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도 참 많이 온다.
원래 산쪽은 그리 내려도 우리 사는 아래쪽은 비가 주로 오는데 세계적으로 온난화라는데도 여긴 비처럼 눈 내린다. 진눈깨비라는 말이 아니라 그렇게 무차별로 퍼부으며 줄기차게 내린다는 뜻이다.
고립무원...
이럴땐 집에 틀어박혀 책 읽거나 글 쓰거나 영화등을 보면 딱이더라.
그래서 컴 앞에 앉았다.
최근에 겪은, 그저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청년의 얘기를 하고자 함이다.
이 얘기를 하자면 약 2달 전 11월의 한국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강남 양재의 한 어학원에서 이 친구를 처음 만났다. 우리반의 인원은 여자 둘, 남자 둘, 선생까지 5명.
그 중 영어 이름이 '맥스'라는 이 친구의 영어 실력은 흑인식의 제스츄어와 슬랭등을 섞으며, 아주 활발한... 한마디로 제법이었다.
"맥스! 그 정도의 영어 실력으로 학원은 왜 다녀?" 로 시작된 그와의 첫 대화.
늑대는 개를 알아 본다더니... 뭔 말끝에 군대를 U.D.T 나와 스쿠바 다이빙 자격증을 갖고 있다기에 같은 취미 가진 우리는 더욱 호감이 갔지.
맥스는 체육대 경호학과를 다닐 때 까지만 해도 침 좀 뱉고 다리 좀 떨었단다.
그러다 어느날 문득 사회인으로서의 책임감, 그런 자각이 오더란다.
하여, 체대생으로서 졸업 후 무엇을 하며 먹고 살까를 궁리하다 대통령 경호실에 들어가기로 마음을 먹는다.
무술등 다른 요건은 대략 갖췄는데 토익이 700점이상인 영어가 제일 문제더란다.
순전히 깡다구로 공부 해 나가기로 결심하고 우선 고시원 들어가기 전, 현재의 실력을 평가코자 치룬 토익 시험은 400점이더라나?
고시원 생활은 극진 가라데의 창시자 최배달이 일본 무술계를 평정하기 위해 산 속에 들어가 수행한 기분으로 공부 했단다.
따라서 그가 했던대로 한쪽 눈썹을 밀고...그 눈썹이 다 자라면 다시 반대쪽을 밀어가며 '토마토'란 제목의 토익책을 몽땅 깡그리 다 외어 버렸단다.
지문은 물론이요 거기 나오는 대화까지도 몽땅! 그리고 테입도 듣고 듣고 또 듣고....그렇게 딱 6개월.
다시 치룬 토익 시험은 920점이 나오더란다.
그러나 이젠됐다! 하고서 치룬 경호실 시험은 어이없게 낙방. 원인은 신원조회라는데 그 이상은 알려주질 않으니 실망과 낙담이 엄청 컸겠지.
그러나 이제부턴 자기 힘으로만 살고자 했기에 은행의 시큐리티 가드, 발레파킹, 인터넷으로 초보자 토익강습 등 하루에 세 개의 알바를 소화해 가면서도 한식요리 자격증을 취득하고 또 한편으론 어찌어찌하여 마이애미의 한 호텔에 웨이터로 취직이 되어 워킹 비자를 얻어 미국에 1년간 가 있으며 그때 영어 실력을 확 늘렸단다.
그리곤 다시 한국.
지금 이 학원에서 잠깐 머물며 알바를 하고 있는데 12월엔 캐나다로 가서 스키 강습을 한단다.
"그래? 그럼 잘하면 나와 만날 수 있겠네. 나도 가족이 캐나다에 살거든?"
이렇게 해서 아들 뻘('79년생)되는 이 친구로 부터 큰형님이란 호칭을 들어가며 아주 죽이 잘 맞는 친구가 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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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형님 안녕하십니까..
저 맥스입니다..
우선 이렇게 좋은 선물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사진들 현상해서 제 앨범속에 고이 간직하겠습니다.
한달동안.. 수업에 대해 정말 감사드립니다.
어쩌면.. 약간.. 산만할수도 있는 저의 언행과 행동들.. 너그러이 잘 이해해주시고
오히려.. 잘 수업분위기 맞춰주셔서.. 저나 다른 학우들.. 그리고 레이첼 선생님까지..
모두 감사드리며.. 그간의 수업시간에 대한 좋은 추억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혀 퇴색되지 않은 배움에대한 열정을 가진 MJ 큰형님의 모습에
저희 후학들 역시 많은 것을 배웠으며 더욱 정진할것을 약속드립니다.
무엇보다.. 제가 끝까지.. 이렇게 형님이라 부르는 것 역시.. (꺼리낌없이.. 성별.. 나이를 떠나서...)
제가 무언가 많이 배워가기 때문이 아닐까.. 일종의 친근감의 표시일 것입니다.
아무튼..
캐나다에서 웃는 모습으로 다시 뵈었으면 합니다.
늦은 저녁, 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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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원래는 계획에 없던 캐나다 행이었는데 감기로 오지게 아프고 난 뒤 거두절미 하고 무작정 캐나다로 와 버렸지.
오히려 나보다 늦게 도착한 이 친구더러 캐나다 오면 우리집에서 하루 자며 와인을 마시자 그랬었고...
그러나 공항 도착한 맥스는 도어 투 도어 서비스를 받아놨다며 자기가 강습키로 한 세계 3대 스키장 중의 하나인 휘슬러로 바로 간다나?
그래~ 그럼 다음에 기회를 만들자 하곤 그 후 전화로만 서로 연락을 해 왔는데~
엊그제...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맞아 선배 집에 초대를 받아 잘 놀고 있는데 울리는 전화. 맥스다.
"너 놀러 온다온다 말로만 하고는 안오냐?" 하니...도움을 청하는 목소리...지금 그리로 가고 있는데 작은 사고가 있었단다.
만나보니 작은 사고가 아니더군.
11킬로나 되는 슬로프에 사람이 없어 속력을 내며 내려오는데 중간 움푹 패인 곳에 스노우보드 타던 사람이 앉아있는게 안 보였다더군.
엄청난 충격으로 부딪쳤고, 후미진 그곳에서 패트롤카가 올때까지 눈 속에 있었으며...
일단 그곳 병원에서의 진단결과 맥스는 오른쪽 무릎뼈가 장작 뽀개지듯 부러지고 상대방은 척추에 금이가고, 갈비 3대가 부러지는등 조금도 못 움직이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네. 그래 앰불런스로 그 중상자를 옮기며 자기도 같이 밴쿠버에 나온거라는데~ 밤이라서 그 응급환자만 중환자실로 실려가고 자긴 내일 오전 9시까지 뼈 전문의에게 가기로 했다는구먼.
맥스를 데리고 우리집에서 하루 재우고 다음날 병원을 갔다.
다행히도 맥스는 다리 근육이 좋아 뼈는 부러졌으나 깁스만 하고 수술은 면했는데 3개월의 재활치료 진단이 떨어졌고 어제와 오늘 병원 비용이 무려 1,700불. 보험처리가 되면 캐나다의 의료는 모두가 공짜인데 이 친구는 보험처리도 안 되는데다 여행자 보험도 안 들었더군. 그래도 성격이 어찌나 호방한지 수술 안 한다는 말에 마냥 싱글벙글이다.
우리집에서 하루 더 자고가라 하니 당장 숙소로 가서 오늘부터 재활치료를 하여 1달만에 다시 목발 뗀 모습으로 내게 돌아오겠단다. 예전에도 다리 부러져 1년간 재활치료 후 성능 테스트 겸 철인 3종 경기에 나가 10위권에 들었기에 이번도 자신있단다.
눈도 많이 내려 승용차로 휘슬러까지 가긴 좀 무리라는 것을 아는 맥스는 한사코 우리가 태워주려는 걸 극구 마다한다.
할 수없이 그레이하운드 터미널까지 태워주고 우린 집에 도착하여 찜찜한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4시간 후 팡팡 울리는 맥스의 밝은 목소리.
"형님! 너무 고마웠구요~! 다음에 꼭 저와 스키 타시고 산도 가셔야 합니다~!"
첫댓글 오호~ 아주 건실한 청년하나를 친구삼았구먼~ 근데 이쁜처자 어깨에 손올리고 사진찍어도 되는겨? 숙님이 가만 놔둘라나?ㅋㅋ
이미 다 소개 시켰는걸
숙님한테 소개 시키면 뭐가 틀려지나 ? ㅎㅎㅎ 명진이가 한수 위로 노는거 아냐 ?
사람의 체온이 느껴지는 따뜻한 큰형님의 사는 이야기, 참 오붓하네? 창밖에 소록소록 눈오는 벤쿠버의 하루가 느껴진다.
오늘도 눈온다. 펑펑펑
맥스? 신의와 자유를 외쳤던 젊었을 때의 내 모습이네..내 회사명도 씨맥스 아이가 ㅋㅋ.. 언제나 푸른 명진이! 잘 있구나..캐나다의 설경이 참 아름답다..카드 못보내 미안. 새해에도 건강하고 좋은글 많이 부탁한다..
오호~ 신의와 자유! 씨맥스... -상록수가~ ㅎㅎ
오우, 맥스, 맥스에게 우리들의 사촌 프랭크를 좀 소개시켜주지 그래.
ㅎㅎㅎ 프랭크를 기억하고 계시네요.ㅎㅎㅎ
정말 그래야겠네.
뱅쿠버에도 눈이오는구나, 작년서울있을때는 눈구경많이했었는데,여기라스베가스는 눈이 안오는곳이라 눈경치사진만 보아도 기분이 업되네--- 캐나다의 휘슬러도 한번가보고싶어지고---- 명진이 즐거운 연말연시 가족과함께 잘지내기를 빌며.
봉훈아~ 5~9월 그때가 좋으니 함 와라!
안녕하십니까.. 맥스 김민욱입니다. 경희고 동문은 아니지만 염치불구하고... MJ형님과의 사진을 가지러 이곳까지 왔습니다.
스트롱맨 맥스님 다리 괜찮아요 ? 부러졌다면서 그냥 가볍게 넘어졌다가 툭툭 털고 일어나는 사람 같아요 ㅎㅎㅎ
이곳에서 좋은 글 많이 읽고 좋은 생각 많이 배워가겠습니다.
그리고 MJ형님.. 건강히 빨리 재활할테니 밴쿠버 뒷산 같이 함 올라가요.. 그리고 와인 한잔 해야지요.. ^^*
파워 맥스! 이젠 말이 필요 없제? 빨리 완쾌!
명진아 건강하지 ?
병진도 더욱 건강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