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28일(목), 강남 세곡근린공원 주변
세곡천변의 풀꽃은 대부분 동안거에 들어갔고(산국만이 제 세상을 만났다), 카페 화단과 화원에서 곱게 자라는
꽃들을 찾았다.
책 속의 아름다운 문장을 담은 ‘문장 품은 장독’의 트위터 봇에 올라온 구절을 몇 개 골랐다.
1. 해국
2. 장미
버리면 홀가분하다. 버리는 것은 떠나는 것. 항상 떠나야 한다. 즐거운 일은 이것이다. 나, 떠난다!
―― 파스칼 키냐르, 『심연들』
예술학이 수행하는 학문 연구는 자신이 예술의 경험을 대신하거나 능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의식하고 있다.
다른 방식으로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진리를 예술작품에서 경험한다는 사실은 모든 이성적 논고에 맞서는 예술의 철
학적 의미를 형성한다.
―― 가다머
3. 로벨리아(Lobelia)
4. 로벨리아(Lobelia)
세상의 끝이… 이처럼… 가볍고… 또 고요할 수 있다는 것이…, 칼로 베어지지 않는 적들을… 이 세상에 남겨놓고…
내가 먼저…, 관음포의 노을이… 적들 쪽으로…
―― 김훈, 『칼의 노래』 마지막 문장
그렇구나 우리 지척에 살면서도
전화로만 안부 챙기고 만나지 못하다가
누군가의 부음이 오고 경황 중에 달려가서야
만나는구나 잠시잠깐 쓸쓸히 그렇게 만나는구나
죽음만이 떨어져 멀어진 얼굴들 불러 모으는구나
―― 이재무, 『푸른 고집』 ‘낙엽’중에서
5. 코스모스
6. 코스모스
토마스 만이 말했듯, 삶을 부정한 모든 책은 삶을 살고 싶은 유혹을 느끼게 한다.
―― 클라우디오 마그리스(이승수), 『다뉴브』
바늘구멍으로 황소를 바라볼 수도 있겠지만 대상이 물건이 아니라 마음을 가진 ‘사람’인 경우에는 이 바라본다는 행
위는 그를 알려는 태도가 못됩니다. 사람은… 정적 평면이 아니라 ‘관계’를 통하여 비로소 발휘되는 가능성의 총체이
기에 그렇습니다.
―― 신영복
7. 계수나무
8. 계수나무
송아지가 아프면 온 식구가 다 힘없제
외양간 등불도 밤내 잠 못 이루제
토끼라도 병나면 온 식구가 다 앓제
순덕이 큰 눈도 토끼 눈처럼 빨게지제
―― 손동연,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송아지가 아프면’
헤어지자
상처 한 줄 네 가슴 긋지 말고
조용히 돌아가자
―― 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 ‘낙엽’ 중에서
9. 자주닭개비
10. 목본 배풍등
소설 한 편을 마치고 나면 나는 이제 스스로 질문하기 시작한다. 이 단락, 이 문장에 더 적절하고, 더 깊은 감정을 불러
일으키고, 더 정확히 이 상황을 묘사하는 단어는 없을까? 그러곤 버릇처럼 사전을 꺼내 아무 데나 펼쳐보기 시작하는
것이다.
―― 조경란
위험부담이 없는 해답은 올바른 답이 아니다.
―― 이성복,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11. 목본 배풍등
12. 목본 배풍등
겨울 밤 단 한 명의 거지가 떨고 있다고 할지라도 우리에게 행복한 밤잠의 권리는 없다던 친구의 글귀를 생각합니다.
우리들의 불행이란 그 양의 대부분이 가까운 사람들의 아픔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라 믿습니다.
함께 계신 분들의 건강을 빕니다.
―― 신영복
잠은 권력이 정치적 저항을 가장 덜 받으면서 작용을 미칠 수 있는 주체성의 표상인 동시에 궁극적으로 도구화 되거
나 외적으로 통제될 수 없는 상태, 전 지구적 소비 사회의 요구를 회피하거나 좌절시키는 상태의 표상이다.
―― 조너선 크레리, 『24/7 잠의 종말』
13. 흰사랑초
14. 용담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한 여인이 내 곁에서, 차분하게 이 책을 구술하고 있다.
―― 파스칼 키냐르, 『옛날에 대하여』
비가 나무에 내리고, 햇빛이나 서리도 내리지만, 나무는 천천히 가장 내밀하고 가장 깊은 속으로 점점 더 움츠러든다.
나무는 죽지 않는다.
―― 헤르만 헤세(안인희), 『데미안』
15. 용담
16. 태양국 가자니아
어떤 장소이건 그곳을 풍요롭게 하는 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한 장소가 풍요해지려면 앞서
다녀간 사람들이 남겨둔 감정들이 그곳에 서려 있어야 한다.
―― 장 자크 로니에, 『영혼의 기억』
니체는 독자들에게 편안한 경험을 제공할 마음이 전혀 없었고, 니체의 동시대인들은 그를 읽지 않음으로써 스스로를
지켰다. 그러나 니체가 죽자마자 형세가 뒤집혔고, 특히 유럽 대륙에서 니체는 20세기 사상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 장 자크 로니에, 『영혼의 기억』
17. 클레마티스
18. 땅콩사랑초
추신 : 편지의 윗줄은 비워놓았어요. 당신이 이 편지를 읽을 때마다, 내가 당신에게 미처 하지 못한 그 말을 상상할 수
있도록.
―― 장 자크 로니에, 『영혼의 기억』
남들에게 드러내지 못한 사랑은 몸 안에서 부얼부얼 거품을 피워 올렸다. 불 위에 올려둔 삶은 빨래처럼, 조금만 틈을
주어도 끓어 넘쳐 불을 꺼뜨렸다. 그 불땀을 조절하는 건 괴롭고도 감미로운 일이었다.
―― 이혜경, 『너 없는 그 자리』 ‘한갓되이 풀잎만’
19. 오렌지 샤워 베고니아
20. 은행목
아주 사소한 꼬임, 한순간 외틀어진 마음이 한평생을 꼬아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나란히 늘어뜨린 두 개의 실처럼.
어쩌다 바람이 살랑 흔들어 실이 한번 꼬이기 시작하면, 그 추의 관성으로 배배 꼬이기 마련이다.
―― 이혜경, 『너 없는 그 자리』 ‘한갓되이 풀잎만’
너를 만난다는 것은 너의 배경까지 만나는 일이야. 너를 만난다는 것은 너의 상처와 슬픔까지 만나는 일이지. 너를 만
난다는 것은 너의 현재만 만나는 일이 아니야. 네가 살아온 과거의 시간과 살아갈 미래의 시간까지 만나는 일이지.
―― 안도현, 『연어 이야기』
21. 장미
22. 산국
못 살 데가 어디 있겠냐. 돈 없으면 어디나 못 살 데가 되는 거지
―― 황석영, 『낯익은 세상』
저는 “가르친다는 것은 다만 희망을 말하는 것이다”라는 아라공의 시구를 좋아합니다.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
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으며 걸어가는 공감과 연대의 확인이라 생각됩니다.
―― 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첫댓글 ㅎㅎ 악수님이 모르시는 화초도 있었나요...?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누군가 알려주시기 기다리고 있습니다.^^
@악수 물어보니 태양국(가자니아)이라 한다네요
@술끊(이종선) 감사합니다.^^
하얀용담은 처음보네요.. 감사합니다^^
원예종은 넘 많고 장미는 대표종만 2만종이 넘으니 다 안다는건 언감생심이죠~ㅠㅠ 해국은 개인적으로 정이 가는 식물임다
역시 고급스런 안목이십니다.^^