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념일과 ‘삼일절’

[가스파르]

7월 4일은 미국의 독립기념일입니다. 아메리카대륙의 영국 식민지 13개 주 대표가 모여 독립을 ‘선언’한 날입니다. 이로부터 독립전쟁이 시작되어 7년간의 전쟁 끝에 1783년 영국이 식민지의 독립을 승인합니다. 아메리카합중국은 1787년 연방헌법이 제정됨으로써 탄생했고 조지 워싱턴은 1789년에 초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합니다. 1776년 독립선언으로부터 13년 뒤의 일입니다. 오늘날 미국인들에게는 영국에서 아메리카 대륙으로 처음 집단 이주한 사람들이 첫 추수에 성공한 것을 기념하는 ‘추수감사절’과 더볼어 ‘독립기념일’이 양대 명절입니다.

미국의 독립 서사(敍事)는 대한제국 시기 한국 지식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졌습니다. 대한민국임시정부를 만든 사람들은 이 서사를 한국 독립운동에 채용했습니다. 1920년 3월 1일 상하이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 주최 ‘제1회 독립기념일 경축식’이 열렸습니다. 임시정부는 한국의 독립기념일을 국경일로 삼고 ‘삼일절’로 명명했습니다. 당시 임시정부에는 대종교인들이 많았기 때문에 대종교의 종교 축일이었던 ‘개천절’도 국경일로 정했습니다. 삼일절과 개천절은 임시정부가 정한 양대 국경일이었습니다. 독립을 선언하고 정부를 세웠으나, 영토의 전부와 인민의 대부분은 ‘왜적 치하’에 있었습니다. 그들은 영토와 인민을 ‘왜적’ 치하에서 해방시키는 일을 ‘광복’이라고 불렀습니다. 왜적을 몰아내기 위해 창설한 군대에 ‘광복군’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입니다. 1945년 8월 15일, 일본이 항복함으로써 세 번째 국경일인 ‘광복절’이 생겼습니다.

1945년 11월 환국한 김구는 ‘광복과 환국은 기쁜 일이나 순국한 동지들이 왜적의 땅에 묻혀 있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라며 일본에서 이봉창, 윤봉길, 백정기 의사의 유해를 모셔오고 중국에서 #안중근 의사의 유해를 모셔오자고 제안했습니다. 3의사의 유해는 모셔왔지만, 국공 내전 상태라 중국의 안중근 의사 유해는 모셔올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안중근 의사의 가묘를 만들고 김구 자신은 자기가 죽으면 이들 의사 옆에 묻어달라고 말했습니다. 효창공원이 생기고 그 옆에 백범기념관이 들어선 연유입니다. 나중에 이승만은 일부러 효창공원 묘역 옆에 효창운동장을 짓습니다. 사람들에게 웃고 떠들면서 김구와 안중근, 이봉창, 윤봉길, 백정기 의사를 모욕하라는 지시와 다름없었습니다.

1948년 7월 17일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국민은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함에 있어서“로 시작하는 헌법이 제정되었습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이 시작된 날이 개천절, 대한민국 건립(=건국)의 계기가 된 날이 삼일절이며, 민주독립국가 재건작업이 시작된 날이 광복절입니다. 이 '사건'들을 대한민국 탄생 서사로 정리한 날이 네 번째 국경일인 '제헌절'입니다.

개천절, 삼일절, 광복절, 제헌절의 네 국경일은 1949년 ‘국경일에 관한 법률’로 확정되었습니다. 한글날은 2006년에 다섯 번째 국경일로 지정되었습니다. 한글이 국가 탄생의 서사와 직접 관련은 없으나 근대 국민의 형성과 통합에 결정적 구실을 했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오늘은 제79주년 광복절입니다. 우리나라의 ‘5대 국경일’이 각각 어떤 일을 기념하는 날이며, 어떤 연유로 제정되었는지는 알고 경축합시다.

- 역사학자 #전우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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