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멀미 안하고 섬내음 가득 맛볼 수 없을까?
인천 옹진군에 속해 있는 영흥도가 가볍게 떠나는 섬나들이객들에게 좋은 휴식처가 되고 있다. 2001년 11월 영흥대교 개통과 함께 육지와 연결된 영흥도는 아직 사람들에게 덜 알려진 덕인지 ‘망가지기’ 전 상태로, 고즈넉한 섬 정취가 곳곳에 남아 있다.
총연장 1.25㎞의 영흥대교를 자동차로 넘는 순간부터 영흥도 여행은 시작된다. 시원스럽게 뚫린 다리를 달리는 맛도 맛이지만, 다리 양쪽으로 햇살 받아 빛나는 은빛 바다에 점점이 박힌 무인도들과 흰 통통배들이 만들어내는 정경이 한가롭기 그지없다.
영흥도에서 가장 가볼 만한 곳은 섬 북쪽 십리포 해수욕장. 1㎞나 뻗은 모래자갈 해변에 서면 덩치 큰 영종도가 눈앞에 탁 버티고 있고, 오른쪽으로 인천시 정경이 아스라히 잡힌다. 여기에, 인근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과 다른 섬들 사이를 오가는 유람선들이 흰 물살을 일으키며 유유히 떠가는 모습이 어우러져 기분이 절로 상쾌해진다. 해변에 자리를 펴고 앉아 여유롭게 섬 정취를 즐기는 나들이객들이 제법 있다.
십리포 해변은 하루 두번 바닷물이 빠지면, 바지락이나 조개를 잡으며 갯벌 체험도 할 수 있다. 마을 어촌계의 엄격한 관리 아래 입장이 금지된 다른 갯벌들과 달리, 이곳은 해수욕장인 덕에 통제가 덜하다. 굳이 직접 갯벌에 뛰어들지 않더라도, 호미로 갯것을 캐내 소쿠리에 열심히 담는 인근 마을 아낙들의 활력 넘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심심함이 덜어진다. 십리포 해변엔 수령 130년 된 소사나무가 350여 그루 있는데, 국내 유일의 소사나무 군락지로 천연보호림으로 지정돼 있다.
해변 구경이 끝났으면 산을 드라이브해 보자. 십리포 해변은 해발 123m인 국사봉 줄기를 돌아돌아 장경리 해수욕장까지 임도로 연결돼 있어 드라이브에 제격이다. 특히 십리포와 멀리 수평선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산 임도에 접어드는 순간 탁 느껴지는 시원함과 장쾌함은 섬 여행의 진수다. 요즘 섬 곳곳을 분홍빛으로 물들인 진달래의 눈물나도록 고운 자태가 여행객의 마음을 더욱 설레게 한다.
좀더 욕심을 부려보면, 영흥도 최고봉인 국사봉까지 올라볼 만하다. 산중턱까지 차길이 나 있어 실제 산행은 5분 정도로 족하지만, 인적이 드물어 혼자 오르기엔 좋지 않다. 국사봉 정상에서는 팔미도 등대와 인천항이 굽어 보이며, 맑은 날엔 멀리 강화도 마니산, 백령도, 황해도 해주의 수양산까지 보인다고 한다. 정상 주변엔 소사나무의 작은 군락지가 형성돼 있다.
영흥도는 지금 개발공사가 한창이다. 곳곳에서 산을 깎아 도로나 숙박시설 등을 만들고 있고, 남쪽의 화력발전소도 내년이면 가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영흥도 섬 정취를 맛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다.
영흥도/글·사진 김종태 기자 jtkim@hani.co.kr>jtkim@hani.co.kr
자기야! 물 든다 빨리 나가자
축도 썰물땐 자갈길 드러나
걷고 차달리고 새로운 재미
"물때 안 맞추면 섬에 갇혀요"
영흥도 인근에 측도라는 외딴 섬이 있는데 ‘엉큼한’ 연인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측도는 영흥도 코앞에 있는 선재도 서쪽 1㎞에 있는 작은 섬으로, 현재 10가구에 25명 정도가 살고 있다.
선재도와 측도는 썰물 때 자갈도로로 연결돼 있어 걷거나 차량으로 통행이 가능하다. 그러나 밀물 때는 바닷물에 의해 분리된다. 측도에 꼼짝없이 갇히는 신세가 되지 않으려면, 하루 두번 반복되는 물때를 잘 염두에 두고 가야 한다. ‘늑대’ ‘여우’ 같은 이성친구를 둔 사람들은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바닷물이 양쪽으로 빠지면서 점차 드러나는 자갈길은 여행의 잔재미를 만끽하게 해준다. 측도 인근은 유난히 갈매기떼가 많다. 섬 사이를 호기심있게 오가는 사람들이 되레 신기한듯, 끼룩끼룩 울어대며 바다위를 유영하는 갈매기떼가 정겹다. 밀물 때는 물 차는 속도가 의외로 빠르므로, 시간적 여유가 충분할 때 통행해야 한다. 이곳에서 보는 빠알간 석양도 여느 서해 일몰처럼 아름답다.
측도에서는 포도농사를 많이 하는데, 일부 민박집과 식당이 있다. 해변에 서서 바다 건너편 선재도나 영흥도, 영흥대교를 바라보는 것도 색다른 느낌을 준다. 선재도 뱃말삼거리 근처에 측도 가는 비포장도로가 있다. 차량 한대당 2000원을 받는 제부도와 달리, 통행료가 없다.
측도/김종태 기자
★여행정보
흥도 가는 길
서울~제2경인고속도로~서창분기점~영동고속도로~월곳분기점~시화방조제~대부도~선재대교~선재도~영흥대교~영흥도. 또는 서울~서해안고속도로~비봉분기점~대부도~영흥도. 인천버스터미널에서 시외버스가 하루 6차례 있다.
먹을 곳
영흥도 주변 갯벌에서 나는 바지락을 넣어 만든 바지락 칼국수가 별미다. ‘손칼국수’란 간판이 눈에 많이 띄지만, 영업집에서 손으로 반죽부터 하는 전통적 방법을 이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므로 큰 의미는 없다. 십리포해변 어귀의 ‘영흥도 바지락 해물칼국수’(032-886-3644)는 시어머니가 매일 십리포해변에서 잡아온 바지락으로 며느리가 칼국수를 만든다.
여행정보(지역번호 032)=옹진군청 문화관광과(880-2531~4, gun.ongjin.incheon.kr), 영흥면사무소(886-7800~4), 영흥도 사이트(yeongheungd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