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간이 내리는 비를 맞으며 쇠돌이는
익산→전주→남원 국도를 따라 부지런히 달린다.
창 밖으로 보슬 보슬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나홀로 중얼거린다.
'밖에 비가 내리니 오늘은 우중산행을 해야겠구만...
비를 맞으며 걸어가는 호남정맥 길, 나름대로 낭만이 있을거야^^*'
2시간 정도를 비를 맞으며 달리니 슬치재가 눈 앞이다.
주유소와 휴게소가 눈앞이고, 러브호텔이 쌍둥이처럼
나란히 나란히 서 있다.
⊙ 07:25 슬치재
슬치재에 도착하니 이 곳도 역시 비가 내린다.
쇠돌이를 안슬치 마을 입구에 주차시키고 우중산행 준비를 한다.
바지만 덩그러이 비 옷을 꺼내입고 등산화는 단단히 묶은 후
배낭을 메고 안슬치 마을로 들어선다.
마을 초입에 들어가니 마을회관이 보이고,
농로를 따라 젖소 우사옆을 지나는데 몆 마리의 젖소들이 한가롭게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마을을 넘어서니 3거리 갈림길이 나온다.
우측편은 송신탑으로 가는 길이고, 직진을 하면 인삼밭이 나온다.
3거리 갈림기에 서서 보슬 보슬 비가 내리는 하늘을 처다보고
정맥 능선이 있음직한 곳을 찾아 직진을 한다.
한참을 걸어도 표시기가 보이지 않는다.
능선입구에 들어서면 표시기가 보일법 한데 눈을 씻고 사방을 둘러봐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자욱한 운무에 가려 20m 전방도 보이지 않고
보슬보슬 비만 하염없이 내린다.
인삼밭에 서서 애처로이 하늘을 처다보니
괜히 마음이 우울해지고 슬퍼지며 눈물이 나온다.
비가 오지 않으면 그대로 능선을 향해 치고 올라가련만,
아직 산꾼이 되지 못했는지 안타까움에 발만 동동구룬다.
아무래도 결단을 내려야 겠다.
오던 길을 되돌려 다시 마을로 내려가 길을 찾던지..
아니면 오늘 산행을 포기하던지...
다시 삼거리 갈림길이 있는 마을로 내려와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송신탑이 있는 곳으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혹여 인적이 있을까봐 기웃 기웃거리며 올라가는데
문 밖에 연로하신 아저씨 한 분이 서성거리고 있다 부리나케 다가가
"아저씨 불재를 갈려구 하는데 어느쪽으로 가면 되나요"
"불재에 갈려면 바로 위에 있는 송신탑으로 올라가 3거리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가면 돼"
"아저씨 감사합니다"
감사 인사를 하고 잽싸게 송신탑을 향해 달려간다.
묘지를 지나고 고추가 심어져 있는 밭을 넘어서니 송신탑이
외롭게 서 있고 호남정맥을 알리는 표시기가 반갑게 맞아준다.
너무 너무 감사한 마음이구 표시기의 소중함을 가슴속 깊이
느끼는 순간이다^^*
⊙ 08:15 송신탑
임도가 있는 능선을 휠끗 처다보고 시간을 보니 08:15분이다.
알바만 하지 않았다면 5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를
장장 50여분이 넘게 걸려으니... 내원참!!!
송신탑에 서서 슬치재쪽을 바라보니 능선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슬치재에서 자세히 살펴보았다면 알바를 하지 않았을 텐데...
무작정 마을로 들어선게 잘못인 것 같다.
후답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안슬치 마을로 들어서지 말고
슬치재에서 송신탑을 바라보며 직진하였으면 싶다.
마을로 들어서면 알바하기 십상이니까!!
송신탑 앞 3거리 갈림길에서 임도를 따라 좌회전을 하니
송글송글 이슬을 머금은 풀잎, 나뭇잎들이 반가운지
연신 이슬을 뿌리며 아침인사를 한다
벌써 등산화에 물이 들어가는지 양말 젖는 소리가 들리고
등산화 안쪽은 빗물이 출렁출렁거린다.
'기왕지사 버린몸...어찌하랴!!!'
무명봉 능선을 바라보며 임도를 따라 오르니 이내 안부에 도착하구
안부에는 낮익은 표시기가 바람에 하늘하늘거린다.
잡목과 운무로 앞을 제대로 분간하지 못하지만 정맥의 능선으로
추정되는 야산의 오르막을 올라 벌목으로 누워있는 나무를 피해 길을
찾아 앞으로 앞으로 진군을 한다.
한참을 진행하니 고추?을 심어놓은 넓따란 밭이 나타난다.
널따란 밭 어귀에는 지나가는 길손을 편히 쉬게 하려는 쥔장의 배려가
담긴 작은 편상이 덩그란이 놓여있다.
날씨가 좋으면 편상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려만 그냥 출발이다.
고추밭을 넘어서니 임도는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라 하구
정맥 길은 고추밭을 따라 위로 위로 올라가라 한다.
여기서 또 가벼운 알바를 한다.
조금은 편하게 갈려구 임도를 따라 내려가니 능선은 점점 멀어져 가고
간간이 보이던 표시기도 사라져 버린다.
"우쒸!!!
초짜가 요령만 늘어서 잔머리를 굴리니 손발이 바쁘지...바브..!!"
되돌아서서 능선을 한번 처다보구,
이슬을 헤치며 봉우리를 향해 치고 올라간다.
간신히 봉우리에 도착하니 표시기가 반갑다 인사하며 어서오라 손짓한다.
간간히 보이는 표시기를 따라 진행하니 400m봉에 도착하구
정상에 앉아 오랜만의 휴식을 취한다.
그동안 알바를 하고 정맥의 능선을 찾느라 마음 쪼리며 2시간 가까이
쉬지도 못하고 달려 왔는데 이제야 조금 감을 잡을 것 같다는 안도감이
드는 편안한 휴식이다^^*
아주 편안한 휴식을 하고 400m봉을 내려서니 실치재가 눈 앞에 나타난다.
도로 확.포장 공사를 하는지 절개지가 천길 낭떠러지다.
비가 오지 않으면 옛날 군대 시절을 생각하며 유격훈련 하듯이
절개지를 친구삼아 안고 내려가련만 물기를 잔뜩 머금은 풀잎은
길을 쉬 허락하지 않는다.
행여 절개지 낭떠러지로 떨어질까 봐! 조심조심 실치재로 내려선다.
⊙ 09:10 실치재
실치재에 내려서니 도로확.포장 공사와 동물이동 통로 공사를 하는지
중장비가 요란한 소리를 울리며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고
덩달아 일하는 인부들의 손길도 바쁘다.
실치재는 745번 지방도로가 통과하는 곳으로 신평면 원천리와
슬치를 잇는 도로로 실치재까지 정맥능선을 타지 않고 편하게 진행하려면
이용해도 좋을 듯 싶다.
아무래도 정맥 능선을 타는 맛 보다 덜하겠지만...
실치재 도로 확.포장 공사장 도로를 건너 안부를 향해 올라가
정맥 길로 들어서니 임도가 계속이어 진다. 임도에 들어서니 사람의 발길이
닫지 않아서인지 길은 잡목과 가시나무 투성이다.
큰 잡목과 가시나무가 우거진 숲을 진행하기 때문인지 지금까지 젖지 않았던
상의가 서서히 젖기 시작한다.
임도라 하지만 길은 보이지 않고 이슬과 잡목, 가시나무를 헤쳐야 하는
삼중고에 시달리니 괜히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우쒸!! 비라도 오지 않았으면 운행하는데 조금은 좋으련만...
우중산행이 뭐가 좋다구 정맥 길을 가구...지키이 넌 참 바브냐...바브!!"
이슬과 잡목, 가시나무를 헤치며 임도를 따라 계속 진행하니 묘1기가 나타나고
이내 우측 산기슬로 들어선다.
그동안 지겹게 걸어왔던 임도가 끝나고 본격적인 산행이다.
등산로는 오솔길이지만 전방이 훤하게 보이고 잡목과 가시나무가 없어 다행이다.
운무가 너무 심하여 앞을 분간하기가 힘이 든다.
주변 조망이라도 하면 진행을 할 수 있다면 그래도 마음은 편안할텐데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곳곳이 멧돼지들이 파헤친 흔적만 나탄나다.
운무가 자욱한 정맥길이라 금방이라도 멧돼지가 어서오라 반겨줄 것 같아
마음이 조마조마해지고 지팡이를 잡은 오른손에 잔뜩 힘을 들어간다.
463m봉의 가파른 오르막을 힘겹게 올라서니 묘지1기가 나타난다.
묘지에는 벌초를 하러왔는지 고장난 예취기가 홀로 놓여있고 쥔은 보이지 않는다.
오른쪽에 붙어 있는 정맥 표시기를 따라 내리막길로 20여분 진행하니 용암리와
왼쪽 지장리 상촌마을로 갈리는 사거리 소로가 있는 장치에 도착한다.
장치에서 10여분 정도 진행하니 서울 거인산악회의 빛 바랜 표시기가 반긴다.
거인산악회의 산행기에 의하면 1999.10.10 호남정맥 23차 산행중
부착한 것 같은데 오랜 세월동안 얼마나 많은 정맥꾼들에게 길을 안내 했던가.
오늘 산행 초입에 표시기가 없어 길을 찾지 못해 고생한 생각을 하면 정맥 종주중
후행자에게 좋은 정보를 제공하는 표시기의 중요성이 새삼스럽게 느껴지며
지킴이도 이번 기회에 표시기를 만들어야겟다는 생각을 해본다.
다시 5분정도 진행하니 산불 감시초소가 나타난다.
⊙ 10:05 산불감시초소
산불감시초소에 도착하여 쉴만한 곳을 찾는데
쉬 쉴만한 곳이 나타나지 않는다. 초소옆에 배낭을 내려놓고 문이 잠긴
초소안을 살펴보니 의자 2개하구 등짐펌프, 겉옷 2착이 가지런이 놓여져 있다.
스트레칭을 가볍게 몆번하구 다시 갈미봉을 향해 출발을 한다.
이곳부터 군사시설인지 윤형철조망이 놓인 북쪽 사면에는 사계청소를 하여
전방이 훤하게 보이고 곳곳에 군사시설을 알리는 표지석과 초소만 보인다.
아무도 보이지 않는 초소를 바라보며 옛생각이 나서 상념에 젖어본다.
' 20여년전 제대말년이 있었던 일이다.'
철책을 지키는 전방부대라 주로 GOP작업을 하였는데,
우리 중대가 전부 GP초소 작업에 투입된 적이 있었다. 제대 몆개월을 남겨두고
들어가는 전방 작업, 철책선 바로 아래에 텐트를 치고 첫 날을 지나는데
혹여!! 간첩이 불시에 침투하여 목을 따가지 않을까봐 노심초사 잠이 오지않는다.
둘째날부터 본격적인 초소작업이 시작되었다.
'헌병' 완장을 차고, 방탄복을 입고, M16 소총에 실탄을 장전하고 덤프차에 올라
GP를 향해 출발을 한다. 남방한계선 앞 통문에서 까다로운 통문절차를 마치고
덤프에서 내려 2열 종대 전투대형을 갖추고 GP를 향해 전진이다.
GP에서 바라본 북한 초소는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다.
계곡하나만 건너면 북한 GP초소이니까,
북한 GP초소에 있는 대형 스피커에서는 대남 선전방송이
요란하게 들린다.
북한 GP초소 인민군들과 한참을 씨부렁거리고 있는데,
소대장이 달려와서 나무라신다.
'작업하지 않고 뭐하는 짓이야 하며 빨리 작업이나 하라구'
지금 생각하며 그 때는 참으로 혈기왕성한 때였는데,
지금은 3학년0반이 된 중년이 되었으니...내원참!!!
⊙ 10:30 갈미봉
넓은 헬기장과 삼각점이 있는 갈미봉에 도착하여 배낭을 내려놓고
잠시 휴식을 한다. 몰골을 보니 물에 빠진 생쥐꼴이다.
모자에서는 연신 이마로 물이 흘러내리고 비에 젖은 상의에서두
양 손목으로 끊임없이 물줄기가 흘러내린다.
갈미봉 정상에서 조망을 하면 멀리 아득한 곳에 특이한 모습의
마이산이 보인다 하였는데 운무에 쌓여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갈미봉을 출발 북서쪽의 옥녀봉을 바라보면서 우측의 군부대 탄약창 철조망을
따라 계속 진행하니 왼쪽으로 월성저수지가 보이고 내리막길을
종종걸음으로 내려서니 17번 국도 내애리와 월성리를 연결하는 쑥재에 도착한다.
⊙ 11:25 쑥재
쑥재을 통과하니 옥녀봉을 향한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된다.
경사가 급한 오르막을 한걸음 한걸음 올라가며 가수 양희은의 희트곡 '한계령을 흥얼거린다.
'저 산은 내게 오지 마라 오지 마라 하고
발 아래 젖은 계곡 첩첩산중
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내 가슴을 쓸어버리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한계령' 흥얼거리며 계속 올라가니 옥녀봉을 향한 가파른 오름길이다.
연속 이어져 있는 오름길을 가쁜 숨과 땀을 흠뻑 쏱으며 올라간다.
정상이 가까워지는지 한아름 됨직한 바위들이 올망졸망하게 서 있고
너덜지대를 넘어 오르고 또 오른다.
옥녀봉 직전의 갈림길에 위치한 조망이 좋은 바위위에 서니 갈림길에서
왼쪽 약 100m 지점에 삼각점이 있는 옥녀봉이 나타난다.
⊙ 12:05 옥녀봉
갈림길에서 옥녀봉의 옥녀를 만나기 위하여 달려가니 옥녀는 어디로
피하였는지 흔적조차 없고 삼각점만 놓여 있다.
"옥녀봉에서 옥녀도 만나지 못하였는데...식사를 하며 기분이나 풀자"
정상에 걸터앉아 간단히 점심 식사를 하고 잠시 여유를 부려 본다.
다시 배낭을 메고 갈림길에서 내려서 오른쪽으로 활처럼 휘어진
543m봉을 돌아 효간치로 내려선다.
효간치는 오른쪽으론 광곡리 효관마을과 왼쪽으론 지도상에 이름도 없는
저수지를 거처 조월마을로 이어지는 고개다.
이제부터 경각산을 향한 오름길이 시작된다. 효간치에서 약 20분정도 진행하니
코가 땅에 닿을 듯한 엄청나게 된 비탈이 기다린다.
암석이 아닌 흙으로 이어진 된 비탈길은 부슬 부슬 내리는
비로 인하여 질척거리고 물기를 가득 머금은 낙엽 길은 등산화가 미끄러지며
나무 가지와 뿌리를 겨우겨우 잡아가며 한 바탕 씨름을 한 뒤에
경각산 직전봉 쉼터바위에 올라선다.
이제껏 나홀로 힘차게 걸어온 정맥 능선을 보구 싶지만 운무에 가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우뚝 솟아있는 바위에 지팡이를 걸치고 사진 한 컷을 찍고 잠시 휴식 후
오늘 산행의 최고봉인 경각산을 향해 출발한다.
조금은 완만한 경사의 오름길을 열심히 오르는데 경각산은 쉬 발길을 허락해
주지 않고 갑자기 경사가 급해진다.
계속되는 주행이라 몸은 조금씩 지쳐오고 헥헥거리며 한참을 올라가도
정상은 보이지 않는다.
얼마쯤 올라갔을까...
정상이 가까워져 오는지
곳곳에 아름들이 반석들이 하나 둘 모습을 보이고,
정상을 향한 일념으로 마지막을 힘을 쓴다.
"지킴아..!! 조금만 힘을 내자^^* 정상이 지척이다"
용을 쓰며 정상을 향하여 한걸음 한걸음 열심히 올라가니
제법 평편한 안부가 나타난다
안부에는 삼거리 갈림길이 있고 정수사와 쑥재, 경각산을 알리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완만한 정맥 능선을 따라 조금 걸어가니 갑자기 주변이 환해지더니
오늘의 최고봉 경각산이 모습을 드러낸다.
⊙ 14:30 경각산
드뎌...!!!
오늘 종주중 제일 높은산인 경각산이다.
경각산에는 헬기장과 삼각점이 있다.
선행자의 산행기에 의하면 경각산을 고래경(鯨), 뿔각(角)을 써서
고래의 뿔모양의 산으로서 남성을 표현하는 아버지산
건너편의 모악산을 어머니산으로 부른다고 한다.
헬기장이 있는 정상에 떨버덕 주저 앉아 우유를 마시고 초코파이를 꺼내
개걸스럽게 아삭아삭 싶어먹고 전북 산사랑회에서 세운 정상 표지판을 배경으로
사진 한 컷을 찍고 쉼호흡을 크게 한번 한다.
경각산은 그래도 많은 산꾼들이 다니는지 등산로가 제법 정비되어 있다.
불재를 향하여 열심히 내려가는데.
오늘 종주중 처음으로 산꾼 3명을 만난다.
딸 그리고 부부산꾼이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오고가는 인사속에 포근한 정이 넘치고...
완만한 내리막길을 따라 한참을 내려가니 불재가 가까워지는지 자동차의
경적소리와 엔진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다시 불재를 향하여 내달리기를 한다.
이내 등산로는 사라지고 임도가 시작된다.
임도에는 온통 흙탕물 투성이고 노면으로 물이 흘러내린다.
기왕지사 버린몸...흙탕물을 튀기며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니
불재를 힘겹게 올라오는 자동차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지나간다
⊙ 15:05 불재
오늘의 종착지인 불재 도착이다.
우중산행을 하였기 때문에 무지무지 힘든 하루였던 것 같다.
등산화는 빗물에 젖어 질퍽거리고 옷 차림새를 살펴보니 물에 빠진 새양쥐 꼴이다.
불재에는 완주군 구이면과 임실군 신덕면을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고
흙을 살리자는 표어 아래 흙을 구어 만든 각종 작품 전시장이 있다.
작품을 창조하는 장인들의 혼을 불어넣는 모습이 초보산꾼을 숙연하게 만들고,
제법 운치가 있는 휴게소는 종주하느라 피곤한 길손을 유혹한다.
도로에 흘러내리는 물로 비옷을 벗어 대충 씻고 지팡이를 손질하여 배낭에 넣는다.
불재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니 운무가 조금 걷쳐 있고 활공장을 내려선
색색의 행글러이더가 하늘을 수놓고 있다.
하늘을 수 놓는 색색의 행글라이더를 다시 한번 처다보고 버스를 타기 위하여
신덕면 쪽에 있는 마을을 향하여 출발을 한다.
오늘 종주를 마무리 하는 시간...
산행시작부터 비가 내리고 운무로 20여 미터 이상 보이지 않고
정맥 길이 마구잡이로 훼손되어 길을 찾는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런대로
행복한 산행이었던거 같다. 표시기의 소중함을 느낀 귀중한 시간이기도 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