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타기는 줄광대 혼자만의 공연이 아니다. 줄 아래에는 재담을 주고받는 어릿광대가 있고, 삼현육각의 연주가 어우러진다. 여기에 관객이 공연 안으로 온전히 들어설 때, 비로소 신명나는 무대 한판이 완성되는 것이다. 그래도 줄타기의 주인공이라면 관객의 마음을 밀고 당기는 줄광대가 분명하다. 46년 동안 줄 위에서 삶의 이야기를 짜릿하게 풀어내고 있는 국가무형문화재 제58호 김대균 명사. 그는 우리 전통 문화 줄타기의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는 진정한 주인공이다.
출생
1967년 2월 2일, 전북 정읍
약력
2000년 국가무형문화재 제58호 줄타기 예능보유자 인정
2013년 고려대학교 대학원 응용언어문화학협동과정 문화콘텐츠학 박사과정 졸업
2020년 현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겸임교수
2022년 한국관광공사 지역명사 선정
(현재) 한국전통연희단체총연합회 이사장
(현재) 국가무형문화재 제58호 줄타기보존회 대표
과천, 줄타기의 본거지를 찾다
관악산의 나지막한 자락, 정부과천종합청사 옆 과천야생화 자연학습장엔 전통줄타기전수교육장이 자리한다. 줄타기의 본거지로 알려진 경기도 과천시는 줄타기의 최고 명사인 고 김관보 줄광대가 태어났고, 임상문 명사와 김영철 명사 등이 그 뒤를 이어 과천에서 활동했다. 현재 줄타기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김대균 명사의 스승이자 초대 인간문화재인 김영철 선생을 딴 ‘김영철길’이 있을 만큼 과천은 줄타기 명사들이 발판 삼은 곳이다. 김대균 명사도 과천을 본거지로 전통 줄타기를 견고하게 이어나가고 있다.
올해는 이곳에서 ‘판줄 연희야 놀자!’라는 전통 줄타기 공연이 4월부터 시작, 가을까지 매월 한 차례씩 예정되어 있다. 전통줄타기전수교육장에서 만난 김대균 명사는 46년 동안 줄타기 외줄 인생을 이어왔다. 이날 공연에서 김대균 명사는 어릿광대로, 그의 제자 두 명이 줄광대로 나섰다. 스승과 제자, 관객 사이 재치 있고도 희망적인 재담이 오갔고, 전통 악기까지 더해져 신명나는 한 판이 완성되었다. 줄타기는 줄판 전체를 조망하며 관중과 대화를 나누고 잔노릇을 연행하는 줄광대를 비롯해 줄광대의 상대역으로 호흡을 맞추고 줄판의 흐름을 조율하는 어릿광대, 삼현육각의 악기로 구성된 연주자들이 함께 한다. 무엇보다 관객과의 소통으로 완성되는 화합의 공연이다.
명사의 재담으로 줄타기 공연은 시작된다
식전 공연으로 교방살풀이, 태평성대가 펼쳐진다
삼현육각으로 구성된 전통가락은 공연장에 흥을 더한다
공연의 첫 시작은 어릿광대의 몫이다
줄타기는 무용, 가락, 재담이 한데 어우러지는 종합예술이다
줄광대의 아슬아슬한 몸짓에 관객은 절로 긴장되고 시원스레 선보이는 잔노릇에 잠시나마 일상에서 해방되는 짜릿한 기분을 만끽한다. “줄 위에 있는 순간은 근심이 말끔하게 사라집니다. 제 자신을 내려놓고, 줄 하나에 오롯이 집중하고 있는 그 순간이 행복이죠.” 김대균 명사는 줄 위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는 것도 하나의 매력이라 덧붙인다.
우리 고유의 문화유산, 줄타기의 소중함
2011년, 줄타기는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 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줄타기는 삼국시대 팔관회에서 시작되었다고 알려진 만큼 오래된 기예로 지금까지 전수되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그 맥이 끊길 뻔했지만, 이어져 1976년 대한민국 정부는 줄타기를 중요무형문화재 제58호로 지정해 체계적으로 보존·전수하고 있으며 김대균 명사가 제2대 인간문화재로 인정되었다. 줄타기는 전 세계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놀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곡예 기술에만 중점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 전통 줄타기는 음악 반주에 맞추어 줄광대와 어릿광대가 서로 재담을 주고받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또 줄광대는 간단한 동작으로 시작해 점점 더 어려운 묘기를 부리는데 외홍잽이, 쌍홍잽이 등의 43가지 줄타기 기술이 완성되었다.
“줄타기는 대중과 함께 하며 한국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야외무대에서 펼쳐지기에 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관객들과 즐길 수 있고요. 사회풍자부터 개인사, 소망 등의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며 무대를 완성합니다. 줄광대의 자유분방한 대화들과 동작이 관객에게 전달되면서 관객은 곡예사가 된 듯 느낌을 받는데 매력이 있습니다.”
줄타기 이수자(줄광대)의 기예로 분위기는 더욱 무르익는다
줄광대의 비상은 영화 속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줄광대와 어릿광대의 재치있는 재담은 미소를 머금게 한다
46년 줄타기 인생의 시작
김대균 명사는 9살에 한국민속촌에서 줄타기를 시작했다. 당시 한국민속촌 전시가옥에는 실제로 민속촌 직원이 생활하며 머물고 있었는데, 김대균 명사의 가족도 그중 하나였다. 명사는 하교 후에 자연스럽게 민속촌 곳곳을 누비며 전통 놀이와 가까워졌다.
“한국민속촌은 어린 시절 추억이 있는 어머니의 품 같은 곳입니다. 줄광대가 되고 12년 동안 줄타기 공연을 선보였던 곳이고요.” 낮은 줄에서 높은 줄로, 조심스레 흉내를 내다가 과감하게 줄 위에 섰던 날들을 뚜렷이 기억한다. 그가 줄타기를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었던 건 그 당시 한국민속촌에서 공연을 했던 김영철 스승을 만나면서였다. 당시 어린 소년의 재능과 끈기, 성실함을 눈여겨 본 김영철은 그를 유일한 제자로 맞았다. 김영철 스승은 모든 기술을 전수해주기 전, 병환으로 쓰러져, 말로써 가르침을 전할 수밖에 없었다. 김대균 명사는 그의 아버지와 힘을 합쳐 기술 하나하나 연마하기 시작했다. 줄 위에서 고행의 시간을 보내고 15살, 1982년 첫 신고식을 올린다. 그때 스승께 들었던 말이 오래도록 가슴에 담겨있다. ‘잘했고, 대견하다’는 그 짧지만 강렬한 울림은 그가 제자들을 가르치며 그 말의 깊이를 알아가고 있다.
그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줄이 끊어지는 사고로 1년 동안 재활치료를 받아야 했던 것. 하지만 줄타기를 놔야겠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었다. 주변에서 ‘무섭다’고 표현할 정도로 재활에 힘썼고, 다시 줄 위에 서게 되었을 때, 그의 삶은 줄 위에서 빛난다는 의미를 몸소 알게 되었다. 예술에 뜻이 깊었던 아버지는 김대균 명사의 줄타기를 힘껏 도왔지만, 어머니는 평생아들 공연을 2번 정도 본 게 다였다. 줄 위에 선 아들의 아슬아슬한 모습을 보기 힘들었던 까닭이다. 가족의 도움과 염려로 김대균 명사는 줄광대로 우뚝 설 수 있었다.
15세에 시작한 줄타기 인생의 되돌아보며 희노애락의 순간을 말하고 있는 명사
강원도 도깨비난장(불쇼) 공연과 함께 이뤄진 줄타기는 김대균 명사에게도, 관객에게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줄만 있는 세계, 관객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웅장하게 들리던 환호. 그 때의 세세한 감각들이 지금도 생생하단다.
“줄타기는 관객의 소통 없이 완성될 수 없습니다.
기예의 기술도 중요하지만, 풀어내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면 공연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습니다.”
줄 위에서의 세상, 더 나아가야 한다
줄광대는 몸짓이나 재담도 중요하지만 소리도 잘 해야 하는 종합적인 예술이다. 그는 제자들에게 똑같은 몸짓과 소리를 가르치지 않는다. 각각의 개성이 드러나게끔 가르치되, 스스로 고민하는 시간을 준다. 줄타기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그 매력에 푹 빠져서 자발적으로 찾아온 청소년들이 우리 전통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다.
“줄 위에 선 제자들을 볼 때면 늘 긴장되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전통문화를 이어나가는 그 마음이 대견합니다. 그들의 미래를 위해 지금껏 제가 몸소 겪은 경험들을 토대로 자료를 쌓고, 자립적으로 줄타기 문화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해야겠지요.”
제자들이 줄에 오를 때마다 마음 졸인다는 명사
스스로 방식을 깨우칠 때까지 기다리는 명사의 교육 철학
그는 과천에 전수관을 세우고자 하는 확고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언제든 누구든 줄타기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공간의 중요성을 매번 느끼고 있다. 또 줄 위에 설 수 있을 때까지 줄을 놓지 않겠다는 그의 다부진 마음이 우리 고유문화를 이어나가는 원동력일 것이다.
과천에서 펼쳐질 줄타기의 미래를 상상하며 환히 웃는 명사
공연 후엔 이수자와 함께 줄타기 체험도 할 수 있다
줄타기를 하며 몸의 균형감을 알아차릴 수 있다
야생화 전문 해설사와 함께 관악산 생태 체험도 가능하다
줄타기와 생태 체험, 풍성한 토요일을 보내는 최선의 선택이다
지역명사와 함께하는 문화여행
<과천 전통줄타기>
과천 줄타기전수교육장에서는 4월부터 11월까지(7,8월 제외) 매월 한 차례, 김대균 명사의 해설이 함께 하는 전통줄타기 공연이 열린다. 교방 살풀이, 태평성대 등의 전통 춤과 무용을 시작으로 김대균 명사 뿐 아니라 줄타기 전수자와 이수자들이 벌이는 신명나는 공연이 펼쳐진다. 공연 후엔 줄타기와 가까워지는 시간, 체험이 마련되어 있다. 약 2시간 소요.
º 장소 : 과천 전통줄타기전수교육장
º 문의 : 02-3418-7790
º 참가방법 : 문의 전화로 접수
º 기간 : 2022년 4월 2일~11월 15일 (총 6회)
º 체험비 : 무료
Travel +
국립과천과학관
약 7만4000여 평(약 24만4000㎡)의 드넓은 곳에 과학과 관련된 다양한 시설과 체험 프로그램을 갖췄다. 일상에 숨어 있는 과학적 원리를 발견할 수 있는 과학탐구관, 우주와 지구의 역사를 다루는 자연사관, 미래세상과 우주시대를 체험할 수 있는 SF관 등이 있다. 도심 속 우주를 관찰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되어 있다. 천체투영관에서는 별자리해설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으며 대형 천체망원경으로 낮에는 태양관측, 밤엔 계절별 대표 천체를 관측할 수 있다. 그밖에 노천극장, 과학조각공원 등 야외 공간도 즐기기 좋다.
º 주소: 경기도 과천시 상하벌로 110
º 문의: 02-3677-1500
º 이용 시간 : 관람시간 : 09:30~17:30 / 발권마감 : 16:30
매주 월요일, 1월1일, 추석/설날 연휴 휴관
º 이용료: 성인(20~64세) 4,000원 / 단체(20인 이상) 3,000원
청소년(7~19세) 2,000원 / 단체 1,500원
7세 미만 및 65세 이상 무료
추사박물관
조선시대 후기 학자이자 서예가인 추사 김정희의 생애와 기록, 유물 등을 살펴볼 수 있는 공간. 김정희는 추사박물관 건너편에 위치한 과지초당에서 학문과 예술에 몰두하며 말년을 보냈다. 추사의 유명한 연구자인 후지츠카 치카시 박사가 과천시에 기증한 방대한 자료는 물론 일생 동안 여러 차례 변화했던 추사의 글씨체 과정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추사가 머물렀던, 복원한 과지초당도 둘러볼 수 있다.
º 주소: 경기도 과천시 추사로 78
º 문의: 02-2150-3650
º 이용 시간 : 09:00~18:00 (매표마감 1시간 전)
매주 월요일, 1월1일, 추석/설날 연휴 휴관
º 이용료: 어른(19~64세) 개인 2,000원 / 단체(20인 이상) 1,000원
중고생 및 군인 개인 1,000원 / 단체 500원
초등학생 개인 500원 / 단체 300원
6세 이하 및 노인 무료
여행정보
대중교통 정보
[지하철] 4호선 정부과천청사역 5출구에서 도보로 3분 한국수자원공사 정문 앞 셔틀버스 운행(08:30~09:30), 약 5분 소요
* 문의1 : 서울교통공사 1577-1234, www.seoulmetro.co.kr
자가운전 정보
사당역→남태령지하차도에서 수원 방향 지하차도 진입→수원 방면으로 오른쪽 방향→과천IC에서 군포, 안양 방면으로 오른쪽 방향→갈현삼거리에서 정부과천청사 방면으로 우회전→교육원삼거리에서 좌회전→교육원로 방면으로 우회전→밤나무길 방면으로 왼쪽 방향
숙박 정보
어반 부티크호텔: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흥안대로 497 / 031-421-0000 / www.urbanhotel.co.kr
센트럴관광호텔: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흥안대로 513 / 0507-1397-2111
서울대공원 캠핑장: 경기도 과천시 대공원광장로 102 (국립현대미술관 뒤편) / 02-502-3836 / 1일 1500명 수용가능 / 매점, 샤워장, 취사장 구비 / 텐트+그늘만 30,000원~ / 매월 15일 오후 2시 홈페이지에서 익월 사용에 대한 예약신청 가능
식당 정보
본수원갈비 과천점: 갈비탕, 과천시 향나무로, 02-502-8434
가마솥회관: 곰탕, 과천시 과천대로, 02-503-3377
이운정가든: 쌈밥, 과천시 가일로, 02-502-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