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만 진득이 머물고 싶을 때가 있다. 특히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거나 장마철엔 더더욱 이동이 꺼려진다. 그렇지만 시간 내서 어렵게 온 휴가를 무료하게 보내긴 아쉽다. 한곳에서도 하루 꽉 차게 즐길 수 있는 알찬 여행지를 찾았다. 잘 알려지지 않아 한적하게 즐길 수 있는 경북 영주의 이색 테마 스폿 2곳을 소개한다.
만원의 행복,
국립산림치유원에서 갓성비 숲캉스
경북 영주시 봉현면 테라피로 209
사진= 국립산림치유원 제공
숲산책, 수(水)치유, 명상 등 산림자원을 활용한 프로그램과 숙박시설을 갖춘 국가 산림치유시설.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이 운영하는 산림복지 전문기관이다. 여기까지만 들었을 땐 주로 어르신들이 쉬다 가실 것 같은 잔잔하면서도 약간은 따분한 시설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이용객 대부분이 2030 젊은 세대들이라 놀랐고,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인기가 많다는 사실에 한 번 더 놀랐다. 젊은이들이 영주에 몰려오는 것도, 국가 산림치유시설에 열광하는 것도 의아했다. 도대체 어떤 매력이 숨어 있길래 이들을 불러 모았을지, 하나하나 살펴봤다.
국립산림치유원 수치유센터
우선 수치유센터부터 방문했다. 이곳에서 수중체조 등 물속 활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근육의 긴장을 덜어주는 운동 프로그램이 열린다고 한다. 언뜻 보면 평범한 수영장 같지만, 인체경락에 따라 구성된 바데풀 등 차별화된 수치유 테라피를 제공한다. 누들테라피를 통해 수중 운동 심폐지구력을 강화하고 수압마사지로 심신이완을 돕는다. 피로회복,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야외 풀에선 소백산 공기 마시며 울창한 나무를 배경으로 ‘인생 사진’까지 남길 수 있다. 유명 호텔 수영장, 워터파크보다 훨씬 덜 붐벼 한적하게 물놀이를 즐기기 좋다. 1만원이라는 착한 가격도 매력적이다.
국립산림치유원 건강증진센터 및 카페.
건강증진센터에는 아쿠아스파, 아쿠아라인, 음파진동기기, 건식반신욕기 등 최첨단 치유 장비가 여럿 마련돼 있다. 한 대에 7000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마사지기를 포함한 모든 시설을 1만원에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 창밖으로 펼쳐진 초록 풍경은 바라만 봐도 힐링이다. 뭉친 근육을 풀다 출출해지면 카페인과 당충전을 도와줄 카페로 향하면 된다.
데크로드와 해먹, 휴식 공간.
치유원 내 산림자원을 체험하고 나무에 해먹을 걸어 숲속 휴식을 만끽하는 ‘숲치유’가 하이라이트다. 마실치유숲길, 솔향기치유숲길 등의 데크로드가 걷기 좋게 나 있다. 유유자적 걷다가 체조도 하고, 수목 체험까지 하다보면 숲에 폭 안긴 기분이다. 가장 소중했던 건 역시나 숲 한복판에서 해먹에 누워 누린 달콤한 휴식. 새소리, 바람소리 들으며 피톤치드를 한가득 마시니 천국이 따로 없다. 이밖에도 다도체험, 싱잉볼 명상, 밸런스테라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저렴한 가격으로 상시 운영되고 있으니 하나씩 도장깨기를 해보자.
사진= 국립산림치유원 제공
홈페이지를 통해 개별 프로그램 혹은 2인실, 4인실 숙박과 식사 3식, 프로그램을 포함한 패키지 등을 예약할 수 있다. 숙박 6박, 식사 17식의 일주일 체류 패키지도 있다. 성수기 폭등하는 호텔, 리조트 이용료에 비해 훨씬 저렴한 가격을 자랑하지만, 그만큼 예약이 금방 찬다. 학교 등 단체 예약이 많은 편이고 최근 SNS에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해 10월, 11월 예약도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사진= 국립산림치유원 제공
사계절 언제 와도 예쁘니 올 여름을 놓쳤다면 가을, 겨울을 노려보자. 차가 없으면 방문 및 이동이 까다롭다.
'핫플'로 떠오를까...
K-문화 테마파크 선비세상
경북 영주시 순흥면 선비세상로1
선비세상 전경. /사진= 영주시 제공
선비처럼 보고, 먹고, 배우고, 지내본다? 오는 9월 3일, 영주에 한옥, 한복, 한식, 한글, 한지, 한음악 등 6개 테마를 바탕으로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k-문화 테마파크 ‘선비세상’이 문을 연다. 지난 2013년 착공해 10년 가까운 시간을 들여 만든 영주의 신상 테마파크에서는 인터랙티브 콘텐츠와 첨단매체를 통해 한국문화 속 선비정신을 폭넓게 체험할 수 있다. 태양(SUN)의 이상적인 깨달음, 벌(BEE)의 부지런한 근면과 지혜의 결합이라는 의미를 담아 영어로는 ‘SUNBEE'로 표기하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영주 핫플’로 떠오를 수 있을지, 지난달 말 선비세상을 찾아가 먼저 둘러봤다.
선비세상을 구성하는 건물들. 내부에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전시가 열린다
선비세상은 고풍스런 한옥과 옛 초가집을 재현한 건물들, 전망대 등으로 구성돼있다. 전반적인 안내를 도와주고 공연을 펼칠 ‘힙선비’들을 모집할 예정이라고 한다. 아쉽게도 힙선비는 만날 수 없었지만, 한복을 입은 직원들과 강사들이 있어 조선시대로 시간여행을 온 기분을 낼 수 있었다. 한옥촌, 한지촌, 한식촌 등 건물마다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및 전시가 열리고 있다.
한옥촌 선비 다례원.
가장 먼저 한옥촌의 선비 다례원을 찾았다. 향긋한 향을 따라 가보니 전문 다도 선생님의 다도 상설 체험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날 마침 비가 와서, 빗소리와 차 따르는 소리가 함께 들려오니 고즈넉한 분위기를 배가시켰다.
한지 만들기 체험 및 한복 대여
선비가 늘 곁에 두고 사용하는 문방사우 중 하나인 한지 관련 체험도 빠질 수 없다. 한지촌의 한지 뜨기 공방에선 한지장인의 시연을 따라 직접 한지를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봤다. 한 장의 한지가 나오기까지에 대한 과정을 배울 수 있다. 입장료(성인 1만 5000원, 청소년 1만 2000원, 어린이 1만 1000원. 영주시민/단체 할인)만 지불하면 이와 같은 선비세상 내 모든 체험을 무제한으로 진행할 수 있다. 다만 한복 대여는 별도의 비용이 발생한다. 아씨방, 도령방, 잔칫상 등 한복을 입고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는 다양한 테마의 실내외 포토부스가 마련돼 있다.
미디어아트, 디지털 체험 등 신기술 활용 체험이 많다.
영주 구곡원림을 모티브로 제작된 미디어아트, 전통 오방색과 한복의 질감을 담은 전시, 편안하게 앉아 사계절 테마별 전통국악을 감상할 수 있는 음악감상실 등 신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체험이 가득하다. 스크린으로 그림을 채워보거나 대청에 올라 소반모니터를 통해 선비반상 요리를 차리는 등 간접 체험 프로그램이 많았는데, 쿠킹클래스 등 실제로 물건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체험들이 더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특히 첨단 기기에 친숙하고 늘 곁에 가까이 두고 지내는 세대의 아이들에게 흥미를 전달하려면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활인심방 웰니스 프로그램.
이날 선비세상 전경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 포인트이자 공연 장소로 사용될 예정인 풍월루에선 활인심방 웰니스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맞춤형 웰니스 여행 콘텐츠를 기획하는 스타트업 ‘숨숨’ 강사들의 지도에 따라 아로마 향기 명상, 활인심방 호흡 및 체조, 사운드배스 등을 체험했다. 정자 위에 올라 기분 좋게 불어오는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니 온몸에 긴장이 풀리면서 잠이 솔솔 왔다. 특히 귀에 들려오는 소리에 가만히 집중하는 것만으로 오롯한 쉼을 가질 수 있었던 ‘소리목욕’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선비세상과 숨숨은 이와 같은 웰니스 체험을 공식 프로그램으로 기획 중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선비세상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체험이었기 때문에 꼭 정식 프로그램으로 진행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어린이를 위한 놀이시설 및 체험이 잘 마련돼 있다.
전반적으로 둘러보니 어른끼리 방문하기보다는 아이와 함께 오면 훨씬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글을 배우는 영상체험, 실내 놀이터, 오토마타 공연 등 아이들에게 교육적 효과와 흥미를 북돋아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다. 이게 전부는 아니다. 아직 공개하지 않은 공연과 축제, ‘힙선비’ 등 젊은 세대의 취향에 맞춘 즐길거리들이 남아 있다.
사진= 영주시 제공
또 선비세상은 가오픈을 통해 고객의 의견을 듣고 반영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이달 30일부터 오는 8월 15일까지 임시운영에 들어간다. 매주 주말과 광복절에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전면 무료로 개방한다. 오는 25일부터 영주시청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사전예약 후 참여가 가능하며, 1일 입장객은 1500명 이내로 제한한다. 방학과 휴가철을 맞아 퍼레이드 공연과 풍류한마당, 뮤직콘서트, 플리마켓 등 다양한 이벤트도 진행된다. 선비세상 내부에는 따로 숙박시설이 없지만, 인근 숙박업체와 연계해 할인을 제공한다고 하니 방문 전 확인해보자.
영주(경북)= 강예신 여행+ 기자
취재협조= 영주시, 승우여행사
첫댓글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좋은 정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