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모 주교의 명상 칼럼] 빅터 프랭클의 의미요법
3가지 가치를 찾아라!
정신과 의사 빅터 프랭클 /Medium 제공
정신과 의사인 빅터 프랭클(Victor Frankl)은 유태인이라는 죄목으로 체포되어 나치 수용소에 수감된 적이 있었는데, 모두가 죽음의 공포 속에서 제 정신을 잃고 살아가고 있는 이런 수용소에서도 주어진 환경에 대하여 어떤 의미를 발견한 사람들은 마음에 큰 상처를 받지 아니하고, 비교적 건강한 정신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서 후에 의미요법(logotherapy)이라는 마음치료 요법을 창안했다.
의미요법은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에서 어떤 의미를 발견하고 깨닫는 것이다. 의미에 대한 깨달음은 하나의 깨달음인 동시에 하나의 태도를 선택하는 것이기도 하다.
마음의 스승들은 모든 일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범사에 감사하라고 가르친다. 예수님도 범사에 감사하라고 가르쳤는데, 감사한다는 것은 어떤 사물에 대해 긍정적인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다. 사람은 긍정적인 의미를 발견할 때 치유를 경험하게 된다.
프랑클은 사람이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가치에는 세 종류가 있다고 말한다.
첫 번째 가치는 창조적 가치이다. 사람은 자신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그 어떤 것을 할 때 의미를 발견한다.
객관적으로 보아서는 좋은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자신이 하는 일에서 의미를 발견하지 못하면, 삶에 활기가 없고 가슴에 늘 우울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교수나 성직자, 혹은 수도자들까지도 자기가 하는 일에서 창조적인 의미를 느끼지 못하면 탈진하여 고통을 받는다. 나는 이런 사람들을 많이 보아 왔다.
만약 등산과 암벽 타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월급을 줄 테니 직업으로 그런 일을 하라고 한다면 그들이 과연 그런 일을 직업으로 선택할까?
일이 없거나, 일이 있더라도 자기가 하는 일에서 창조적인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심리적으로는 죽었다고 말할 수도 있는 것이다.
성공지향적이고 경쟁 위주의 사회에 사는 사람들은 대개 일상생활에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능력이 결여되어 있다. 이런 사람들은 명상 수련을 통하여 마음공부를 하면, 일상생활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두 번째 가치는 태도적 가치이다. 사람은 인생에서 만나게 되는 환경에서 확신하는 태도를 선택할 때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 상처와 고통에 대해 취하는 태도인데, 그 태도에서 어떤 의미를 발견하면 사람은 자신에게 닥친 고통을 수용할 수 있다.
프랑클은 나치 수용소에서 매를 맞고 모욕을 당하면서도 “너희들이 나의 육체는 짓밟을 수 있어도 나의 정신에는 손끝 하나 건드릴 수 없다”는 태도를 취함으로써 그 어려운 수용소 생활에서 건강하고 고고한 정신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독립운동가나 순교자들이 자신들의 죽음 앞에서도 당당한 태도를 취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들이 선택한 태도에서 의미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세 번째 가치는 경험적 가치이다. 자신이 직접 창조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사람이 창조해 놓은 것을 경험하면서 가치와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소설이나 시(詩), 미술, 음악 등 다른 사람의 창조물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자신의 정신과 영성을 풍요롭게 만든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우주의 신비를 느끼면서 어떤 의미를 발견한다면, 우리의 영성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장엄함과 신비로움에 압도될 때 상처는 상대적으로 엷어져서 사라진다. 산등성이에서, 혹은 해변의 바위에 앉아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경험을 했을 것이다.
인간은 삶의 의미를 발견하지 못할 때 실존적 공허(existential vacuum)의 상태에 빠져서, 미국의 문학가인 멜빌(H. Melville)이 인생의 노년기를 상징하여 사용한 말인 ‘쓸쓸한 내 영혼의 11월’을 경험하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의미의 발견은 곧 치유를 뜻한다.
글 | 윤종모 주교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