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쌀 품귀 현상으로 쌀 가격 폭등... 정부는 사재기 엄단하기로
말레이시아 EMERICs - - 2023/10/13
☐ 말레이시아 슈퍼마켓에서 쌀이 사라지면서 가격 폭등
◦ 말레이시아 총리가 쌀 사재기를 엄단하겠다고 선포함
- 말레이시아에서 국민의 주식(主食)인 쌀 품귀 현상이 나타나면서 전국적으로 식품 가격이 상승하는 가운데, 정부가 쌀 사재기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예고했다. 말레이시아 시장에 유통되는 쌀의 65%를 차지하는 국내산 쌀은 가격이 통제되어 킬로그램(kg)당 2.60링깃(한화 약 741원)에 판매되는 반면, 인도, 태국, 파키스탄, 베트남에서 주로 수입되는 수입 쌀은 10월 6일 기준 1kg당 최대 4링깃(한화 약 1,141원)에 판매되고 있다.
- 10월 3일 안와르 이브라힘(Anwar Ibrahim) 말레이시아 총리는 “국민이 식품 가격 폭등으로 고통을 받는 와중에 사익을 취하려고 쌀을 사재기하는 사람들에 엄중하게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는 파항(Pahang)주 보궐선거 유세 현장에서 “사재기하다가 적발된 사람을 법정에 세우겠다는 정부의 명확한 지침을 법 집행 기관에 하달하라고 모하마드 사부(Mohamad Sabu) 농업·식량안보부 장관에게 명령했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의 공급물자 통제법(Control of Supplies Act)에 따르면, 슈퍼마켓이나 정미소 공장 운영자 등이 시장에서 공급을 억제하기 위해 통제 물품을 은닉하거나 파기할 시 범죄 행위로 처벌될 수 있다.
◦ 말레이시아에서 쌀 품귀 현상으로 가격이 폭등하여 정부가 시급히 대응에 나섬
- 세계적으로 쌀 가격이 상승하는 가운데 말레이시아에서는 백미 쌀을 포대 채로 사재기하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슈퍼마켓에서 쌀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쌀 유통을 관장하는 대기업 파디브라스 나시오날(Padiberas Nasional)은 2023년 9월에 수입 쌀 가격을 36%나 인상했다. 이에, 많은 말레이시아 국민이 더 저렴한 국내산 쌀을 찾아 나서고 있는데, 유통단계에서 쌀을 사재기하는 사람 때문에 쌀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현지 유통업체 마이딘(Mydin)은 매주 배달하는 국내산 쌀 10kg 포대 물량이 2023년 1월 이후 약 1만 7,000개에서 2,000개로 점차 감소했다고 밝혔다.
- 재무부 장관직을 겸임하고 있는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는 병원, 학교, 군대 등 정부가 운영하는 시설에 공급될 수입 쌀 구매를 위하여 4억 링깃(한화 약 1,151억 원)의 보조금을 추가로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는 보조금 지급을 통해 국내산 쌀의 5%를 추가로 시중에 유통하겠다고 덧붙였다.
- 모하마드 사부 농업·식량안보부 장관은 사바(Sabah)주와 사라왁(Sarawak)주의 수입 쌀 가격 상한선을 10월 5일부터 10킬로그램(kg) 포대당 31링깃(한화 약 8,800원)으로 설정하는 등 쌀 가격 급등과 현지 공급 부족 문제를 억제할 몇 가지 새로운 과감한 개입 조치를 발표했다. 또한, 말레이시아 정부는 특별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다양한 집행 기관이 참여하여 국내 쌀 공급망의 모든 단계를 감시 및 감독하기로 했다.
☐ 일개 업체의 수입 쌀 공급 독점 구조를 혁파해야 한다는 목소리 나와
◦ 말레이시아 정부, 인근 국가와의 식량 안보 협력과 수확량 제고로 식량 위기 돌파하기로
- 모하마드 사부 농업·식량안보부 장관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쌀 공급 부족 및 기타 식량 관련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서로를 우선적으로 돕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10월 7일 모하마드 사부 장관은 “아세안(ASEAN) 국가가 쌀 공급 문제에 직면하면 다른 아세안 회원국이 해당 아세안 국가에 쌀을 우선 공급하기로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 말레이시아는 국내 쌀 수요의 약 38%를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어, 최근 인도와 같은 쌀 주요 수출국이 쌀 수출 선적을 제한하자 공급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주로 인도, 파키스탄,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에서 백미를 수입한다.
- 말레이시아 정부는 쌀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하여 전국에 걸쳐 벼수확량을 헥타르(ha)당 평균 5톤(t)에서 7톤으로 늘리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찬풍힌(Chan Foong Hin) 말레이시아 농업·식량안보부 차관은 “2030년까지 국가 쌀 자급률 80%를 달성하기 위해 2년 동안 다섯 계절에 걸쳐 논에 벼를 심어 쌀 생산량과 쌀 농가의 소득을 늘리기 위한 새로운 계획을 정부가 도입했다”고 밝혔다. 한편, 전 세계적인 백미 부족과 2023년 7월 이후 인도의 곡물 수출 금지 조치로 인해 8월 기준 UN식량농업기구(FAO, 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의 전체 쌀 가격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한 142.4를 기록했다.
◦ 정치권과 연결고리가 있는 재벌 기업이 수입쌀 공급을 독점하고 있어
- 현지 싱크탱크인 민주주의 및 경제문제 연구소(Institute for Democracy and Economic Affairs)의 선임 연구원 파티마 모하메드 아르샤드(Fatimah Mohamed Arshad)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단계적으로 식량 시장을 개방하여 식량 수입 규제를 완화하는 등 필요한 개혁 조치를 단행하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수입 쌀 공급을 독점하고 있는 파디브라스 나시오날은 여당연합의 일원인 통합말레이국민조직(UMNO, United Malays National Organisation)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재벌 사이드 모크타르 알부카리(Syed Mokhtar Albukhary)가 지배하는 기업인데, 2031년 1월까지 쌀 수입에 대한 양허를 연장받았다.
- 파티마 모하메드 아르샤드는 “파디브라스 나시오날이 쌀 공급을 독점하는 관행이 타파되어야 농업 산업에 신규 자본 투자가 이뤄져 공급이 안정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파티마 모하메드 아르샤드는 “기후 변화, 높은 투입 비용, 인플레이션, 구조적 결함 등으로 말레이시아의 농업이 하락세를 타고 있는데도 정부가 반세기에 걸친 보호주의 정책을 지속한다”고 지적했다.
- 한편, 아메르 알리(Ameer Ali) 마이딘 전무이사는 “세계 쌀 가격이 하락하거나 말레이시아 정부가 국내산 쌀의 소매 가격 상한선을 1kg당 3.40링깃(한화 약 970원)으로 인상하여 수입산 쌀과 국내산 쌀의 가격 격차를 좁히지 않는 한 국내산 쌀 부족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정부는 국내산 쌀 가격을 인상하거나 공개 시장에서 결정하자는 제안을 거부했다.
< 감수 : 윤진표 성신여자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The Straits Times, Asean nations to prioritise members’ rice needs: Malaysian state media, 2023.10.07.
The Straits Times, Malaysia rice shortage will recur unless govt reforms supply chain, ups crop yields: Analysts, 2023.10.06.
Nikkei Asia, Malaysia PM Anwar warns rice hoarders amid price surge, 2023.10.03.
Nikkei Asia, Malaysia grapples with rice shortage amid global price surge, 2023.09.28.
[관련 정보]
1. 말레이시아 총리, 쌀 사재기를 단속하겠다고 경고 (2023. 10. 05)
2. 말레이시아, 수입쌀 가격 상승으로 외식비 인상 불가피해져 (2023. 9.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