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 닦기 / 詩:이상태
책상 겨드랑이에 일그러진 형광이
골 깊이 쌓여 자꾸만 쉼표 찍고
사라져라! 보채듯 붙은 잠결
깍지낀 코어족처럼 턱을 괸 채
솜털만 일어나 끄덕이는 고개로
애먼 볼펜만 돌리고 있다.
발바닥에 찍힌 유명상표들이
달무리 지는 가슴 움켜쥐고
옷을 벗는 어스름 야자 하는데
작아지는 의자에 죄어 앉아
차마 부끄러워 어른거리는 고개
유리창 밖을 내밀어 본다.
바닥에 미끄러져 돌고 도는 네온
현란하게 꿈틀거리는 근육통에
나를 불러 글자 속으로 들어가라
질문에 대답도 할 수 없다.
연필로 등짝을 꾸욱 찔러봐도
도통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다.
입술 지그시 깨물어 보면
풀 수 있는 문제인 줄 알았다.
문득 지나가는 바람이라도 찾다가
주름진 콧김 불며 유리창을 닦는다.
비로소 눈감고도 보이는
빈 하늘에 내가 있다.
- 시와 비평 - 에서
|
첫댓글 눈감고도 보이는 빈 하늘에 내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