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춘 복분자 오가피주
백세주 매실주는 물론이거니와
막걸리 한 병을 마시다가도
그 병을 들어 만든 곳을 확인하는 일
그때마다 나는 경상북도 문경의
어느 오래된 술도가
골목을 더듬더듬 헤매지도 않고
흘러들어가게 된다
산사나무 열매나 복분자 오가피 냄새와
시큼덜큰한 막걸리 냄새가
흘러나오는 그 골목을 찾아들면
누런 냄새 위에 쓰러져 누운 술꾼이 있고
술지게미를 얻어먹고 비틀거리는 개가 있고
삐끔 열린 솟을대문 안에는
조금쯤 요망한 자세로 누워
깔깔거리는 여자들이 있다
어느새 나는 노란 한되들이 술 주전자를 들고
한모금 두모금 마시며 가는 간 큰 애가 되어
미나리꽝이나 앞산이나 저수지가 타박타박
내 눈 속을 아프지도 않게 걸어들어오는 것을 보며
하늘과 땅과 마을과 들판 중에서도 내가 참 크다 하고
돌아앉은 뒷산도 그때만큼은 내 편이란 생각을 하며
이런 술도가가 있는 우리 마을을 내가
참 사랑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옆집 새댁이 내는 스란치마 소리처럼
조금쯤 은밀하고
, 조금쯤 세상에서 붕 떠나 있는
그 술도가 골목을 어린 나는
어미의 품처럼 파고들었으니
지금도 술을 받아놓고 술병을 들고
소재지를 확인하는 나는
술 한잔 마시지 않고도
어느새 그 많은 술도가를
다 편람한 듯 마음이 화끈해지고
그 골목에서 술꾼들의 오줌을 다 받아먹고
사는 맨드라미 모양
너도 나도 이해할 수 있는
수굿한 고개가 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