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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는 '반 고흐의 의자'(빈센트 반 고흐,1888, 런던 국립미술관). 아래는 '고갱의 의자'(빈센트 반 고흐, 1888,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 런던 국립미술관,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
고흐의 의자는 카펫도 없고 팔걸이도 없는 초라한 나무 의자이며, 의자 위에는 담배쌈지와 그의 자화상에 자주 등장하는 파이프가 올려져 있다.
고갱의 의자는 팔걸이가 있는 고급스러운 의자에 바닥에는 카펫이 깔려 있고 의자 위에는 계몽과 지식을 상징하는 촛불과 책이 올려져 있다.
이 두 작품에서 보면 고갱에 대해 고흐가 어떤 화가로 비춰지는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2. 지누 부인
왼쪽은 '아를의 여인'(빈센트 반 고흐,1888, 오테를로,크뢸러뮐러 미술관). 오른쪽은 '아를의 밤의 카페'(폴 고갱, 1888, 모스크바 푸슈킨 미술관)ⓒ 오테를로 크뢸러뮐러 미술관, 푸슈킨 미술관
고흐는 지누 부인을 천박하게 그렸다고 고갱에게 화를 냈고, 고갱은 술집 여자를 고상한 척 그렸다며 고흐에게 분노했다.
카페 주인인 지누 부인의 초상화를 동시에 그렸는데 '같은 모델, 다른 느낌'으로 인해 서로의 작품을 비난하는 일이 발생했던 것이다.
지누 부인은 고흐가 이곳에 정착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줬던 여인입니다. 그런 고흐는 그녀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초상화를 그려주기로 마음먹게 됩니다. 평소 그리던 초상화보다 더 잘해주고 싶어 기왕이면 품위있는 전통복장을 입도록 부탁했고, 그녀 앞에 여러 권의 책을 놓게 했습니다. 그래서 술집주인인 지누 부인을 평소 고흐가 느끼고 바라봤던 감정을 담아 그리는데요. 뾰족한 콧날에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는 듯한 모습, 뭔가 교양있어 보이게 말이죠.
그럼 이번엔 같은 장소에서 그린 고갱의 지누 부인을 한번 살펴볼까요.
분명 똑같은 모델인데 분위기가 너무나 판이합니다. 테이블에 놓인 물건부터 다른데요. 고흐가 책을 그린 것과 달리 고갱은 값싼 술병과 술잔을 그렸습니다. 고흐가 대체로 날카로운 선으로 얼굴을 그렸다면 고갱은 둥그스름한 눈썹과 코끝, 턱선에 풀려 보이는 듯한 눈빛으로 그렸네요.
턱 괴고 ‘쟤 한번 꼬셔볼까?’ 생각하는 듯한 영락없는 동네 마담의 모습입니다. 뒤에는 이미 여러 잔 거하게 마셔서 뻗어있는 동료 화가까지 표현했네요. 고흐가 그린 지누 부인은 날카롭고 차가운 부잣집 부인 이미지라면 고갱의 지누 부인은 교양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모습입니다.
요즘 인간관계에서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보다는 ‘나에게 어떤 사람인지’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지누 부인을 그린 고흐와 고갱을 작품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펌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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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맛있는 양식을 주옵시고 늘 감사 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