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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회(URI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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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詩 읽기 스크랩 `우리詩`와 연꽃으로 맞는 8월
홍해리洪海里 추천 0 조회 137 17.08.03 04:04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생명과 자연과 시를 가꾸는 우리8월호가 나왔다. 통권 350호의 권두시는 김기림의 나비’. 주요 목차와 시 몇 편을 옮겨 어제 서울 봉원사에서 찍은 연꽃과 함께 올린다.

 

주요 목차

 

권두 에세이 | 나병춘

신작시 23| 임보 이생진 洪海里 권순자 서량 이문형 마경덕 장성호 박홍 최병암

                   우정연 안원찬 장유정 채영조 김정인 유수진 임헤라 최연수 박명옥 김지란

                   윤순호 나영애 이동우

기획 연재 인물| 이인평 신작 소시집 | 유진

테마 소시집 | 호월 신인상 발표 | 정형무

임보의 연시집 일역 | 고정애 시 에세이 | 이동훈 장수철

로 만나는 우리 들꽃 | 김승기

나의 대표작 | 백수인 한시한담 | 조영임

 


 

 

[권두시] 바다와 나비 - 김기림

 

아무도 그에게 수심을 일러 준 일이 없기에

흰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무 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거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승달이 시리다.

 

 

 

천하 명당明堂 - 임보

 

명당이 어딘고 하니

지금 앉아 있는 내 집의 식탁 자리

 

오른편 탁자 위엔 TV가 켜져 있고

왼편 창밖엔 푸른 뜰이 내다보인다

 

천리 밖 허상虛像과 지척의 진경眞景

두 세상을 아울러 거느린 공간

 

TV에선 뉴스와 광고전이 치열하고

뜰에선 귤과 백모란이 다투어 꽃을 열고 있다

 

찾아올 사람도 찾아야 할 사람도 없는

한가로운 5월의 첫머리 오후

 

저쪽도 기웃 이쪽도 기웃

사바娑婆와 정토淨土를 넘나들며

 

매실주 한잔 곁에 놓고

<청산별곡> 흥얼거린다.

 


 

 

아름다운 하루 - 이생진

 

이 하루를 누구랑 놀지

마당에 조팝꽃

산에 진달래

누구랑 놀지?

 

그 여인과 놀아

누구?

 

아침식사 때 밥과 국을 날라다 준 여인

시간이 없을 텐데

그는 그 자리에 있게 하고 영혼만 불러내는 거야

그런 힘이 어데 있는데

시에 있지

자네가 써내려가는 시

 

내게 밥과 국을 날라다 준 여인

오늘은 그녀와 시 속에서 놀자.

 


 

 

그런 - 洪海里

 

누구나

, !” 하는

그런

한 편 낳고 싶어,

 

오늘도

꼭두새벽

냉수 한 대접

들이켜노니!

 

생수 같은

바로 그런 !

 

 

 

천불천탑 - 이문형

 

옛날 옛적

궁궁弓弓*을 찾아

바람계곡을 갔었네

새 하늘 새 땅을

수줍게 아로새긴

천불천탑

그중에 나는 없었네

 

저기 천진天眞한 곳에

허물 벗는

가난한 보살* 하나

낳고 싶었네

 

---

*궁궁弓弓 : 십승지, 일원一圓 또는 태극이라고도 함.

*가난한 보살 : 스스로 고난 받은 가난한 보살.

극빈을 헤매는 민초를 위로하는 상처받은 위로자. (김응교)

 

 

  

 

가족사진 - 마경덕

 

길가 담 밑에 버려진 단란한 가족들

널브러진 쓰레기 틈에 먼지 낀 얼굴이 화사하다

발길에 차여도 여전히 웃고 있는

앞자리에 앉은 다정한 중년부부

양쪽 무릎에 매달린 강아지 같은 손자들

등 뒤에는 젊은 부부가 울타리처럼 서 있다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가족들

불행은 비집고 들어설 틈이 없다

색색의 조화造花처럼 화려한

대낮 길에서 만난 행복한 표정들

어디에도 그늘 한 점 없는 액자 소에

왠지 낯익은 얼굴들, 마주친 눈이 민망하다

곱게 한복으로 포장한 여덟 명의 가족들,

어쩌다 이곳에 버려졌을까

누군가 혀를 차며 지나가도

가족이란 한 묶음이라고

여전히 한 자리에 묶여있다

 


 

 

여수의 물빛 - 우정연

 

사람이 그리울 때 산으로 가듯

외로운 사람들은 바다로 가서

갯내음 흠씬 들이켜 허기진 구석 채워주네

남녘 바다가 동백섬을 품어

휘돌아 굽은 잔등 풀빛처럼 푸르고

 

여수의 물빛은 풀 물든 섬사람 눈빛처럼

푸르디푸르다

 


 

 

그네를 타는 저녁 - 최연수

 

남을까,

갈까,

 

줄을 나눠 쥔 마음도 두 가닥

왁자한 귀가는 멀어

수없이 불러보는 이름은 솔기가 해지고

 

확신 없는 그림자가 오후에서 저녁으로 건너간다

 

허겁지겁 주머니마다 발걸음이 가득한 그때는

한 사람에겐 너무 이르거나 또 한 사람에겐

너무 늦은 시간

손에 쥔 열쇠가 한 곳에만 맞듯 나는 왜 한 명에게만 맞아야했을까

 

기댈 곳 없는 생각을 발끝 세운 바람이 밀어주는

그네는

가장 편안한 공중의자

 

납작해진 발아래를 쓰윽 찔러보면

나보다 더 깊숙한 웅덩이가 올려다본다

 

나를 밀어낸 거리는 꼭 그만큼 너를 되돌려 보내고

내일을 향해 나아가면 다시 어제로 뒷걸음질 치는데

뭉클한 햇살을 찍어 그림자가 가로쓰기를 한다

 

허리춤에서 꺼낸 울음과 웃음이 한 행에서 만나듯

같이 깨어있고

같이 저물 수 있을까

 

더 높이, 더 멀리 가는 것들은 이미 오래도록 흔들린 것들

 

빈 놀이터가 비닐우산처럼 접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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