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6. 5. 쇠날(금요일). 날씨: 모내기 하기 좋은 날이다. 참 예쁘다.
[모내기하는 날, 논농사 교육의 뜻]
모내기
임설아
콕
콕
모를 심는다.
처음엔
끝이 안 보이지만
열심히 하다 보면
끝이 보이고
더 열심히 하면
끝난다.
모내기 끝나고
밥 먹으니
꿀맛이었다.
도시에서 어린이들과 모내기를 한지도 약 17년째쯤 되는가보다. 과천 갈현동에서 시작한 논농사는 지식정보타운 건설이 시작되면서 군포 대야미로 옮겨서 이어왔다. 모내기와 벼베기 추억과 재미난 이야기가 해마다 가득하지만 해마다 늘 새롭고 특별하다. 까닭은 해마다 새로운 어린이들이 있고, 일 년에 한 번 하는 모내기와 벼베기인지라 늘 처음처럼 설명을 하고 공부를 하기 때문이다. 초창기 과천시절에는 우리가 심은 모를 모두 벼베기해서 전량을 탈곡하고 갈무리했었다. 일주일 넘게 애를 썼고, 며칠을 말려서 경기도 양지까지 찾아간 정미소에서 정미하는 과정까지 모두 겪었더랬다. 대야미로 옮긴 뒤로는 귀한 낱알 손실율이 많아 아까워서 일부 기계의 도움을 받고 일부는 탈곡을 해서 말리는 과정을 손수 했지만, 역시 손실율을 낮추고자 농부에게 맡기고 정미하는 과정만 함께 하기도 했다. 최근들 어서는 재작년까지 꿈의학교 학생들과 같이 하기도 했지만, 탈곡과 정미를 농부님에게 모두 맡기고 만다. 올해는 조금 변화를 줘서 다시 정미를 하는 것도 뜻이 있겠다.
논농사는 교육공동체 잔치처럼 주말에 맑은샘 식구들이 다 함께 농사를 지으며 추억을 만들어왔지만, 지난해부터는 평일 공부로 잡아 어린이들과 선생들이 중심이 되었다. 올해도 함께 비빔밥을 먹고, 글을 쓰고, 아이스크림을 먹는 기쁨을 줄곧 됐다.
논농사(모내기, 벼베기)에 담긴 교육의 의미는 특별하다, 논농사는 단순히 쌀을 생산하는 농사일이 아니다. 한 톨의 쌀이 우리 식탁에 오르기까지 자연과 사람, 시간과 노동이 어떻게 어우러지는지를 몸으로 배우는 살아있는 교육이다. 특히 모내기와 벼베기는 어린이들에게 교실에서 얻기 어려운 귀한 배움의 기회를 선물해왔다.
논농사을 지으며 우리는 자연의 시간을 배운다. 모내기를 할 때 어린이들은 작은 모가 가을의 황금빛 벼가 된다는 사실을 쉽게 상상하지 못한다. 하지만 계절이 흐르고 햇볕과 바람, 비를 맞으며 자라는 벼를 지켜보면서 자연에는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운다. 오늘 심은 것이 내일 바로 열매 맺지 않는다. 씨앗 하나, 모 한 포기가 자라기까지 수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는 어린이들이 자신의 성장 또한 서두를 수 없는 과정임을 깨닫게 한다.
노동의 가치를 배운다. 모내기는 허리를 굽혀 모를 심어야 하고, 벼베기는 낫을 들고 벼를 베어야 한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진흙탕 논에 발이 빠지고, 허리가 아프고, 땀이 흐른다. (그래서 어린이들은 모내기보다 벼베기를 더 좋아한다.) 어린이들은 그 과정에서 먹거리가 결코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몸으로 경험한다. 마트에서 쉽게 사는 쌀 한 포대 뒤에 농부의 땀과 수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노동을 존중하는 마음은 이렇게 몸의 경험 속에서 자란다.
협력의 힘을 배운다. 모내기와 벼베기는 혼자 하기 어렵다. 한 사람이 줄을 잡고, 다른 사람이 모를 심고, 함께 속도를 맞추어야 한다. 누군가 너무 빨라도 안 되고, 너무 늦어도 안 된다. 서로를 살피며 함께 움직여야 한다. 어린이들은 논에서 자연스럽게 공동체의 의미를 배운다. 경쟁보다 협력이 더 중요할 때가 있다는 것, 혼자 잘하는 것보다 함께 해내는 것이 더 큰 기쁨이라는 것을 경험한다.
생명의 소중함을 배운다. 논은 벼만 자라는 곳이 아니다. 우렁이, 개구리, 잠자리, 미꾸라지, 물방개와 같은 수많은 생명들이 함께 살아간다. 모내기를 하며 어린이들은 작은 생명들을 만나고, 벼베기를 하며 생태계의 순환을 본다. 인간은 자연의 주인이 아니라 자연 속 한 존재임을 깨닫는다. 생명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태도는 자연과 가까이 만나는 경험 속에서 자란다.
고마워하는 마음을 배운다. 벼를 베고 탈곡을 마친 뒤 밥을 지어 먹을 때 어린이들은 평소와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우리가 심은 벼로 만든 밥이야." 그 한마디에는 뿌듯함과 고마움이 담겨 있다. 햇볕과 비, 흙과 물, 농부와 함께 일한 동무들, 그리고 자연의 도움에 대한 고마움이다. 고마움은 가르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라 경험 속에서 자란다. 농부님이 쌀을 깜박하는 해가 있을 때가 있었지만 우리가 농사지은 쌀로 밥을 지어먹는 기쁨은 남다르다.
삶을 배우는 교육이다. 논농사는 국어, 수학, 과학, 사회가 모두 들어있는 통합 배움의 장이다. 모를 세며 수학을 배우고, 벼의 성장을 관찰하며 과학을 배우고, 농촌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며 사회를 배운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글로 쓰며 국어를 배운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배움은 삶 그 자체를 배우는 것이다.
모내기는 희망을 심는 일이다. 벼베기는 기다림의 결실을 거두는 일이다. 어린이들은 논에서 흙을 만지며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땀 흘려 일하는 기쁨을 배우며,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 가치를 배운다. 그래서 논농사는 쌀을 기르는 일이 아니라 사람을 기르는 교육이다. 한 포기의 벼가 자라듯 어린이들의 마음도 함께 자라나는 살아있는 배움의 마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