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서울에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가던 중 지하철 내에서 젊은 서양인 남녀가 대화하는 것을 우연히 엿듣게 되었다.
두 사람은 독일인 인 듯 서로 독일어로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순간 그들이 말하는 내용을 전부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몇 마디는 알아들을 수 있어 무척 반가웠다.
서울의 지하철을 탈 때마다 자주 영어, 중국어나 일본어를 말하는 외국인을 만날 수 있었지만 독일어를 말하는 외국인을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이들의 대화를 들으니까 갑자기 그 옛날 젊은 시절 독일어를 배우던 때가 생각났다.
1976년 나는 회사의 일로 독일(당시는 서독)의 한 대 기업체 연구소에 연구원으로 1년 반 동안 파견되어 기술 연수를 받은 적이 있었다.
1974년에도 이 회사에 3개월 간 파견되어 기술 연수를 받은 적이 있었다.
이번에는 장기간 머무를 예정이므로 독일어를 배워서 독일인들과 독일어로 소통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요즈음은 영어 이외에도 외국어를 배우는 사람이 워낙 많고 외국어 원어민, 전문 강사, 교재,인터넷 등 자료들이 풍부하여
배우는 과정이나 학습 방법에 대해 특히 화제 거리가 될 만한 것도 없다.
그러나 70년대 중반에는 우리나라가 이제 막 산업화를 시작한 후진국 중 한 나라였다. 외국과 교류가 활발하지 않은 시절이어서
학교나 학원 등을 통해 정식으로 체계적인 학습을 받지 못했던 사람이 독일 현지의 회사에서 일하면서 독학으로
독일어를 배운다는 것은 하나의 큰 도전이었다.
독일 생활 초창기에 독일어가 서툴러 배우는 과정에서 겪었던 실수나 실패한 일들이 이제와 생각하니 잊을 수 없는 하나의 멋진 추억이 되었다.
졸필이지만 그 당시 일들을 생각하며 재현해 보고자 노력했다.
우선 독일어를 배우기 위해서는 회화 책과 사전이 필요했다. 사전은 모 출판사가 발간한 독-한, 한-독 서울의 한 대형 서점에서 입수할 수 있었는데
독일어 회화 책은 여러 서점을 찾아가 보았지만 마땅한 회화 책을 구할 수가 없었다.
수소 문 끝에 간신히 명동 우체국 옆에 위치한 외국 수입 책 전문 판매 서점을 통해 독일에서 수입한 독일어 초보자를 위한 회화 책
“외국어로서의 독일어(Deutsch als Fremdsprache)” 1,2권을 구입할 수가 있었다.
실전을 위해 술집으로 진격
독일에 온 후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콜핑하우수(Kolpinghaus)에 숙소를 구하였다.
이 집은 독일의 가톨릭 재단이 운영하고 있는 기숙사로서 저렴한 임대료 때문에 주로 학생들이나 노동자들이 이용하고 있었다.
독일 체류 중 독일어 전문 어학원이나 학교에 다니면서 독일어를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형편이 못되었으므로
마음 독하게 먹고 몸으로 부딪혀 가며 독학으로 배우겠다고 굳게 다짐하였다.
매일 회사에서 퇴근하면 저녁 식사 후 한국에서 사 가지고 간 독일어 회화 책을 보물 단지처럼 여기며 회화 내용을 열심히 외웠다.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많은 술집들이 모여 있었다.
독일어의 말하기 듣기 실전 연습을 위해 자주 근처의 술집을 찾아갔다
맥주 1잔을 주문하여 마시고 술 취한 용기로 아무 독일 사람에게 나 다가가 말을 걸었다.
“Meine Herren!(신사 여러분) 나 독일에 온 지 얼마 안 되는 한국인 엔지니어인데 독일어를 방금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지금부터 당신한테 독일어로 말 할 테니 틀린 부분이 있으면 정정해 주십시오” 하고 말하면서
회화 책으로 공부한 말을 응용하여 입에서 나오는 대로 떠들어 댔다.
그들은 당돌한 나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는지 독일어를 배우겠다는 나의 태도를 가상이 여겼는지는 알 수 없지만
친절히 내가 틀린 부분을 수정해 주면서 격려해 주었다.
즉 그들은 나의 독일어 개인 교사인 샘이다. 비록 술값은 들었지만 원어민한테 배우면서 강의료는 무료이니
이 얼마나 멋진 학습 방법이냐 하고 생각하니 나 스스로가 놀라웠고 또한 독일어 실력도 어쩐지 부쩍 느는 느낌이 들어 아주 만족했다
게다가 이런 학습 방법을 계속하다 보니 언어 소통 부족에서 오는 외국인에 대한 기피증은 일찌감치 날려 보낼 수 있었고
이젠 어느 외국인에게도 거리낌 없이 다가가 말을 걸 수 있는 용기까지 생겼다.
<다음 편에서 계속>
첫댓글 리노정님~~~
독일어를 하시다니 분명 영어도 잘하시겠지요.
너무 멋지세요.^^
저는 독일어는 못 배우겠지만
이 노래 배워서 멋지게 부르고 싶어요.
https://youtu.be/ZWhQ_jnwDig?si=OjiUdSgRlUIYhChW
PLAY
독일어 한다고 말할 수도 없어요 독일에서 귀국후 사용할 기회가 없었으니까요. 이젠 다 잊어버렸어요 영어는 사회생활할 때 외국과의 비즈니스 괸계상 자주 사용했었지만 잘 하지는 못합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아주 멋집니다 👍 힘찬 응원의
박수 👏 보냅니다 👏 🙌
감사합니다 젊은 패기 하나 믿고 도전 했었죠
아베세데는 오데서 들은거 같은데 ㅎ
무엇이던 도전 한다는건 아름다운겁니다
저도 독일어 사용해 본지가 수십년이 흘러 현재는 대화가 안 됩니다 가끔 독일어 배우던 시절의 향수를 느끼곤합니다
선배 님 반갑습니다^^
무엇을 배우고자 하시는 그 열정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쉬면 눍는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쉬임 없이 움직이시며 배우고자 하시는 그 열정에
또 박수를 보냅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선배님^^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라는 말이. 있지요 의지만 있다면 이루고저하는 방법도 찾을 수 있다고 여기고 겁없이 행동했던 젊 은 시절이 그립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리노정님
안녕하세요
독일어를 젊은시절에 배우셨다니 우선 칭찬을드리고싶습니다
배운다는건 행복한 일입니다
힘들지만 보람있는일이고 지난 추억을 소환해 보시고 좋은일입니다
우선 1편....
다시2편을 기다려 봅니다
감사 합니다
젊은시절 뜻하지않게 독일에 갈 기회가 생겨 독일어를 시작했지만 벌써 45여년의 세월이 흘러 이젠 아련히 떠으르는 추억으로만 남았습니다
피아노치며 노래하시는 할아버지가 멋있으십니다.
낭만님~~~
이 분 멋져서 따라 부르려고 시도했으나 외우는것 실패했어요.
아예 피아노 치면서 부르는것 도전해 보겠습니다.
성공하면 유튜브에 올려야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