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잠시 소강상태인지 아예 물러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동안 늘 당연하게 여겨왔던 일상이 파괴되고 피폐해지며 많은 이들에게 공포와 당혹감과 우울을 선사하던
그 경악스런 병원체가 변이에 변이를 거듭하였어도 인간의 끊임 없는 노력으로 소멸되기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이 되면 또 반드시 일어나는 작용은 빈익빈 부익부의 경제적 논리요
와중에 반드시 수반되는 사회생활의 어려움과 대인관계의 불확실 경계성 인지요
병원균체에 대한 인간의 무력감을 경험하는 일이이 극대치였다고 하면
이제는 모든 면면에서 좀더 자유로운 날개짓이 필요할 즈음이다.
그렇게 조금씩 일상 회복의 기미가 보이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다시 여행을 시작할 수 있겠다 였다.
하지만 새롭게 시작될 여행은 모든 상황이 예전 같지 않을 터이고 환경과 여건이 벌써 충분히 달라졌다.
그래도 여전히 호기심 천국이요 자유로운 영혼이자 발길 닿는대로 떠나고자 하는 욕망을 감출 수는 없는 쥔장으로서는
어찌됐든 다시금 여행에 대한 동경의 안테나를 세우며 촉을 발동시키기 시작한다.
하지만 코로나 시절을 겪으면서 이즈음에 꼭 필요한 모임이 아니면 불참석의 의지를 다졌다.
그런 이유로 만나도 그만 안봐도 그만인 모임을 걸러냈다.
그러고 나니 얼마나 홀가분 하던지...사실 도시를 버리고 이곳으로 거주지를 옮길 때
모임의 기본 정리수순을 밟았지만 조금더 잘라낸
셈이다.
하여 어제, 2019년 12월 10일 이후로 거의 4년 만에 터어키-튀르키예-여행 지인들을 만났다.
물론 2020년 2월에 계획하였던 이탈리아는 급습해오는 코로나발 난리굿에 개인적으로는 몸을 사렸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다녀온 몇몇 지인들이 용감해보이기도 했던 기억을 뒤로 하고 다시금 만나지는 그녀들이
어찌나 반갑던지 4년동안 밀린 이야기들을 듣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으니 정말 못말리는 여자들이다.
그렇게 코로나가 발발했어도 기어이 마스크를 착용하고서라도 다른 나라 문화에의 동경과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발현시켜 여행을 하고 무사히 돌아와 끙끙 앓았어도 좋았다는 환장할 그녀들의 이야기.
정말이지 남들이 보면 기가 막힐 여자들이 아닐 수 없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일생을 공주과로 살아오다가 십여년 전 부터 여행의 참맛을 알게 되어
"무작정 떠나고 본다"가 자신의 신조가 되었다는 막내 공주는 "무식하면 용감하다"를 완벽하게 실천하고 있었다.
그래서 늘 현관문 앞에는 준비된 캐리어가 언제든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니 부러운지고 다.
하긴 여행을 좋아하여도 각자 여행 스타일도 다르고 떠나는 여정이 같지 않았어도
유일하게 터어키에서 만나진 그녀들과는 계속 쭈욱 만남도 이어져 오고 여행도 함께 다녀올 정도이니
그야말로 그녀들을 픽하여 모임을 결성한 쥔장의 안목을 칭찬해야 할까? ㅎㅎ
암튼 서로 만나지 못하고 카톡으로만 서로의 소식을 주고 받아 웬만한 사생활을 거의 안다고 하였어도
알게모르게 4년 동안 각자의 생활도 많이 변하여서 여행 소재만으로도 대화의 시간을 꽉 채웠던 지난 날과 달리
어제의 모임에서는 각자가 처한 일상 생활의 변화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살면서 그 누구라도 무작정 찾아드는, 대비할 수 없는 시련은 언제라도 각자의 곁에 슬그머니 찾아들긴 하여도
가까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하던 피붙이들의 아픔을 지켜 볼 수 없는 한계 상황 속에서도
기꺼이 인내하며 감당하고 솔선수범의 엄마, 아내, 할머니, 누군가의 다 큰 자식이 되어 24시간을 할애하였던 그녀들.
가족에 의해 삶조각의 파열음을 느낄 수밖에 없는 그녀들이 되었어도 씩씩하게 자신에게 다가오는 고통을 감내하며
무조건적으로 희생하였던 인고의 세월들을 하나씩 털어놓는데 정말이지 울컥...그나마 코로나 시기여서 다행이기도 했을.
여행하며 모든 것이 그저 내 발길 아래 라며 마구 신나게 인생을 즐기던 그녀들이 밀려오는 세월 속에 휘청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런 일상들을 꾸려온 그녀들도 이 "화두회"에서 만큼은 무장해제되어 속내를 털어놓으며 위로와 평안을 얻기도 한다.
여행이라는 카테고리 속에서 만나진 인연이라 그런지 더더욱 서로의 입장을 고려하고 상황을 이해하며
서로를 잘 다독여 이만큼 함께 한 세월이 무색치 않도록 이제는 절친 중에 절친들이 되어갔다.
그런고로 모두 살아가면서 누리거나 겪었을 희노애락을 함께 한 보람도 그만큼 차고 넘치지 않았을까 싶긴하다.
여하튼 그렇게 온갖 수다발을 날리며 그녀들과 웃고 떠드는 사이 "노작가의 아지트"의 쥔장이자
전세계 150개국을 여행하며 탐험을 한 그녀가 찾아들어 인사를 하게 되었다.
지구 세바퀴 반의 거리를 여행하며 특히 EBS에서 즐겨보던 여행프로그램 진행자를 실물로 만나는 즐거움은 보너스? 횡재?
원래도 여행프로그램을 좋아했지만 집콕의 코로나 시절엔 온갖 방송의 여행프로그램만 탐색하며 탐닉하였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미 재방송에 재방송을 계속 하였어도 보고 또 보면서 그런 여행 프로그램을 볼 때 마다 쥔장 역시
개인적으로는 사진작가의 눈으로 혹은 글을 쓰는 사람의 또다른 시선으로 여행지를 소개하고 싶다는 열망을 가졌던
한때가 있었기에-방송을 하였던 경험치를 살려서- 눈앞에서 만난 그녀 "노미경" 작가가 더욱 반갑기도 했다.
그렇게 서로 가벼운 인사를 하고 명함을 주고받으며 여행의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함께 한 그녀들, 일명 여행고수들의 폭풍 질문 시간도 잠시 가졌던 기억도 참 좋았다.
사실 같은 길을 가고 있다던지 좋아하는 취미를 함께 공유하며 대화할 수 있는 사람들을
살면서 얼마나 만날 수 있으려나 생각해보면 "화두회" 그녀들이나 "노미경" 작가는 그야말로 귀한 인연이 아닐 수 없다.
전공과 하고 있는 일을 조금 벗어나 여행작가로서 그녀 역시 코로나 시절을 견뎌오는 방법의 하나로
"노작가의 아지트"라는 공간을 만들고 여행의 참맛에 대해 알려주기도 하며
여행에 대해 서로 대화할 중년의 삶들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혹은 본인이 절실하게 원해서 공간을 주장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일단은 그런 주제와 테마가 확실한 공간이 있다는 것은 환영받아 마땅할 일이다.
더불어 그곳에 들어서면 세계 각지에서 공수해온 물건들을 만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강추하고픈 커피와 피자등등 먹을 거리와
공유의 만족도가 높을 각자에게 소중했던 기억들을 되살릴 추억 소재의 물건을 눈앞에서 볼 수 있다.
너무 시끄럽지도 않고 나이들었다고 눈치를 볼 이유도 없는 그런 장소에서 여행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기타 등등의 대화 소재를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는 장소가 또 "노작가의 아지트"여서도 좋다.
무튼 살아온 여건도, 겪어온 경험치도, 삶의 지향점도, 그 어느 곳에 방점을 찍던지 간에
인생 우선 순위에 여행이 존재한다는 것은 과거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기도 할 터.
오십이 되기 전까지 열심으로 살아내면서 인생후반부를 그리기 위해 준비를 하고 그 준비과정에 여행을 넣으면 금상첨화.
그렇게 여행 경험치를 내몸의 세포 속에 저장해두기 시작하면 국내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 대한 궁금증도 더할 듯하다.
그런 까닭에 젊은 때는 먼 거리 여행,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가까운 여행지로 그리고 더 힘들 시기가 오면 다시 국내로가 필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여건 속에서도 자신들이 향유해온 여행에 대한 매력을 충분히 느낀 사람들만이
여행이라는 잣대를 스스로 정하여 누릴 자존의 권리가 있을 듯 하여 가타부타는 끝.
어쨋거나 과거에 감당하였던 온갖 시간들을 현재 시점으로 바라볼 능력이 생기게 하는 것 또한 여행의 마력이요
그 여행이라는 마력의 최대치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수혜자가 된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겠다.
그런고로 언제나 현재가 가장 중요하긴 할 터....지금 우리는 또 어딜 향해 가야 하는 걸까?
그러거나 말거나 우선은 인도로 휘리릭 날아가 여행 삼매경에 빠질 우리의 막내 공주의 여정을 응원하면서
꽃피는 춘삼월이 될 사월의 막내 공주네 집에서의 만남도 기대된다.
기꺼이 달려가리라....제부도, 대부도, 소래포구까지
첫댓글 오호 안그래도 여행 가고픈곳은 많고, 주머니 사정은 빠듯하고 그나마 시간과 건강이 되는 이즈음 아니면 더 나이들면 민폐가 될지도 모르는데 조바심만 가득하니 이를 워쩐다요~? ㅋㅋ
그러니까 말입니다.
다리에 힘있을 때 열심히 다녀봅시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