消息盈虛
복괘(復卦䷗)의 괘상을 보면 음효(陰爻) 5개 밑에 양효(陽爻) 1개가 있다. 음이 극한에 이르고 난 뒤에 나시 양이 자라는 형상이다. 회복이고 반환이고 새로운 시작이다. 산지박괘(山地剝卦䷖) 맨 위의 양효 석과(碩果)가 떨어져 중지곤(重地곤䷁)의 땅속에 있다가 움을 틔우며 꿈틀거리는 형국이다.
상괘(上卦) 곤지(坤地☷)는 땅이고 부드러움, 순종을 상징한다. 하괘 진뢰(震雷☳)는 우레이고 움직임을 상징한다. 한 알의 씨앗이 땅속에서 움을 틔우는 것은 회복이고 반환이고 새로운 시작이다. 그것은 천지의 이치에 순종하여 마치 우레와 같은 움직임으로 하나의 작은 우주가 새롭게 시작된다.
오행으로 보면 10음토(陰土)에 3양목(陽木)이다. 목(木)극(剋)토(土)로 목이 음의 기운을 극복하며 땅속에서 꿈틀거리며 나오는 형국이다.
복괘(復卦䷗)의 괘사를 보자.
“회복은 형통하니, 나가고 들어오는 데에 병이 없어서, 벗 와야 허물이 없다. 그 도가 되돌아와 회복하기를 반복해서, 7일만에 와서 회복하니, 나아갈 바를 두는 것이 이롭다.”
모든 회복은 형통한 것이다. 모든 것에는 회복ㆍ반환ㆍ반복ㆍ시작과 끝이 있다. 해가 뜨고 지면서 하루, 한 달, 한 해, 사계절이 반복된다. 그 주기는 일정하게 반복되지만 매일 새롭다. 그 속에서 만물의 생성과 소멸은 반복되고 순환한다. 이 회복은 45억 년 동안 어긋남 없는 지구의 공전과 자전 속에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일상에서는 의식조차 되지 않는 이러한 회복과 반복의 지속이야말로 엄청나게 중요하다. 그래서 공자는 이를 두고 천지의 마음이라고 비유하고 있다. 마음은 인간의 것인데, 천지도 무슨 마음과 의지가 있어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한 순간도 쉬지 않는다는 것이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는 인간 허파의 소식영허(消息盈虛)와 심장의 박동도 이와 유사하다.
씨앗이 처음 움트기 시작할 때는 그 기운의 ‘나가고 듦’에 병이나 나쁜 기운이 없어야 한다. 이 때는 양효가 하나인 것처럼 기운이 약하다. 모든 씨앗은 그 싹을 틔울 때 특히 어렵다. 인간도 아기를 임신하고 출산할 때나 막 태어났을 때 온갖 정성을 들여 보살핀다. 옛날에 집에서 출산할 때는 나쁜 기운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대문에 금(禁)줄을 쳤다.
지뢰복(地雷復䷗)은 겨울이고, 동지(冬至)의 때다. 12지로 하면 자(子)이다. 밤이 가장 길 때이고, 12지의 시작이다. 음(陰)이 극한에 이르고, 양(陽)이 새롭게 시작되는 때다. 「단전」에서 상인과 여행객의 출입을 통제하고 군주는 사방에 시찰을 나가지 않는다고 말한다. 부정하고 나쁜 기운을 막기 위해서다. 동짓날에 팥죽을 먹는 것도 사악한 기운을 막는 벽사(辟邪)의 의미가 있다.
‘나가고 듦’은 회복ㆍ반환ㆍ반복ㆍ시작과 끝에서 작용하는 기운의 흐름이다. 배추나 무 등은 안에서부터 속이 자라서 밖으로 나가면서 커진다. ‘나가고 듦’은 인간은 물론 만물의 생장과 변화 원리이다. 사람이 먹고 싸는 행위, 손이나 발을 움직이는 것, 일상의 출퇴근 등 모든 것이 ‘나가고 듦’의 반복이고 그 반복을 통해서 변화하고 성장한다.
‘벗이 와야 허물이 없다’. 싹이 날 때 날씨가 갑자기 추우면 죽어버리거나 냉해를 입는다. 잡초들은 한꺼번에 싹을 틔우지 않는다. 먼저 싹을 틔운 것들은 얼어죽거나 뜯어먹히거나 뽑히기도 한다. 그러다가 생장 조건이 전반적으로 좋아지면 어느 순간 엄청난 개체가 떼거리로 싹을 틔우는 것을 볼 수 있다. ‘벗’은 양(陽)의 기운으로 따뜻한 날씨이기도 하고, 그 날씨에 영향을 받는 씨앗이기도 하다. 인간 삶도 대체로 그렇다. 처음으로 시작되는 일에는 주저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다가 사정이 좋아진다 싶으면 너도 나도 나선다. 한 사람이 어렵게 시작하더라도 도와주거나 따르는 사람들이 있어야 그 일은 성장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