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양식] ◈ 독특한 향기 ◈ |
우리로 말미암아 각처에서 그리스도를 아는 냄새를 나타내시는 하나님께 감사하노라 - 고린도후서 2:14
볼 수도, 들을 수도, 만질 수도 없지만 향기는 강력합니다. 크레용, 페튜니아, 향수 같은 것들의 냄새는 내게 과거의 기억을 불러일으키고, 그것이 아니었으면 생각하지 못했을 사람이나 장소를 떠올리게 합니다.
유명한 연예인 몇몇에게는 자신의 이름을 붙인 향수가 있습니다. 팬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의 이름을 붙인 향수를 뿌리며 마치 자신이 그 여배우나 가수가 된 것 같은 기분을 가져봅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레이디스 홈 저널」이라는 잡지는 독자들이 자신에게 맞는 완벽한 향기를 찾아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간단한 퀴즈를 실었습니다. 그것은 모든 여성은 다른 이에게 기억되기 위해 자신을 연상케 하는 독특한 향기를 지녀야 한다는 데 착안한 것이었습니다.
독특한 향기라는 개념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예배의 한 부분으로서 그것을 도입하셨습니다. 장막 속에서 나는 향기는 하나님을 연상케 하는 것이었습니다(출 30:34-35). 그 향을 예배가 아닌 다른 목적에 사용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었습니다(37-38절).
같은 개념이 신약시대에도 계속 존재하지만 큰 차이가 있습니다. 하나님을 연상시키는 향 대신에 하나님은 자신의 “독특한 향기”를 나타내시기 위해 그리스도인을 세상에서 쓰십니다(고후 2:14-15).
하나님께서 그 강력한 방법을 통해 하나님 자신과 우리를 동일시하신다는 그 사실은 참으로 겸허한 생각이 들게 하며, “내 주위에 있는 세상 사람들이 나로 인해 하나님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라는 질문을 하게 만듭니다.
우리가 예수님과 동행할 때 다른 사람들은 구별할 수 있다네 그들에게 있어 우리는 가는 곳마다 남기는 향기와 같네
하나님을 위해 사는 삶은 기쁨을 주는 향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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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자씨] ◈ ‘상처뿐인 발’의 교훈 ◈ |
사진 한 컷,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이상화(21) 선수의 ‘맨발’이 클로즈업 되었을 때 호흡이 정지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굳은살이 박힌 발바닥은 울퉁불퉁 ‘누∼런색’ 투성이었다. 0.001초의 기록단축과 미끄럼 방지를 위해 맨발로 스케이트화를 신는단다.
저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물집이 잡히고 터졌으며, 발톱은 또 몇 번이나 빠지고 또 빠졌을까. 독일에서 활약 중인 세계적 발레리나 강수진, 유럽 최고의 축구 명문 맨유 박지성의 발도 한결같이 기형이다.
그렇다. 저 맨발들은 그렇게 넘어지고 자빠지면서도 이를 악문 채 쉼 없이 갈고 닦은 흔적이다. 그 흔적이 시상대를 딛고선 신발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새해를 열면서 ‘외발 자전거의 꿈’을 품었다. 그런데 어느 틈엔가 흐지부지. 너무 자주 넘어진다는 핑계로 합리화하면서 말이다.
‘맨발’을 보며 다시 안장에 몸을 싣는다. 벌써 4월 코앞, 당신의 ‘외발자전거’는 지금 어떻게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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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생각] ◈ 홀랑 블루스 ◈ |
어느 날 은수가 전화를 했다. “형. 나 목욕하러 가는데 같이 갈래?” 그 순간, 오만 가지 생각이 스쳤다. 나는 때를 밀어 줄 수 없는데, 내 묵은 때 밀어 주려면 꽤 힘들 거야….
그런데 은수의 다음 말이 내게 용기를 주었다. “형. 나도 일하느라고 바빠서 집에서 대충 샤워만 했지 목욕탕에 가 본 지 꽤 됐어. 친구 놈도 같이 가니까 너무 걱정 마.”
장애인이 된 뒤 정말 오랜만에 대중목욕탕에 갔다. 휠체어를 타고 들어가 옷을 벗으려니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오히려 눈을 더 똑바로 뜨고 은수에게 눈웃음까지 지어 보였다.
내 몸 한 번 보고 다른 사람들 몸 한 번 보고. 아~ 삼복더위에도 함부로 드러내지 않던 내 가녀린 다리였는데 저 아저씨와 닮은 거라고는 똥배밖에 없구나. 그러는 사이에 은수도 알몸이 되어 “형, 들어가자.” 한다.
은수 품에 안겨 조심스럽게 욕탕에 몸을 담갔다. 바로 옆에서 “어흐! 조오타!”를 노래 부르는 아저씨 목소리가 내 마음까지 따뜻하게 했다.
“이렇게 땀 뺀 뒤 때 밀면 엄청 시원해!” 너스레를 떨며 은수는 목욕탕에서 산 초록색 때 수건으로 발가락 사이까지 샅샅이 밀어 줬다. 근지러운 데를 어찌 그리 잘 아는지.
그러고도 성에 안 차는지 내게 물었다. “형, 어디 또 근지러운데 없수?” 없다고 말하자 이번에는 자기 차례라며 따뜻한 수건을 내 몸에 덮고는 친구와 어디론가 사라졌다. 무슨 해결사 슈퍼맨처럼......
그렇게 마음의 때를 벗은 나는 어느새 목욕탕이 좋아졌다. 아니, 너나 나나 홀랑 벗고 아무렇지 않게 다 보여 줄 수 있는 세상이 그리운 건지도 모르겠다.
남정우 / 대구시 중구 대봉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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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글로 창골산 봉서방 카페와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