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돌아본 MB "사회혼란 걱정스럽다"/2008년 2월 11일 (월) 18:55 매일경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11일 오전 10시 20분께 최악의 화재로 붕괴된 숭례문 화재사고 현장을 긴급 방문해 20분간 현장을 돌아봤다.
이날 오전 11시 일본 중의원 대표단을 접견해야 하는 등 바쁜 일정 속에서도 짬을 내 사고 현장부터 찾은 것이다. 공교롭게도 숭례문 개방은 2002년 이 당선인의 서울시장 재임 시절 '문화재를 시민에게 되돌려 준다'는 약속에 따라 2005년부터 단계적으로 시민들에게 개방됐다.
이경숙 대통령직 인수위원장, 김형오 부위원장 등 인수위 간부들과 함께 피해 상황을 꼼꼼히 살펴 본 이 당선인은 정정기 서울소방재난본부장, 김명호 남대문경찰서 경비과장 등에게서 상황 보고를 받으며 "바닥에서 천장까지 굉장히 높은데 어떻게 사람이 올라가 불을 붙였느냐"며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밤에는 못 올라가게 돼 있는데 사다리가 있어서 누구나 올라가게 돼 있는 것 같다"며 "어떻게 사람이 올라갔느냐. 문이 열려 있으니 올라간 것 같은데…"라며 관리 소홀 의혹을 제기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인수위원회 관계자들과 함께 11일 오전 숭례문 화재 현장을 방문해 피해 현황을 살펴본 후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박상선기자>
이 당선인은 이어 "의도적인 전문가가 아닌가. 상당히 계획적인 것 같다"며 방화 가능성을 지적한 뒤 최근 잇달아 발생한 이천 물류센터폭발사고, 태안 기름유출사고 등을 의식한 듯 "전체적으로 사회가 혼란스러운 게 걱정스럽다"고 임기 말 어지러운 나라 분위기에 대해 염려를 표시했다.
인터넷에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국정 책임자인 노무현 대통령 못지않게 개방을 결정한 이 당선인을 성토하는 댓글도 다수 올라 눈길을 끌었다.
한 네티즌은 "이 당선인이 서울시장 재임 당시 문화재를 시민에게 공개한다고 청계천 복원과 함께 숭례문 개방을 주도했다"며 "전시성 행정이 초래한 예견된 인재"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김대식 인수위 사회교육문화위 위원은 "문화재 개방은 세계적인 추세여서 화재사고가 났다고 해서 되돌려선 안 된다"며 "대신 전국 목조 문화재 124건에 대해 화재 등 방재 대책을 전면 재검토하도록 인수위 차원에서 문화재청 등 관련 당국에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 당선인 측 관계자도 "개방 때문에 화재 사고가 났다는 식이라면 파리 에펠탑이나 뉴욕 자유의 여신상은 어떻게 시민에게 개방할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국보 1호' 숭례문 전소라는 사상 초유의 '국치일'을 맞아 여야 정치권도 한목소리로 문화재 관리에 소홀했던 정부의 '직무유기'를 질타했다.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대표와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등도 이날 잇달아 화재 현장을 방문해 재발 방지책 마련을 약속했다.
손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형언할 수 없는 심정이었고, 시민들은 '나라가 무너진다'고 했다"고 말했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도 "소방당국의 오판과 안이한 대응이 화를 키웠다는 등 비판이 고조되고 있는데 정부에서는 철저한 화재 원인을 규명해 책임자를 문책하고 재발 방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진훈 기자 / 임성현 기자 / 전정홍 기자]
첫댓글 인재임이 밝혀 졌는데도 누구 탓이라고 한다면 인생살이가 참 피곤합니다. 남의 탓 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돌아봐야 할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