 것이 전혀 이상한 것은 아니다.
경주 동궁원의 바오밥나무
한택식물원의 바오밥나무
우리나라에서 큰 바오밥 나무를 볼 수 있는 곳은 경주 동궁원과 사립 식물원인 한택 식물원 등이다. 한택 식물원에 있는 바오밥나무는 2003년 호주에서 들여온 것으로 키 7m, 둘레 3.5m 정도 되는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 바오밥나무는 보압나무(Boab Tree)라고 불리며, 서호주 지역에 광범위하게 분포한다. 브룸(Broome)에서는 가로수나 정원수로 심을 정도이고, 더비(Derby)에는 유명한 Prison Boab Tree 가 있다. 이 나무는 호주 개척시기 노예무역으로 잡아온 노예들을 가두어 두었던 나무로 유명하다. 호주 바오밥나무는 서호주 킴벌리(Kimberly)의 아이콘이 되어 있으며 물이 흐르는 곳, 물기가 있는 곳 주변에 무리지어 자란다. 그곳의 토양은 오래된 고원 지역에서 발견되는 라테라이트 토로 염기와 규산 등이 용탈된 완전한 홍토이며 아주 척박하다. 연 강수량은 500~1500mm 이고 여름철 우기 후에 극심한 겨울 가뭄이 온다. 북쪽의 킴벌리 지역 벙글벙글은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인데, 이곳은 원래 바다였으나 해수면이 낮아 지면서 약 2000만 년 전 지금의 모습으로 변했다고 한다. 1987년에 푸눌룰루 국립공원으로 지정이 되고, 2003년 세계 자연 유산에 등록된 곳이다. 그리고 이곳의 기후는 살인적이어서 일년을 통틀어 여덟 달은 비가 오지 않으며 기온은 54°C 까지 치솟는다. 또한 비가 잦은 우기는 습도가 거의 100% 까지 올라간다.
아프리카 바오밥나무는 아프리카 사바나 초원지대에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으며 특히 케냐, 탄자니아, 짐바브웨 등에 많다. 또한 마다가스카르 섬의 바오밥나무 보다 가지가 더 많이 발달되어 있어 넉넉한 그늘을 지어 원주민들의 쉼터가 되고 있다. 케냐의 차보 국립공원은 바오밥나무의 최대 군락지이다. 케냐 키쿠유 부족의 전설에 의하면 해발 5199m 의 케냐산은 아프리카에서 킬리만자로산 다음으로 높은 산으로, 그곳에는 신 응가이(Ngai)가 거하는 성스러운 산이다. 응가이 신이 실수로 바오밥나무를 거꾸로 심어 뿌리가 하늘로 향하게 되었고, 그것을 응가이 신이 깜박잊고 되돌려 심는 것을 하지 않아서 지금의 모습처럼 되었다고 한다. 또한 남아공의 전설에 의하면 태초에 신이 바오밥나무를 만들었더니 한군데 가만히 있지 않고, 제멋대로 걸어다녀 벌로 거꾸로 심어 버렸다고 한다.
바오밥나무의 열매
바오밥나무의 열매는 수세미처럼 생겼고 길이 20~30cm 로 털이 있고 딱딱하며 긴 과경에 열매가 달려있는 모양이 쥐가 달린 것 같아 "죽은 쥐 나무(dead rat tree)" 라고도 한다. 또한 바오밥나무는 10년생 정도 되면 열매를 맺는데 과일이 익을 때 원숭이들이 모여든다고 해서 "원숭이 빵나무(monkey-bread tree)" 라고도 한다. 그리고 열매는 열병이나 말라리아에 효과가 있고 노화 방지 성분이 있으며, 칼슘은 우유의 2배, 비타민C는 오렌지의 6배가 있다. 과육은 물에 불려 먹으면 새콤한 맛이 나고 속살을 먹으면 바짝 마른 치즈케익 같아서 햇볕에 말리면 몇 년 씩 저장 가능한 식량이 된다.
바오밥나무의 씨앗은 껍질이 매우 단단하다. 이것은 사바나 지역의 가뭄에 동반되는 화재 혹은 인간에 의한 화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바오밥나무는 왠만한 불 정도로는 수피만 그을리는 정도로, 화재에 강하다. 그리고 그 씨앗은 워낙 딱딱하여 보통의 상태에서는 발아가 잘 되지 않는데, 사바나 초원에서 불이 난 후에 그 불길로 인해 종피가 갈라지고 씨앗의 휴면 상태가 깨어져 싹이 튼다. 이것은 다시 말해서, 불로 다른 식물들이 다 타죽어 재로 땅이 비옥해지고 경쟁자가 없는 환경이 조성될 때 발아하여 무럭무럭 자란다는 의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바오밥나무를 분재로 키우기 위해서 그 씨앗을 구입하여 파종하는데, 이 경우 종피를 속살이 다치지 않을 정도로 사포로 갈아, 48시간 물에 불려 쭉정이를 고르고 포트나 분재 분에 심어서 키우면 된다.
마다가스카르섬은 길이가 1601km 로 크고 산이 많은 섬이다. 남아프리카에서 동쪽으로 400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이곳의 풍부한 식물상과 동물상은 대륙과 매우 다르다. 섬의 남서지역에는 폭 약 50km의 반 사막인 좁고 긴 해안이 최남단 곶에서 서쪽 해안을 따라 약 200km 정도 뻗어있다. 평균 강수량은 약 350mm 이고 주로 여름에 한 달 혹은 두 달에 걸쳐 심한 뇌우가 쏟아진다. 어떤 장소는 1~1.5년 동안 전혀 비가 안 오기도 한다. 이곳에서는 무역풍이 산 위에서 습기를 잃고, 건조한 바람이 되어 서쪽으로 하강할 때 큰 가뭄이 든다. 반대로 서늘한 바다를 지나 낮 동안 가열된 육지로 부는 해풍이 불기도 하지만, 해안에 고작 안개나 가져다 주는 정도이다. 그래서 마다가스카르 사막은 찬 연안 해류로 인해 생기는 안개사막이다.
이러한 독특한 자연환경에서 바오밥나무는 마다가스카르섬을 상징한다. 종류도 다양해서 6종이나 서식하며 그 나무 모양이 그로테스크하고 환상적이어서 우리를 동화 속의 나라, 어린 왕자의 나라로 인도한다.
바오밥나무는 다육식물이다. 줄기에 수분을 저장하여 건기에 조금씩 사용하며 생존을 유지한다. 큰 나무는 줄기가 물통형 또는 방추형으로 10만 리터 이상의 물을 몸통에 저장할 수 있으며, 그 뿌리는 지하 수맥을 찾기위해 몇 백미터 깊이까지 뚫고 들어간다. 어린 왕자에서 바오밥나무를 먹어치우는 코끼리 얘기가 나오는 것처럼 실제, 코끼리는 나무 껍질을 껌처럼 씹어서 수액을 빨아먹는다. 바오밥나무는 건기에 잎을 떨어뜨려 수분의 발산을 막고, 우기에 잎을 내어 성장한다.
바오밥나무의 꽃
아프리카 바오밥나무의 꽃은 흰색이다. 지름 15cm 정도로 뒤집힌 듯 벌어지며 긴 꽃자루가 달려 아래로 늘어지고 잎이 나오기 전에 개화한다. 또한 마다가스카르 바오밥나무의 꽃은 직립하고 선명한 적색이다.
나는 우리나라 식물원에서 바오밥나무를 보았지만 마다가스카르섬에서 김병만처럼 바오밥나무를 보고싶고, 서호주로 가서 수 천억개의 별들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보고싶다. 그리고 사막을 걸어 가보고 싶다. 베트남의 무이네 사막에서 맛본 벅찬 감동을 마다가스카르와 서호주에서도 느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