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1일, 제 고향... 전라북도 정읍에 내려가기 위한 추석 열차표를
구매할 수 있는 시간은 인터넷으로 아침 6-8시... 철도역에서 8-10시...
11일엔 아침부터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었죠.
자고 있는데, 8시가 채 안 되어서 택배기사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주문한 LCD모니터가 도착했는데 매장이 문이 닫혀 있어서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그래서 경비실에 맡겨달라고 하고 끊었습니다.
... 조금 잤나 싶었더니 전화가 또 왔습니다. 이번엔 적십자사에서 왔습니다.
10월에 헌혈 유공자 표창이 있으니 참석해 달라는 얘기입니다...
다 좋지만 역시 자고있는 와중에 전화벨 소리는 별로 달갑지 않습니다.
다시 조금 있다가 전화가 왔습니다. 이번엔 저희 건물 경비 아저씨로부터...
지금 저희 매장에서 물이 새서... 아래층 창고와 옆 SKT사무실로 물이 새고 있다고...
정말 황급한 목소리였습니다. 그래서... 부랴부랴 점장님께 전화를 하고 나도 나갈 채비를 했습니다.
매장에 가면서도 불안한 마음이었습니다... 제가 뭘 잘못하고 와서 물이 샌건가...
조마조마한 마음에 매장에 도착해서 보니 점장님께서 먼저 나오셔서 처리를 하고 계셨습니다.
과연 물바다... 수도관 호스가 분리되어서 물이 새고 있었습니다.
재작년에 용산에서는 아이스 박스의 배수밸브를 잠그지 않아서 바닥에 약간의 물이 샌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매장 전체에 물이 넘친 적은 처음이라 당황스럽기 그지 없었습니다.
어쨌거나 밸브를 잠그고 물을 다 밀어내고 나서... 겨우겨우 마무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경비아저씨가 제게 연락할 수 있었던 것 자체가 기가 막힌 우연이었습니다...
매장 열쇠는 일하는 사람, 즉 점장님과 저만 가지고 있어서 안에서 무슨 일이 생겨도
유리창을 부수거나 하지 않는 이상 아무도 들어갈 수 없습니다.
경비아저씨, SKT팀장 아저씨가 물이 새는 것을 감지하고 있었어도 전혀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경비아저씨는 저희 매장 사람들 전화번호를 모릅니다.
-무심하게도-) 그 날 제 앞으로 도착한 택배 화물이 이 상황을 해소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택배 화물에는 제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보고 제게 연락을
했고, 제가 다시 점장님께 연락을 해서 그나마 빨리 상황을 수습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 분명히 11일은 추석열차표 예매하는 날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아침에 잠결에 온 여러 통의 전화와 다급한 상황에 의해서 표는 일단 물건너가고 말았습니다.
내일, 13일에 잔여표 판매가 있을 예정이라고는 하나, 추석을 편하게 다녀올 수 있는 표가
있을 리가 없습니다. (경험상으로는 예매시간 이후에 표는 전무했습니다...)
부모님께는 죄송스런 일이지만, 올해도 약간 먼저, 혹은 약간 늦게 집에 다녀오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제 능력으로 표를 구하지 못한 이상은, 형들에게 신세를 지고 싶지는 않습니다.
자가용을 타고 가는 게 사실은 더 피곤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고속도로에서 십수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왜 이리 바보처럼 느껴지는지...
명절이 예전과 같이 세시풍속의 개념보다는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는 기회가 되는 요즘 시대의 흐름에 비추어 생각해 보면...
그리고 고향에 자주 다녀오지 못하는 제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추석은 꼭 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꼭 때를 맞춰서 가지 않더라도... 부모님을 뵙고 올 수 있으면 그것으로 좋지 않을까요...
첫댓글 고속버스 상황은 어떤가요? 운이 좋으면 무지 편하게 갔다 올 수도 있던데... 표도 비교적 늦게 까지 남아 있고...
맞다 추석.. ㅜㅜ
고속버스도 의외로 괜찮던데요..^^;
난 항상 추석날 내려가고 그렇게 막히는 쪽이 아니기 땜시, 항상 당일날 터미널 가서 편안하게 버스 타고 간답니다.
심야 버스는 어떨까 몰라?.. 어차피 막힐거면 느긋하게 자면서 가는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