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드라마
최 병 창
행복과 불행이란 책장은
읽는 것과 읽지 않는 차이지
무릇 행복해질수록
행복은 행복을 잊어버린다 했지만
빛나는 자들의 시차는
그 흐름을 먼저
알아채지 못하기 때문이지
보고 싶거나
보고 싶지 않은 행복이란
사전 연락도 없고
사전 소식도 주지 않는 것
행복이란 처음부터 제 모습을
온전하게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지
수렁처럼 깊은 아픔
없는 사람 어디 있으랴
추억이 아프면
사는 것도 힘들어지는 법
그럴 때마다
푸릇한 봄을 기다리는
겨울나무의
행복 같은 기다림을 보아야 했지
내가 되기 위한 행복의 최후는
절대의 기억만이 빙빙 돈다고
제 앞으로 오지 않았는데
오래된 낯섦은
아직까지 주춤거리고 있었지
내 몸에 남아있는
기억은 도대체 무엇일까
겨울 속에
숨어있다고 소리치지만
봄빛은 아직 멀어
너는 도저히 만날 수가 없노라고
돌아오지 않는 기억을
잠시 묻어야만 했으니
기다려야 했네
참아내는 것도 행복이라고
겨울 속을 향한 겨울나무는
뿌리를 깊이깊이
내리고 있기 때문이지
봄을 향한 겨울이
거기 있기 때문이라는
명품행복이
확신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지.
< 2008. 01. >
얼음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